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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건국 이후 첫 백인 인구 감소… ‘무지개 국가’로 갈까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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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26 14:00:00 수정 : 2021-09-26 1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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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센서스’가 던지는 의미는

백인 1억9100만… 10년전보다 500만 줄어
전체 비중도 57.8%로 2010년보다 5.9%P↓
히스패닉 23%↑… 흑인과 비중차 더 커져
캘리포니아선 히스패닉 비중 백인 추월
아시아계 10년간 36% 늘어 성장 가장 빨라

브루킹스硏 “2045년 백인 비율 50% 아래로”
전문가 “백인 우월주의 되레 심화” 한목소리
극우단체 ‘생존 위협’ 메시지로 악용 우려
“백인, 상류층 구조선 ‘무지개 국가’ 요원
교육과정 백인 내재적 우월의식 없애야”

미국 건국 이후 처음으로 백인이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약 25년 뒤에는 백인의 비중이 인구의 절반에도 못 미쳐 미국이 어떤 인종도 다수를 점하지 못하는 ‘무지개 국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인종 다양성은 사상의 유연성으로 이어질까. 전문가들의 예상은 ‘아니요’이다. 백인 우월주의가 오히려 공고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종이 다양해진다고 해서 뿌리깊은 ‘백인 우월의식’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소수가 외치는 우월주의는 보다 강경해지지 않을까. 백인의 감소는 미국에 어떤 의미가 될까.

◆“2045년엔 美 백인 절반 이하로”

미 인구통계국은 최근 관련 자료를 발표하고 백인 인구가 1억9100만명으로 2010년(1억9600만명)보다 줄었다고 밝혔다. 미국은 1790년 독립 이후 10년마다 인구조사를 시행하는데, 백인 인구의 절대치가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미국인 중 백인의 비율도 57.8%로 2010년(63.7%)에 비해 감소했다.

 

미국 전체 인구 가운데 히스패닉은 지난해 6210만명으로 10년 전보다 23% 증가했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7%였다. 이어 흑인 12.1%, 아시아계 6.1% 등 순이었다.

지난해 미국 인구는 3억3100만명으로 10년간 7.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증가분은 히스패닉과 아시아계가 늘어난 영향이다. 증가한 인구 중 절반 이상인 51.1%가 히스패닉이었다. 성장세가 가장 빠른 인종은 아시아계로, 10년간 36% 증가했다. 히스패닉은 23%, 흑인은 6% 늘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히스패닉 인구가 백인을 추월했다. 특히 멕시코 접경지인 캘리포니아주는 히스패닉 비율이 39.4%로 백인(34.7%)보다 높았다.

백인 감소 영향으로 미국에서 인종 다양화는 계속 진행될 전망이다.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2045년에는 백인의 비율이 50%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때가 되면 미국에서 어느 인종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2045년의 미국은 다양한 인종과 피부색이 결합되고, 서로의 정체성이 존중받는 ‘무지개 국가’가 될까. 그러나 이런 장밋빛 전망은 현실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대다수를 차지하는 백인이 소수자로 전락하더라도 ‘백인 우월주의’는 오히려 더 견고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CNN의 인구문제 전문 칼럼니스트 존 블레이크는 “미국의 (인종) 다양성이 늘어난다고 해서 인종 평등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피부색이 어두울수록 사회·경제 사다리의 맨 아래에 두는 인종적 계층구조가 사라지지 않는 한 백인 우월주의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인 우월주의를 자처하는 극우단체들이 미국 내 인종 다양화를 잘못된 방향으로 선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종 정체성을 연구하는 제니퍼 리체슨 예일대 교수는 미 공영 라디오 NPR에 “(백인이 줄고 있다는) 자료가 ‘우리 집단이 전멸당하고 있으며,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최악의 메시지로 이용될 수 있다”면서 “백인들 사이에선 이미 ‘우리가 위태롭다’며 불안을 조장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재적 우월의식 없애야 변화 생겨”

백인 우월주의는 ‘우리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는 인식에서 기인한다. 미국 보건분야 비영리단체 카이저패밀리재단(KFF)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미국 백인 중 빈곤층은 9.0%로, 10년 전인 2009년(10.0%)에 비해 거의 줄지 않았다. 흑인과 히스패닉의 빈곤층은 각각 21.2%와 17.2%로, 두 집단 모두 10년 전 대비 4%포인트 이상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이 자료는 흑인과 히스패닉의 가난 문제가 개선되는 동안 백인은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논리의 근거로 쓰인다. 이어 ‘백인의 부를 이민자인 흑인과 히스패닉이 빼앗아갔다’는 주장으로 발전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3년 전 백인 우월주의자와 극우 단체 등이 모여 17명의 사상자를 냈던 ‘샬러츠빌 폭동’을 언급하며 “1960년대까지 백인 남성은 미국의 문화 및 경제 피라미드 꼭대기에 앉아 있었지만, 이민자 증가로 이런 신화는 무너졌다”며 “백인들은 이를 미국 문화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다양성 증대를 자신의 가치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 8월 28일 미국 샬러츠빌에서 워싱턴까지 성직자 1,000명이 정의 행진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우선 교육 과정에 있는 내재적 우월의식을 없애야 한다고 진단한다. 미국 내 뿌리깊은 백인 우월의식을 철폐하지 않는 한 인종 다양화가 자연스럽게 ‘무지개 국가’로 이어질 순 없다는 예상이다. 블레이크 칼럼니스트는 “언젠가는 다수 인종이 없는 미국에서 살겠지만, 백인이 상류층인 계층구조가 지속된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학교·가정·사법 체계 내 조직적 인종 차별주의를 근절하는 등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다인종’으로 인식하는 미국인 비율이 증가한 것이 백인 인구 감소에 영향을 줬다는 시각도 있다. 2000년부터 인구통계국은 인종을 묻는 질문에 답할 때 두 개 이상의 답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NPR는 이번 인구 조사에서 백인만 선택한 사람은 2010년 조사보다 줄었지만 백인 범주와 다른 인종을 함께 선택한 사람은 316%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리체슨 교수는 “백인을 포함해 인종을 분류하는 방법은 복잡한 문제가 많이 있다”며 “미국 백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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