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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피로감에 풀린 경계심… 시민들은 이미 ‘위드 코로나’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1-09-27 06:00:00 수정 : 2021-09-27 07: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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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뒤 대확산 이유

확진자 수 연일 최다 기록 경신
놀이동산·번화가 사람들 몰려
백화점 식당가도 곳곳 대기줄

시민들 “집에만 있을 수 없어
거리두기 잘 지키면 괜찮을 것”
자영업자 “긴 방역 너무 지쳐”
거리두기 간데없어 26일 서울 시내 한 대형 쇼핑몰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 전날 3000명대에 이어 이날 2700명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대확산 우려가 크지만, 시민들은 방역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확진자가 갑자기 확 증가하니까 걱정도 되지만 집에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26일 ‘연트럴파크’라 불리는 서울 마포구의 경의선 숲길에서 만난 전우성(22)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피로감이 누적됐다며 전한 말이다.

친구들을 만나러 인천에서 왔다는 전씨는 “상황이 심각한 것은 알고 있지만 (사태가) 1년 이상 지속하다 보니 이제는 확실히 경각심이 덜 드는 것 같다”며 “다만 친구도 4명까지 만나는 등 최소한의 방역수칙은 지킨다”고 말했다.

이날 전씨처럼 친구와 연인, 가족끼리 경의선 숲길을 찾는 발길은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공원 주변에 늘어선 음식점은 대체로 한산한 모습이었지만, 맛집으로 알려진 몇몇 식당에는 대기 줄이 있을 정도로 붐볐다.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최다 기록을 경신하는 등 상황이 악화일로에 있지만 시민들의 방역 긴장감은 느슨해진 모습이다.

전날 마포구 망원동의 한 우동집에 가려던 직장인 양모(29)씨는 식당에 들어서지도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저녁 시간이었던 오후 7시쯤 가게 앞에 20명이 넘는 대기 줄이 있었기 때문이다. 양씨는 “코로나19가 없는 세상 같았다. 사람들이 이젠 (방역을) 포기했구나 싶었다”며 “상황이 심각한데 (감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먹으러 갈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경기 과천의 서울대공원에도 많은 방문객이 몰렸다. 공원 입구가 있는 서울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 1번 출구에는 음식을 파는 상인과 나들이객으로 북적였다. 대공원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코끼리 열차’를 타는 줄도 길었다. 서울에서 자녀 둘과 함께 온 A(41)씨는 “코로나19가 심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이는 밖에서 뛰어놀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면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초 개점한 뒤 주말마다 수만명의 방문객이 몰리는 여의도의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에는 이날도 많은 사람이 찾았다. 백화점 식당가에는 매장마다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백화점 관계자는 평소 주말보다는 방문객이 줄었다고 설명했지만, 대부분 식당 앞에는 대기 줄이 이어졌다.

비슷한 시각 용산구 아이파크몰 내 한 음식점 앞은 개점 전부터 대기 중인 손님 50여명으로 붐볐다. 친구들과 왔다는 대학생 차모(24)씨는 “유명한 맛집이라고 해서 일찍부터 기다리는 중”이라며 “확진자가 많이 나온다고 집안에서만 지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37)씨는 “사람이 많이 몰려 좀 불안하긴 한데, 저는 얀센 백신 맞았고 같이 온 친구도 1차 접종은 마쳐서 별로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임시선별검사소에도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오후 2시쯤 서울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에는 대기자만 70명 정도 됐다. 같은 반 친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검사를 왔다는 고교생 김모(18)군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주변에서 확진자가 생기니 당황스러웠다”며 “(사람들이) 이제는 다소 무덤덤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벌써 ‘위드(With) 코로나’인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용산역 임시선별검사소 앞에서 대기하던 윤모(28)씨는 “아르바이트하는 가게에 다녀간 손님이 확진됐다는 소식을 오늘 아침에 들었다”며 “주말에 문을 연 검사소가 얼마 없어서 그냥 내일 받을까 하다가 괜히 불안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도 짙어지고 있다. 서울 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유영현(56)씨는 “1년 넘게 지속하는 상황에 너무 지친다. 확진자가 폭증해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 같다”며 “차라리 한 2주 정도 이동을 전면 통제해서 상황을 안정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6일 경기도 성남시청 재난안전상황실 모니터에 전국의 누적 확진자 수와 신규 확진자 수가 표시돼 있다. 뉴스1

◆신규 확진자 85%가 접종 미완료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10명 중 8명은 백신 1차 접종자·미접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정점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접종완료율이 70%가 넘을 때까지 방역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6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0시 기준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은 45.2%다. 코로나19 확산세를 차단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최근 확진자는 미접종자와 1차 접종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방대본이 이달 5∼18일 발생한 만 18세 이상 확진자 2만1741명의 예방접종력을 분석한 결과 미접종자가 54.9%(1만1945명)였고, 1차 접종자가 30.6%였다. 접종 완료자가 아닌 사람이 전체 확진자의 85.5%에 이른다.

 

확진자의 연령을 보면 18∼49세가 65.5%(백신 미접종자 49%, 1차 접종자 16.5%)를 차지한다. 연령별로는 18∼29세가 전체 확진자의 26%, 30대와 40대가 각각 20.1%, 19.4%로 집계됐다.

 

백신 접종완료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사회 활동은 활발한 20∼40대 연령층에서 확진자가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18∼49세 접종 완료율은 31∼35% 수준으로, 전체 평균에도 못 미친다. 1차 접종률은 80%대인데, 1차만으로는 델타 변이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떨어진다. 1차 접종을 했다고 방역 긴장을 늦추는 경향이 코로나19 확산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60세 이상에서는 돌파감염이 늘고 있다. 지난 5∼18일 확진자 중 접종 완료자는 3152명인데, 56.2%(1772명)가 60세 이상이다. 정부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지 6개월이 지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입소해 있는 면역력이 낮은 고위험군에 대해 부스터샷을 실시해 면역력을 높여 돌파감염을 막을 계획이다.

 

26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공원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 당국은 당분간 확진자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추석 연휴 이동량·접촉 증가로 인한 영향이 이번주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전날과 이날 확진자가 급증한 것은 추석 때 검사를 미뤘던 감염자의 접촉자나 유증상자들이 연휴 직후 검사를 받은 상황이 일부 반영됐다. 추석 연휴 직후 일평균 20만건 이상의 검사가 이뤄졌고, 수도권 임시선별검소사에서는 하루 최다인 15만여건, 비수도권 임시 선별검사소에서는 3만여건의 검사가 각각 시행됐다. 이들은 추석 연휴 전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10월 2∼4일, 9∼11일 두 번의 연휴도 이동량을 증가시켜 확산세를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향후 1∼2주 동안은 확진자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며 “최근 감염 재생산지수는 1.03으로, (지금은) 조금 더 높아졌을 것으로 보이는데 현 추세대로라면 하루 3000명대 이상의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 본부장은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해서는 전국민 70% 이상이 예방접종을 완료하는 10월 말까지 방역 상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소 2주간은 사적모임을 취소하거나 연기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종민 기자, 과천=구현모 기자, 이진경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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