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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핵시설 파괴 시나리오… ‘핵합의 복원협상’ 무산되나

입력 : 2021-12-09 19:33:00 수정 : 2021-12-09 22: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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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軍훈련 논의… 서방·이란, 이견 협상 ‘평행선’

美·이스라엘 국방, 워싱턴서 회동
협상 실패 땐 최악 시나리오 대비
이란 강경파 “모든 제재 해제 요구”
서방 “이란, 초안 수정 요청” 실망
이란 핵개발 놓고 긴장·우려 고조
우라늄 최고 20% 농축 작업 시작
이란 핵합의 복원을 위한 이란과 서방 간 협상이 9일(현지시간) 재개되면서 교착 상태를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 9월20일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원자력청(AEOI) 청장(왼쪽)과 카젬 가리브 아바디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재 이란 대사가 오스트리아 빈 IAEA 본부에서 열린 IAEA 총회에 참석한 뒤 떠나는 모습.
빈=AP연합뉴스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이란과 서방 간 협상이 물 건너갈 공산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양측 간 이견으로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미국은 이란 핵시설 파괴 시나리오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워싱턴을 방문하는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회담을 갖고 핵합의 복원 협상이 실패할 경우 이란 핵시설을 파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한 군사훈련을 논의할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 고위 관료는 “이란이 핵무기를 생산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모든 군사적 옵션이 이용 가능하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 보도는 같은 날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핵합의 복원 협상 재개를 앞둔 가운데 나왔다. 지난달 29일 약 5개월 만에 재개된 협상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일 7차 회담 역시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성과 없이 끝났다. 서방은 “이란이 올해 초 70∼80% 완성된 초안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려 한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강경파인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정부의 대표단은 이날 회담에서 서방에 핵 활동과 무관한 제재를 포함한 모든 제재를 해제하는 한편, 향후 새로운 제재를 가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보증까지 요구했다. 2015년 이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과 독일 등 6개국과 맺은 핵합의엔 없는 내용이다.

 

이란 대표단은 또 2018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점을 들어 미국이 먼저 제재를 푸는 등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서방에선 핵합의를 복원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토대가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내에서도 이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협상 재개 전날인 8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란이 협상에 선의로 임하고 있는지를 신속히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같은 인식을 드러냈다.

이란과 적대 관계인 이스라엘은 협상이 교착 상태인 현 상황을 미국에 대이란 압박 강화를 요구할 기회로 본다고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전했다. 간츠 장관은 오스틴 장관에게 이란에 대한 제재 강화와 군사적 조치란 ‘플랜 B’를 마련할 것을 적극 요청할 방침이다. 이스라엘 채널12방송은 이란 핵시설보다는 예멘에 있는 이란의 군사기지 같은 제3의 장소가 미국의 잠재적 공격 대상이 되리란 분석을 내놨다.

 

여기에 이란 핵 개발을 둘러싼 긴장과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 1일 이란이 포르도 핵시설에서 우라늄을 최고 20% 순도로 농축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포르도 핵시설은 산악지대 지하에 위치해 있어 공격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2015년 핵합의는 이란이 이 시설에서 우라늄 농축 활동을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미 정보당국은 이란의 핵 활동 동향을 주시하면서도 당장 핵무기를 만들 능력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 6일 “이란의 우라늄 농축 능력이 향상됐다”면서도 “이란의 최고지도자(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핵무기 제조를 위한 조치를 취하진 않았다. 핵분열물질을 무기화하려면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외교협회(CFR)는 “이란 대표단이 (대미 강경 노선이란) 기존의 외교적 접근법을 고수하기로 작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임시 조치로 이란이 일부 핵 활동을 동결하고 미국이 외국 은행들에 동결된 이란의 자금 일부를 풀어주는 소규모 합의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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