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핵잠수함' 보유 지원 나선 美… 한국 도입 가능성은?

美, 비확산 원칙 이유로 거절… 국내 기술로 건조 가능
소형 원자로 피폭 우려 없이 제작·핵연료 확보 걸림돌
가능성 작지만 한반도 정세 변화 속 상황 달라질 수도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미국이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핵잠수함) 보유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한국의 도입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북한의 핵 위협과 중국의 해양팽창 대비를 위해 미국이 호주처럼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을 도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영국·호주 3개국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3자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발족했다. 미·영 양국이 호주의 핵잠수함 보유를 지원하고 18개월간 공동연구를 진행키로 한 부분이 핵심이다. 지난 1958년 영국에 잠수함용 원자로를 제공한 이후 미국이 다른 나라의 핵잠수함 도입을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핵잠수함은 기존 디젤 잠수함과 달리 무제한에 가까운 잠항이 가능, 해군력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분석된다. 북한은 물론 일본, 중국 등 해양 강국들과 바다를 맞대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도 그 필요성이 지속해서 제기돼왔다.

해군 참모차장을 지낸 김판규 세종대 국방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핵잠수함을 도입할 경우 우리 해군 전력의 5~10배는 강해지는 효과가 있다”며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우리보다 해군력이 뛰어난 중국과 일본에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로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 필요성이 지속해서 제기되지만, 현재까지 실질적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인 2017년 4월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핵잠수함이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가 됐고, 이를 위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에는 김현종 당시 국가안보실 2차장이 미국을 방문, 핵추진잠수함에 필요한 핵연료 제공을 요청했지만, 미국은 비확산 원칙을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7월 28일 미 해군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오클라호마시티호(SSN Oklahoma City)가 부산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우선 국내 기술 수준으로도 핵잠수함 건조가 가능하다는 것이 학계의 분석이다. 다만 잠수함용 소형 원자로를 방사선 피폭 우려 없이 제작하는 것과 핵연료의 안정적 확보가 걸림돌이다. 핵잠수함을 가동하려면 우라늄을 20% 이상 농축해야 하는데, 이는 군사적 목적 사용에 해당한다. 한·미 원자력협정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정상 군사적 목적 핵물질 사용은 제한돼 있다. 핵연료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또는 미국 정부의 양해가 필요하다. 결국 미국이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의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현재까지는 호주에 대한 핵잠수함 지원을 예외적 조치로 규정한 미국이 당장 한국을 도와줄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 고위 당국자도 호주 핵잠수함 지원에 대해 “솔직히 말해 이는 많은 측면에서 우리 정책의 예외”라며 “단 한 번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내년 대선 이후 한반도 정세에 변화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북한의 SLBM 위협이 가시화하고 중국의 해양팽창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지난 15일 철도기동미사일연대의 검열사격훈련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판규 교수는 “중국의 해양 확장은 큰 위협이고, 북한이 SLBM 시험 발사까지 성공한다면 미국이 한국과 공동 대응을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며 “차기 정부에서 우리 정부가 핵잠수함의 필요성을 미국에 잘 전달한다면 미국이 충분히 협력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욱 한남대 경영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도 “미국의 이번 지원 결정은 호주가 확실하게 대중견제 노선에 들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국이 한국도 확실하게 중국 견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면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구윤모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