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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신세’ 백신 미접종자 울분 “방역 패스 확대정책, 사실상 사회적으로 고립시킨다”

입력 : 2021-12-17 06:24:01 수정 : 2021-12-17 11: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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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데…‘미접종자 불이익’ 논란 확산
고강도 거리두기 방침에 근심 깊어진 자영업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급제동이 걸리자 자영업자들은 허탈감과 함께 분노를 쏟아냈다.

 

전면등교로 일상을 되찾았던 일선 학교는 4주 만에 다시 부분 등교로 돌아가게 되자 혼란에 빠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가 18일부터 '전국 4인·식당 밤 9시'로 방역지침을 강화하면서 보상 방침을 밝혔지만 연말 대목에 들려온 갑작스러운 거리두기 강화 소식에 자영업자들은 허탈해했다.

 

전국카페사장연합회장이자 관악구 신림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고장수(44)씨는 "어디는 9시, 어디는 10시라는 건 형평성에 어긋나는 조치"라며 "오늘 조치로 매출은 60∼70% 급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씨는 이어 "내년 1월 지급될 손실보상은 올해 7∼9월에 적용했던 산정방식이 아니라 새 기준에 따라 해야 한다"며 "카페도 케이크 주문 등 연말 특수가 있는데 그런 게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신촌에 족발집과 곱창집을 열었던 김희기(44)씨는 이달 12일 두 가게를 모두 닫았다. 그는 "위드 코로나만 보고 버텼는데 연말 대목을 다 날렸다 개인 회생과 배달 플랫폼 계약직을 알아보고 있다"고 눈물을 보였다.

 

대한실내체육시설연합회 대변인으로 영등포구 등에서 필라테스 사업장을 운영하는 박주형 씨는 "영업시간 제한으로 환불 사태도 이어질 것 같다. 운동시설에 대한 고위험 시설 프레임이 너무 강하게 씌워지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대위)는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되는 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방역패스 적용·영업시간 제한 철폐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

 

한 달여 위드 코로나 분위기에 지난해와 달리 송년 모임을 계획했던 시민들도 한숨만 쉬고 있다.

 

직장인 조모(27) 씨는 고교 동창 5명과 강원도 홍천에서 스키를 탈 계획을 세웠다가 이날 취소했다. 전국 어디서든 4명까지만 모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조씨는 "내년 초에도 딱히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지 않다"고 체념했다.

 

방역패스 확대 등 정책이 백신 미접종자를 사회적으로 고립시킨다는 논란도 지속해서 제기된다.

 

백신을 맞지 않은 윤정훈(27) 씨는 "연말 모임이 3∼4개 취소됐고 직장에서는 매일 혼자 밥 먹는 등 일상이 파괴됐다"며 "백신을 맞으려 해도 접종 완료까지는 최소 몇 주가 필요한데 카페와 식당 이용이 불편해 맞아야 하나 생각하다가도 오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예비부부들은 예식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결혼식을 이틀 앞둔 송모(30)씨는 "정부 방역 정책이 자주 바뀌다 보니 예방 차원에서 제일 작은 예식장으로 잡았다"며 "하객들이 참석을 꺼려 아쉽지만 이해한다"고 말했다.

 

20일부터 수도권의 모든 학교에서는 전면등교가 중지되고 다시 거리두기에 들어간다.

 

서울 중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정지훈(14) 군은 "온라인 수업은 너무 지루하다. 몇 시간을 말도 못 하고 화면만 쳐다봐야 하고,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대화도 못 한다"며 "학교에 가는 게 낫다"고 했다.

 

영등포구에서 초등학교 3학년 딸을 키우는 이수현(41) 씨는 "아이들 건강을 생각하면 등교를 안 하는 게 맞지만 워킹맘의 경우 재택근무 허용 등 대책이 있으면 좋은데 그런 게 없어 난감하다.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원구 중계동 학원가는 대입 정시와 방학을 앞두고 붐볐다. 학원 앞에서 만난 박모(68)씨는 초등학교 1학년 손녀를 데려가며 "집에만 있게 할 수 없어 학원을 몇 개 더 다니게 해야 하는데 수영을 시키자니 마스크도 없이 물에 들어가 옮을까 걱정, 피아노를 시키자니 좁은 방에서 옮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학원 관계자들은 울상이다.

 

대치동의 한 논술학원 강사 이모(26)씨는 "안 그래도 온·오프라인 수업 병행으로 학생들의 피로도와 집중력 저하가 계속되고 있다. 또 식당처럼 9시에 문 닫으라고 하면서 학원에 대한 보상은 없다"고 말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전면등교 중지에 찬성하는 의견도 있었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초등학교 교사 임모(35)씨는 "확진자가 나오면 온갖 비난이 학교와 교사에게 쏟아지고 민원도 많다. 확진자가 나오면 학부모 사이에 소문이 다 나서 난감하다"며 "학부모들은 돌봄 때문에 힘들겠지만 겨울에는 등교 일수를 좀 줄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용인 지역 중학교 교사 김모(36)씨도 "하루에 10명 전후로 학교에 못 나오고 있고 수업 중간에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다고 조퇴하는 등 난리"라며 전면등교 중단에 찬성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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