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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레사는 오슬로 노벨상 시상식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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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30 14:00:00 수정 : 2021-11-30 13: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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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정부 “망명 가능성…출국 허가 못해”
유엔·국제언론인협회 “제한 즉각 철회해야”
오시에츠키, 류샤오보도 정부 반대로 불참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 연합뉴스

오는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거행될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올해 수상자인 언론인 마리아 레사를 과연 볼 수 있을까. 필리핀 정부가 레사의 출국을 불허하고 이에 국제 언론인 단체는 물론 유엔까지 나서 필리핀 정부를 비판하면서 레사의 시상식 참석 여부가 새로운 국제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일각에선 역시 언론인 출신으로 193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칼 폰 오시에츠키(1889∼1938)가 독일 나치 정권의 탄압으로 끝내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점을 들어 “정치권력에 맞선 언론인들이 겪는 시련은 대체 언제쯤 사라질 것인가”라고 탄식한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엔은 다음달 열리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레사가 참석할 수 있도록 출국을 허용하라고 필리핀 정부에 촉구했다. 유엔은 대변인을 통해 “필리핀 정부가 모든 제한을 즉각 철회하고 레사의 오슬로행을 허용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필리핀과 미국 복수국적자인 레사는 미 CNN방송의 마닐라 특파원으로 오래 일했고 직접 온라인 탐사보도 매체 ‘래플러’(Rappler)를 설립한 언론인이다. ‘독재자’로 알려진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인 2016년 7월 필리핀 정부가 시작한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을 강하게 비판하며 정권의 눈밖에 났다. 마약과의 전쟁은 그 과정에서 수천명을 초법적으로 사형에 처하는 등 끔찍한 인권탄압이 저질러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두테르테는 눈엣가시와도 같은 레사와 그의 언론사 래플러를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필리핀 검찰은 그를 명예훼손, 탈세 등 7가지 혐의로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출국금지령이 내려져 외국에도 나갈 수 없다. 래플러 역시 폐간 압력에 직면해 있다.

 

마리아 레사가 2019년 3월 명예훼손 등 혐의로 필리핀 경찰에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석방되는 모습. 마닐라=AP연합뉴스

지난달 노벨위원회는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을 비판해 온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와 함께 레사를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필리핀 역사상 첫 노벨상 수상 사례다.

 

최근 레사는 필리핀 정부에 “노벨상을 받으러 출국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두테르테 정권은 “그동안 레사가 필리핀 법체계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점을 보면 사법체계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고, 도주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국제언론인협회(IPI)는 성명을 내고 “레사는 2019년 이후 36번 출국했지만 새로운 혐의로 추가 기소되더라도 늘 필리핀으로 돌아왔다”고 반박했다. 이어 “망명은 선택지가 아니라고 레사 본인이 공식적으로 밝혔다”며 “출국하지 못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필리핀 정부를 향해 “레사를 포함한 언론인에 대해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이뤄지는 모든 공격을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레사의 시련은 같은 언론인으로 193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독일인 칼 폰 오시에츠키를 연상케 한다. 히틀러와 나치 정권을 혹독하게 비판한 오시에츠키는 그 대가로 강제수용소에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었으며 오슬로에서 열린 시상식 참석도 불허됐다. 레사가 오시에츠키 이후 85년 만의 언론인 출신 노벨평화상 수상자란 점을 감안하면 둘이 처한 비슷한 상황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2010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노벨위원회 관계자가 중국 당국의 불허로 참석하지 못한 수상자 류샤오보(왼쪽 사진)의 빈 의자 위에 노벨상 증서를 올려놓고 있다. 오슬로=AP연합뉴스

가장 최근에는 중국인 류샤오보(1955∼2017)가 노벨평화상을 받고도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중국의 공산주의 독재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한 그는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중국 내 감옥에 투옥돼 있어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의 수상 소식에 격분한 중국 정부는 부인과 가족은 물론 지지자까지 모두 출국금지시켜 대리 수상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결국 시상식에선 수상자를 위해 마련된 빈 의자 하나만이 류샤오보를 대신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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