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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정주행… 지루할 틈없는 ‘집콕’ 연휴

입력 : 2021-09-18 08:00:00 수정 : 2021-09-15 19: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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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도 영화도 볼만큼 봤다면

D.P, 베트남·태국서도 인기… 김보통 작가의 웹툰은 드라마보다 조금 더 무겁고 현실적
피부색에 대한 편견 다룬 ‘패싱’·기괴한 공포물 ‘피버드림’ 넷플릭스 예정작 미리보는 재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네 자릿수를 기록한 지 벌써 70여일째. 이번 추석도 어김없이 ‘집콕’이다. 집안 생활이 길어지면서 어지간한 드라마와 영화는 섭렵했을 테다. 그렇다면 이번 연휴엔 드라마와 그 원작들을 함께 ‘정주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 원작은 긴 호흡으로 드라마·영화가 다 담지 못한 진한 재미를 선사한다. 원작과 드라마·영화의 차이점을 찾아보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코로나19에 발목 잡힌 연휴를 가볍게 해줄 원작들을 엄선했다.

 

◆영상이 담지 못한 원작만의 매력

 

요즘 이슈는 단연 넷플릭스 드라마 ‘D.P’다. 탈영을 소재로 군 폭력과 사회 부조리를 다룬 ‘D.P’는 지난달 말 공개되자마자 국내는 물론 징병제 국가인 태국, 베트남에서도 넷플릭스 인기순위 1위에 올랐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원작인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도 재조명되고 있다.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에서 1위를 기록했고, 1∼4편으로 구성된 단행본도 재출간돼 교보문고 만화분야 베스트셀러 10위권을 지키고 있다. 드라마와 다른 원작의 매력은 뭘까. 우선 원작은 드라마보다 더 어둡고 건조하다. 드라마에서 채 풀지 않은 다양한 사연들이 르포처럼 다가온다. 덤덤하고도 충실한 이야기들을 듣노라면 복잡한 감정들이 가슴에 새겨진다.

 

최근 개봉한 이우정 감독의 영화 ‘최선의 삶’도 원작이 따로 있다. 제4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인 임솔아 작가의 동명 장편소설이다. 불안하고 예민한 10대 소녀 강이와 아람, 소영의 이야기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소녀들의 불안정한 내면과 이들의 역학관계는 묘한 기시감을 자아낸다. 이 작품은 “‘성장’의 여러 방향 중에서도 가장 냉혹하고 잔인한 경로를 현실에 단단히 뿌리박고서 담담하게 따라간 소설”이라는 평을 받는다. 특히 이 원작소설은 109분으로 축약된 영화의 빈칸을 메워준다. 영화는 18살인 강이가 지나온 시간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압축했지만 원작은 강이의 16살부터 20살 남짓까지 겪게 되는 이야기와 세세한 감정들을 따라간다.

 

앞선 두 작품이 다소 무겁게 느껴진다면 오는 17일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로 첫선을 보이는 웹툰 ‘유미의 세포들’을 추천한다. 2015년부터 5년간 누적 조회 수 32억뷰를 기록한 이동건 작가의 작품으로, 단행본만 13권에 이른다. 머릿속 세포들이 각 캐릭터의 이성과 감성, 식욕, 성욕, 사랑 등을 조절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인기를 모았다. 드라마 첫 화와 함께 연휴 기간 ‘정주행’해 볼 만한 작품이다.

 

최근 종영한 티빙 드라마의 동명 원작인 ‘마녀식당으로 오세요’는 2016년 출간 당시 ‘한국형 판타지의 등장’이라는 찬사를 들었던 피카레스크(독립된 각각의 이야기에 동일한 인물이 등장하는 구성의 연작 형식) 소설이다. 제3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을 받았다. 각 에피소드마다 학교폭력 피해자, 구직 중인 청년 등 상처 입은 인물들이 등장해 소원을 빌기 위해 마녀식당을 찾는다. 제각각 품은 사연은 따뜻한 음식이 되어 식탁에 오르고, 팍팍한 삶에 마법 같은 순간을 가져다준다. 올 초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동명 소설도 유쾌하다. 사람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알록달록한 ‘젤리 유령’을 볼 줄 아는 안은영이 각종 요괴를 물리치며 학교를 둘러싼 비리와 음모를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넷플릭스 예정작, 소설로 미리 만나볼까

 

아직 공개되지 않은 영화들을 소설을 통해 먼저 만나보는 것도 묘미다.

 

최근 민음사와 문학동네는 소설 ‘패싱’의 번역작을 잇달아 출간했다. ‘패싱’은 흑인이 인종적 정체성을 숨기고 백인 행세를 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미국의 흑인 여성 작가 넬라 라슨(1891∼1964)이 집필했다.

 

이 소설은 1920년대 미 뉴욕 할렘을 배경으로 백인처럼 밝은 피부색을 지닌 두 흑백 혼혈 여성 클레어와 아이린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의 ‘패싱’은 사회적 차별로 인한 어쩔 수 없는 행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흰색이 주는 사회적 보호와 이익을 욕망하고 인종 정체성의 경계를 탐색하는 여성 인물들의 주체적인 행보로 그려진다.

 

이 작품은 레베카 홀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으로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아르헨티나 작가 사만타 슈웨블린의 소설 ‘피버 드림’도 넷플릭스에서 페루 출신 클라우디아 요사 감독의 영화로 공개를 앞두고 있다. 2017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셜리잭슨상 중편부문을 수상한 사만타 슈웨블린의 대표작이자 국내 첫 출간작이다.

 

소설은 시골 병원 침대에 누워 죽어가는 여인 아만다와 마을 소년 다비드의 대화로만 전개되는 독특한 형식을 취한다. 동물들이 원인 모를 죽음을 당하는 현상을 목격하고, 마을 재앙의 원인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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