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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아름다운 악녀 최지희 배우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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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08 14:00:00 수정 : 2022-01-08 11: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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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악녀’(감독 이강천, 1958) 스틸컷. 네이버 영화 라이브러리

 

‘아름다운 악녀’라 불리는 배우가 있었다. 바로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난 배우 최지희씨 이야기다. 주 활동 기간이 1958부터 1973년까지이다 보니, 낯선 이름일 수 있다. 필자도 최지희 배우를 영화를 통해 처음 본 게 10년 전쯤이다. ‘이런 배우가 있구나’라고 놀라며, 미처 몰랐던 것을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지난 4일 <아름다운 악녀’ 최지희(1940~2021) 추모전>을 온·오프라인으로 시작했다. 오는 16일까지 오프라인으로는 12편, 온라인으로는 6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오늘은 추모전을 소개하며, 배우 최지희를 추모해볼까 한다. (소개라고도 할 수 있겠다.)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만난 ‘아름다운 악녀’는 최지희 배우의 데뷔작 제목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악녀’(감독 이강천, 1958)는 현재 필름이 남아 있지 않아 볼 수는 없지만, 증언과 기록에 따르면, 신인배우 최지희가 연기한 소매치기 은미는 꽤 파격적인 캐릭터였다. 

 

당시 ‘아프레걸’이라고 불리는 캐릭터로 평가되었는데, ‘아프레걸’은 프랑스어로 ‘전쟁 이후’를 뜻하는 ‘아프레 게르’와 영어 ‘걸’이 조합된 단어로 전쟁 이후 등장한 새로운 세대 여성상을 의미한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지희 배우가 연기한 은미는 영화 제목처럼 마냥 악녀로 비난할 수 없는, 전후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는 신세대 캐릭터였고, 최지희 배우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되었다. 

 

‘아름다운 악녀’보다 먼저 캐스팅되었던 영화 ‘인걸 홍길동’(감독 김일해, 1958)에서도 남장 연기를 하였고, ‘말띠 여대생’(감독 이형표, 1963)에서도 발랄한 연기를 하면서, 최지희 배우의 이미지는 더욱 강화되었다. 최지희 배우에게 청룡상과 대종상 등 여러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안겨주었던 ‘김약국의 딸들’(감독 유현목, 1963)에도 최지희 만의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필자가 최지희 배우를 처음 본 것은 ‘팔도 가시나이’(감독 편거영, 1970) 였다. 박노식이 연기한 ‘용팔이’ 캐릭터가 연속으로 등장하는 영화들 속에서 최지희의 캐릭터와 액션 연기 모두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번 온라인 추모전을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악녀 최지희’(감독 강성옥, 2004)를 보면, 최지희 배우는 코믹 액션 영화를 가장 많이 했고, 엽기적인 여성 캐릭터도 1970년대에만 30여 편을 했다고 이야기 한다. 또한 소위 반공영화에서 인민군복을 가장 많이 입은 여자 배우일 거라고도 이야기한다. 

 

사실 1960~70년대 한국영화의 대세 장르는 멜로영화였다. 그중 상당수는 비극적인 여성이 등장하는 슬픈 영화기도 했다. 그 사이에서 최지희는 남자 캐릭터에게 거침없이 발길질하는 액션 연기와 코믹 연기가 가능한 아름다운 악녀로서의 이미지를 굳혀갔다. 최지희 배우는 큰 키와 큰 눈을 가진 서구적인 외모의 배우, 몸을 잘 쓰는 배우, 선과 악이 함께하는 이중적인 연기에 능한 배우 등으로 평가받았다.

 

이번 추모전을 통해 배우 최지희를 만나보기 바란다. 특히 앞서서도 잠시 인용한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악녀 최지희’도 보기를 추천한다. 최지희 배우가 스스로에 대해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식지않은 연기에 대한 욕심도 느낄 수 있다. 최지희 배우가 출연한 일부 영화도 볼 수 있는데, 더불어 당시 한국영화 상황도 접할 수 있다.

 

다시 한번 최지희 배우의 명복을 빈다. 회고전 영화 상영 이후에도 KMDb 다시 보기를 통해 오래 기억되길 바란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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