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조카며느리 박태정 여사가 23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1세. 25일 민족문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고인은 안중근 의사의 친동생이자 독립운동가인 안정근(1885∼1949) 지사의 며느리다. 국내에 거주하는 안중근 의사 형제의 혈족 중 가장 가까운 유족으로 전해졌다.
박 여사의 남편인 안진생씨는 1960년대 외교관 생활을 시작해 여러 나라 대사를 지냈다. 안씨는 1980년 외교안보연구원(현 국립외교원) 본부 대사로 재직하던 중 전두환 정권에 의해 강제 해임된 뒤 그 충격으로 뇌경색을 얻어 1988년 사망했다.
남편의 투병생활로 박 여사의 가세가 기울었으며, 월세를 전전하다 서울 양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 자리를 잡는 등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여사의 두 딸과 손녀 등 4인 가족은 매달 보훈처에서 받는 수당 50여만원과 기초연금, 지인들의 도움 등으로 생활을 이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여사는 지난해 낙상 후 건강이 안 좋아져 요양원 생활을 하기도 했으며, 장녀인 안기수씨는 박 여사를 간호하다가 몸이 안 좋아져 지난 3월 별세했다.
가족들은 이날 발인을 하고 고인을 용인천주교묘지에 안장했다. 이날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 영결식장에서 함세웅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의 미사 아래 진행된 발인식에는 고인의 친인척과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들, 이종수 연세대 교수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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