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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체 핵심 ‘단 분리’ 기술력 입증… “마지막 한걸음 남았다” [누리호 발사 '미완의 성공']

입력 : 2021-10-21 21:44:00 수정 : 2021-10-22 09: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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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의미·남은 과제

1·2단, 페어링 성공적 분리·점화 수행
3단 엔진 조기종료로 위성 임무 실패
위성모사체 등 호주 남해상 떨어진 듯

가압 시스템 문제·밸브 오작동 추정
항우연 “엔진 자체 결함은 아닐 듯”
원인 규명해 2022년 5월19일 재도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뉴스1

“중요한 부분을 이루었기에 성공에 무게를 싣고 싶다.”(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성공까지) 한걸음 남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21일 오후 7시 전남 나로우주센터.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미완의 성공을 전하는 관계자들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300t급 클러스터링 엔진 연소·자세 제어 등 까다로운 과제들을 정확히 이행했기에 안타까움이 더했으나 내년 5월 재도전을 다짐했다.

 

이날 누리호 3단 엔진은 고도 700㎞에 도달했으나 계획된 521초가 아닌 475초 만에 연소가 조기 종료됐다. 이로 인해 초속 7.5㎞가 나오지 않아 1.5t의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올려놓지 못했다. 발사체 3단과 위성모사체는 호주 남쪽 해상에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관계자들은 엔진 자체 결함이 아닌 탱크 내부 압력 부족, 밸브 오작동 등 다른 원인에 무게를 싣고 있다. 원인 분석에는 수일이 걸릴 전망이다.

 

임 장관은 이날 발사 2시간 후 브리핑에서 “금일 발사는 아쉬움을 남겼으나, 국내 독자 개발 발사체의 첫 비행 시험으로서 주요 단계를 모두 이행하고 핵심기술을 확보한 의의가 있다”며 “1단부 비행이 정상적으로 진행됐고 1·2단과 페어링의 성공적 분리와 점화를 통해 단 분리 기술을 확보한 점도 소기의 성과”라고 말했다.

 

임 장관은 “이는 국내 상당한 발사체 기술이 축적되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정부는 발사조사위원회를 즉시 구성해 3단 엔진 조기 종료의 원인을 규명하고 2차 발사 추진하려 한다”고 밝혔다.

3단 엔진 연소시간이 부족했던 원인을 파악하려면 계측 데이터를 수일간 분석해야 한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본부장은 “(엔진 조기 종료 원인은) 탱크 내부 압력이 부족했거나 종료 명령이 잘못 나갔다든지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며 “원격 계측 데이터를 충분히 분석하고 탑재된 모든 밸브와 전자 장비들의 입출력 데이터를 같이 분석해야 결론 내릴 수 있다”고 전했다.

 

3단의 7t급 액체엔진은 누리호 심장인 75t급보다 10분의 1 정도라 개발이 쉬울 듯 하나 실제로는 더 까다로웠다. 고 본부장은 “노즐의 확대비 같은 게 75t보다 더 가혹한 조건이라 개발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그러나 항우연은 엔진 자체의 결함은 아닐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승협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3단 추진제 시스템에 밸브 40∼50개가 들어가고 7t 엔진에도 자체 밸브나 컴포넌트가 43개 이상이라 하나가 기능을 못해도 원했던 추력을 낼 수 없다”며 “충분히 충전했기에 연료가 부족하진 않았을 것 같고 가압 시스템 문제나 밸브 오작동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고 본부장은 “(발사체) 자세 제어, 처음 적용해본 목표 궤도에 들어가기 위한 유도 알고리즘까지 정확하게 원했던 대로 한 것이 확인됐기에 정말 아쉬운 결과”라고 말했다.

21일 전남 고흥군 우주발사전망대를 찾은 시민들이 누리호(KSLV-ll) 발사 모습을 방송을 통해 다시보고 있다.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km)에 투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누리호는 길이 47.2m에 200톤 규모로, 엔진 설계와 제작, 시험과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됐다. 뉴스1

누리호는 그 자체로 국내 우주기술 발전을 이끈 집합체다. 국내 연구진은 자력으로 75t급 액체엔진을 개발한데다 이번 발사에서 75t, 4개를 묶은 300t급 클러스터링 엔진을 오차 없이 쏘는 데 성공했다.

 

또 누리호 발사 초기 엔진시험을 해외에 기대야 했던 상황이었으나 이제는 미국, 러시아와 대등한 수준의 액체엔진 시험설비를 구축했다. 제2발사대 역시 설계부터 조립까지 전 과정을 국산화했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의 우주 도전은 누리호 이후에도 계속된다. 내년 8월 한국형 달 궤도선(KPLO)이 달을 향해 떠난다. 달 궤도선은 미국 기업 스페이스X를 통해 쏘아 올려져 내년 말 달 궤도 진입을 목표로 한다. 이후 2023년 1월부터 달 상공 100㎞에서 1년간 머문다. 2024년에는 민간 주도로 개발된 첫 고체연료 발사체를 쏜다. 나로우주센터에는 고체연료 발사장을 지어 민간기업에 개방한다. 3.5t급 정지궤도위성인 천리안3호도 2027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정부는 또 개발 기간이 짧고 저렴한 초소형위성을 2031년까지 총 110여기 개발할 계획이다.


송은아 기자, 고흥 나로우주센터=공동취재단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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