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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산맥·레만 호수 절경 품은 ‘물의 도시’ [박윤정의 원더풀 스위스]

입력 : 2021-12-11 06:00:00 수정 : 2021-12-11 07:5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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⑬ 로잔에서 프랑스 ‘에비앙’으로

배엔 두 나라 국기 펄럭… 30분 만에 도착
미네랄 풍부 에비앙 생수의 진원지
‘카샤 샘물’ 앞 물마시는 학생들 웃음 소리

에비앙 마스터스 골프 대회로도 유명
클럽하우스내 박인비·신지혜·고진영 등
우리나라 선수들 액자 걸려있어 더 친근
에비앙의 정식 명칭은 에비앙레뱅(Evian-les-Bains)이다. 레뱅은 온천 지역을 뜻하는 것으로 프랑스의 다른 지명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수입 생수의 수원지가 바로 이곳이다.
스위스에 가장 큰 레만 호수는 서유럽으로 범위를 넓혀도 큰 규모를 자랑한다. 동서로 길쭉한 눈썹 모양인 호수 북쪽 스위스 ‘로잔’에서 배를 타고 물 위를 가로지른다. 조그맣게 보이는 또 다른 항구를 향해 남쪽으로 물보라를 일으킨다. 배 후미에는 스위스 국기, 뱃머리에는 프랑스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깃발 위치는 두 나라의 방향을 가리킨다. 30여 분 호수를 건너니 에비앙이다. 레만 호수 도시들이지만 국가가 달라서인지 색다른 분위기다.

 

흔히 에비앙으로 알고 있지만, 도시 이름은 에비앙레뱅(Evian-les-Bains)이다. 프랑스 도시 중에 레뱅(Les-Bains)이라는 단어를 더 찾아볼 수 있는데, 모두 온천이 나오는 지역이다. 영국 바스(Bath), 독일 바덴(Baden)처럼 말이다. 유럽에서 온천이 나오는 지역은 치유 목적으로 의료관광이 활성화된 곳이다. 휴양지로도 인기가 높다. 특히 에비앙은 연중 온화한 기후로 알프스산맥과 레만 호수가 만들어내는 훌륭한 자연경관이 더해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에비앙 거리 풍경.

스위스에서 여러 날을 지내고 처음으로 다른 나라로 들어섰다. 호수를 반으로 가르고 보이지 않는 국경을 넘어 프랑스에 도착했지만, 배에서 내릴 때까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육지에 발을 디디고 나서야 ‘아! 프랑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발걸음을 딛자마자 식당부터 찾기로 한다. 로잔에서 점심을 놓치고 배에 올라 출출했다. 머무는 시간이 짧지만 프랑스에서 식사를 경험하고 싶어 늦은 점심을 계획했다.

북쪽으로 호수가 보이는 야외 테라스로 자리를 안내받는다. 추천한 메뉴를 주문했지만 프랑스식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특색이 없어 보인다. 스위스에서 먹던 것과 비슷하다. 아쉬운 마음에 프랑스산 와인 한 잔을 더 하여 분위기를 즐겨 본다.

에비앙 샘물의 수원지인 카샤 샘물.

스위스 여행 중에 한 끼 식사를 프랑스에서 즐기고 도시를 산책한다. 오래된 마을은 한가롭고 평온하다. 떠나온 로잔의 현대적인 분위기와 생업으로 분주한 사람들의 모습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휴양지라 분위기가 그럴 수도 있는데 비수기라 더욱 한가로운 듯하다. 조금씩 커지는 웅성거림에 고개를 들어보니 한 무리의 학생들이 어디론가 향한다. 가는 방향이 같아 그들 뒤를 따라나선다. 샘물이다. 선생님인 듯 보이는 사람이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함께 샘물을 마신다. 왁자지껄하며 그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는 모습이 영락없이 우리네 수학여행 같다. 조용한 마을에 학생들의 밝은 표정과 웃음소리가 퍼지니 생기가 흐른다. 그 모습을 지켜보니 더불어 기분이 좋다. 그들을 바라만 보다 학생들이 떠나고 나서야 그 샘물을 마셔본다. 이곳이 미네랄이 풍부하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생수 수원지란다. 광천수가 나온 땅 주인 이름을 붙여 카샤 샘물이라고 부른다. 모자이크 타일로 예쁘게 장식된 샘물 상단에 ‘카샤 수원지 1789’(Source Cachat 1789)라고 새겨져 있다. 18세기 후반, 카샤의 집으로 요양 온 레셰르 후작이 이곳 샘물을 마시고 신장결석이 치료된 이후 1829년부터 카샤의 물로 판매된 것이 에비앙의 시초라고 한다.

매년 7월 말 에비앙에서는 여자 골프 대회 중 가장 권위있는 5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하나인 에비앙 마스터스가 열린다. 2011년부터 우리나라 선수(사진)가 거의 모든 해에 우승을 거머진 곳이라 인연이 깊다.

생수를 즐기고 에비앙 생수만큼 유명한 골프 코스를 찾아보기로 했다. 에비앙은 세계적인 골프 대회로도 유명하다. 영국 브리티시 오픈과 함께 유럽에서 가장 비중 있는 대회인 에비앙 마스터스를 개최한다. 골프를 예약하지는 않았지만 TV에서 보던 페어웨이를 보고 싶어 발걸음을 옮긴다. 클럽하우스를 들어서니 레스토랑 주변으로 우승자들 액자가 걸려있다. 낯익은 얼굴들이다. 2011년 신지혜, 2012년 박인비, 2015년 김효주, 2016년 리디아 고, 2017년 전인지, 2019년 고진영, 그리고 2021년 이민지까지 2010년대는 대부분 우리나라 선수들이다. 이곳에서 한국을 느끼니 에비앙이 더 친근하다. 다음 기회에는 온천 휴양과 골프를 즐겨볼 수 있겠지. 넓은 잔디밭을 바라보며 커피 향에 바람을 실어 보낸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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