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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돈잔치, 진화하는 사기 수법 [세상을 보는 창]

입력 : 2021-10-26 23:00:00 수정 : 2021-10-26 20: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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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건 비리마다 이재명 측근 등장… 특검 구성 낱낱이 밝혀야

대장동 축소판 위례개발
사업방식·특정금전신탁 활용 닮은꼴
유동규·남욱·정영학 등도 그대로 등장
2년 뒤 진화된 사업설계로 대장동에

성남 백현동 수상한 개발사업
업체서 이재명 당시 시장 측근 영입 뒤
시, 자연녹지서 준주거지 4단계나 올려
옹벽 아파트 조성 과정도 의혹 투성이

신종기법 등장한 평택 현덕지구
이재명 지사 취임 이후 민관합동 전환
특정가격으로 주식 거래 ‘풋옵션’ 등장
민간업자에 더 세련되게 지분 늘려줘

베일에 가려진 거악의 설계자
경기도 곳곳이 토건비리의 온상 전락
野선 이재명 개입 정황에 설계자 의심
대선에 ‘발목’ 어물쩍 넘어가면 안돼

희대의 토건비리 ‘대장동 게이트’ 파문이 일파만파다. 2015년 7월부터 시작된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민간사업자들이 수년 사이 약 1조6000억원의 부당이익(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추정)을 챙겼다. 이 중 화천대유자산관리와 천화동인 1∼7호 사주 등 7명은 3억5000만원을 출자해 8500억원의 수익을 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돈은 원주민의 땅을 헐값에 사들여 지은 아파트를 시민들에게 비싼 값에 팔아 짜낸 것이다.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민관합작이라는 미명하에 토지수용권과 인허가권을 동원해 개발이익을 소수의 투기세력에게 몰아줬다. 화천대유 측 인사들이 정계와 관가, 법조계 고위인사들에 거액의 뇌물과 로비자금을 뿌린 정황도 포착된다. 복마전이 따로 없다.

이게 다가 아니다. 성남 위례신도시와 백현동, 경기 평택 현덕지구개발사업 등에서도 유사한 특혜·로비의혹이 쏟아진다. 토건비리가 문재인정부 들어 부동산 광풍에 편승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현 정부는 20여 차례에 걸친 헛발질 대책으로 부동산 거품을 부풀려 거대한 투기판을 깔았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대장동 축소판 위례와 4인방

대장동 비리의 씨앗은 위례개발사업에서 싹텄다. 이 사업은 2013년부터 수정구 창곡동 6만4719㎡ 토지를 매입해 1137가구 아파트를 건설·분양한 것으로 성남시의 첫 번째 민관 공동개발이었다. 대장동 주역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천화동인 4호, 5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참여했고 사업방식도 비슷하다.

성남도개공은 프로젝트 금융회사(PFV)인 푸른 위례를 설립하고 사업자로 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이 컨소시엄은 위례자산관리(AMC)를 만들었는데 대장동의 ‘성남의뜰’-화천대유와 닮은꼴이다. 실소유자를 가리기 위해 증권사 특정금전신탁을 활용하는 수법도 같았다.

남 변호사 부인이 위례자산관리와 자회사 위례파트너 3호, 정 회계사 부인은 위례투자2호의 임원이었다. 그해 11월 남 변호사의 1년 후배인 정민용 변호사가 성남도개공 전략사업팀장으로 입사했다. 민관유착의 고리 역할을 했을 공산이 크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사업 초기 때 5500억원의 사업비로 1100억원의 수익을 낼 것이라고 했지만 빈말에 그쳤다. 투기자본감시센터에 따르면 2016년까지 푸른위례의 분양매출이 7312억원에 달했지만 순이익은 350억원에 그쳤다. 시공사인 호반건설 등이 사업 전반에 개입하면서 공사원가와 토지원가가 높아진 탓이 크다. 결국 성남도개공은 150억원을 배당받았고 167억원이 민간주주들에게 흘러갔다.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정 회계사는 2년 뒤 진화된 사업설계를 짜고 대장동 개발에 나섰다. 법조계 인맥이 두터운 언론인 출신 김만배씨가 화천대유 대주주로 합류했는데 대외로비창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들은 건설사를 컨소시엄에서 배제하고 우선주·보통주 지분비율도 정교화했다. 성남도개공 실무진이 사업협약서에 민간의 이익을 제한하는 초과이익환수를 두 차례나 건의했지만 묵살당했다. 막대한 개발이익을 독식하는 데 장애물은 없었다. 정·관가와 법조계 인사의 비호와 방조가 없이는 가당치 않은 일이다.

 

◆백현동 ‘옹벽아파트’의 비밀

비슷한 시기 성남시 백현동에서도 수상한 개발사업이 벌어졌다. 대장동과는 달리 민관합동이 아닌 민영방식이고 민관유착은 더 노골적이다. 부동산개발업체 대표 정모씨 부부는 2015년 2월 전북 이전이 예정된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2187억원에 사들였고 두 달 뒤 성남시가 이례적으로 이 땅의 용도를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로 4단계나 올렸다. 앞서 정씨 측은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때 이재명 캠프의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모씨를 3개월 전에 영입했는데 이런 마법이 펼쳐진 것이다.

이도 모자라 성남시는 이듬해 애초 100% 임대주택 공급에서 일반분양(임대주택 10%)으로 바꿨고 용적률도 높였다. 백현동 개발은 산을 거의 수직으로 깎아 건물 9층 정도의 50m 옹벽이 단지를 감싸는 형태로 진행돼 국내 유일의 ‘옹벽아파트’로 불린다. 현행법에는 아파트 옹벽 높이는 15m를 넘을 수 없다.

임대주택(123가구)도 기이하다. 4가구가 전용 229㎡ 규모의 펜트하우스이고 시행사가 임차인 모집공고도 내지 않고 이 펜트하우스를 포함해 23가구를 아직 보유하고 있다. 로비 용도가 아니고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정씨 부부는 시행사인 성남알앤디와 자회사 아시아디벨로퍼, 증권사 특정금전신탁 등에 32억5000만원을 투자해 최소 700억원 이상의 배당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도 정씨 측에 지분 절반을 요구하고 법적 소송 끝에 70억원을 받아냈다. 김씨가 성남시의 파격적인 특혜조치에 로비 창구 역할을 하고 대가를 챙긴 혐의가 짙다.

◆‘신종 기법’ 평택 현덕지구개발

경기 평택 현덕지구 개발은 대장동 업그레이드판이라 할 수 있다. 이 후보는 경기지사 취임 직후인 2018년 8월 민영방식으로 추진되던 현덕지구 사업 시행자 지정을 취소하고 개발방식을 민관합동으로 바꿨다. 지난해 12월에는 대구은행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이 사업은 대장동 모델을 본떠 지분율이 공공부문 ‘50%+1주’(경기주택공사 30%+1주, 평택도시공사 20%), 대구은행 컨소시엄 50%-1이고 PFV를 설립해 추진된다.

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일부 민간사업자의 부실·자격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인테리어 전문업체 오츠메쎄는 이 후보 팬클럽 발기인 출신인 안모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데 그는 과거 뇌물·배임 혐의로 선고를 받은 바 있다. 자본을 다 까먹은 부실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특정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 기법이 등장한다. 대구은행 등 금융회사가 이 권리를 행사하면 이들 영세업체는 보유지분별로 이 주식을 확보할 수 있다. 대장동보다 민간업자들에게 더 세련된 방식으로 지분을 늘려주는 신종기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토건비리 누가 설계했나

이쯤 되면 경기도 곳곳이 토건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성싶다. 정·관가와 법조계 고위인사들이 투기세력과 얽히고설키며 전례 없는 돈잔치가 벌어졌다. 이런 거악의 설계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검찰 전담수사팀이 수사에 착수한 지 한 달이 흘렀지만 결과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유 전 본부장이 사업자 선정과 각종 특혜를 준 대가로 화천대유 측에서 700억원을 받기로 약속받았고 올해 초 3억원의 뒷돈을 챙겼다는 정도다. 빙산의 일각이다. 개발사업마다 이 후보와 가까운 인사와 핵심측근들이 빠짐없이 등장하고 이 후보의 직간접 개입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은 “이재명 패밀리의 상습배임 행위”(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재명은) 감옥 가야 할 사람”(홍준표 의원) “토건 적폐 종합쇼핑몰”(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 험한 말을 퍼붓는다. 야당은 최종책임자인 이 후보가 비리의 설계자이자 몸통으로 의심하며 특검을 요구한다. 이 후보 측은 착한 설계만 했다며 외려 국민의힘이 도둑이자 범인이라고 몰아세운다. 여당 의원들도 이재명 철통방어에 여념이 없다.

자고 나면 개발 특혜·로비 정황과 증언이 꼬리를 무는데 대선 후보들의 정쟁에 묻혀서는 안 될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입을 다물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건 국민을 대하는 도리가 아니다. 정권 말기마다 되풀이되는 권력형 게이트를 방치해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할 수 밖에 없다. 특검을 구성해 성역 없는 수사에 나서는 게 옳다. 차제에 경기도 곳곳에 만연한 토건비리의혹을 낱낱이 규명해 그 뿌리를 뽑아야 한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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