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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도 태아도 걱정… 임신부, 백신접종 ‘혼란’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1-10-06 19:43:53 수정 : 2021-10-06 19:4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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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혈 등 부작용 우려에 불안감
산부인과도 확답 못해줘 고심
전문가들 “백신 접종 이득 커”
예약 시작된 청소년들도 고민
현황 공개 방침에 ‘강요’ 논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산부인과 검진받을 때 백신 맞아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의사도 ‘일단 상황을 보고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확답을 안 해주더라고요.” 26주차 임신부 A씨는 요즘 ‘백신 고민’에 빠졌다. 임신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약이 가능하다는 말에 예약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앞서 백신을 맞은 여성 지인들이 부정출혈(하혈)이나 생리 양 변화 등의 증상을 겪는 것을 보고 두려운 마음도 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예전에 초기 유산을 겪어서 출혈에 민감하다. 백신을 맞았다가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해가 가지 않을까 불안한 것도 사실”이라며 “혼란스러워서 담당 의사한테 물어봤는데 의사도 접종을 선뜻 권하지 않았다. 코로나19 감염도 무서운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8일부터 임신부의 코로나19 백신 예약이 시작되는 가운데 접종 여부를 두고 임신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방역 당국은 임신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중증으로 악화할 위험이 커 백신 접종 이득이 크다는 입장이지만, ‘만에 하나’라는 불안감에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임신부가 많은 상황이다.

6일 임신부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백신 접종 고민을 토로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본인을 16주차 임신부라고 밝힌 B씨는 “백신 접종 이득이 크다고 하지만, 당장 코로나19에 걸릴 두려움보다 백신을 맞았다가 혹시나 아이가 잘못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크다. 부작용 가능성이 0.001%라고 해도 내 아이의 일이라면 통계는 의미가 없지 않나”라며 “되도록 출산 후 맞고 싶은데 앞으로 ‘백신패스’가 도입되면 백신 안 맞은 사람들은 외출하기도 힘들 것 같아서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백신 접종 후 나타날 수 있는 고열, 몸살 등 일반적인 증상도 임신부들에게는 불안으로 다가온다. 30주차 임신부 C씨는 “엄마가 열이 나면 태아에게도 안 좋은 거로 알고 있는데, 남편이 백신을 맞은 뒤 이틀 내내 고열에 시달리는 걸 보고 백신은 출산 후 맞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과도한 불안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7주차 임신부 D씨는 “언제 어디서 코로나19에 감염될지 모르는 상황이고, 전문가들이 괜찮다고 한 만큼 믿고 맞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백신 미접종 상태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임신부와 태아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며 임신부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임신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조산 가능성이 증가하고, 고령·과체중인 임신부가 감염되면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크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된 임신부 731명 중 15명(2.05%)이 위중증 상태로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20∼45세 가임기 여성의 위중증률(0.34%)의 6배를 넘는 수치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임신부가 백신을 접종한다고 해서 특별히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임신부가 백신을 접종하면 태아를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 항체를 형성하는 것으로 추측되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백신 접종을 했을 때 얻는 이득이 그러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크다”고 밝혔다.

한편 전날부터 백신 예약이 시작된 청소년들 역시 백신 접종을 두고 고민하는 목소리가 높다. 고등학생 E(16)양은 “부작용 등이 걱정돼 안 맞고 싶은데 안 맞았다가 괜한 불이익을 받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방역당국이 청소년 백신 접종 현황을 공개하기로 방침을 정하자, 교육계에서는 ‘접종 강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전날 오후 8시 시작한 예약률은 이날 0시 기준 20.8%로 집계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백신 접종은 본인 의사에 따라 시행되는 선택 문제”라며 “학교에서 접종을 강요 분위기를 형성하지 않고, 접종 여부에 따른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지혜, 정필재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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