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후보들, 너도나도 ‘청년 공약’… “돈 아닌 정책 필요”

이재명 캠프 “청년에 구직급여”
계획 묻자 “방법 찾아 진행 중”
이낙연은 軍 전역 후 3000만원
정세균은 만 20세에 1억 지급
전문가 “돈이 아닌 정책이 필요”

정세균(왼쪽부터),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이재명,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에서 열린 본경선 2차 TV 토론회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MZ(1980~2000년대생)세대’에게 희망을 주기 위함인가, 성난 2030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희망사항 들어주기인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선 경선 후보들이 잇따라 청년 공약을 제시하고 있지만 ‘선심성 퍼주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자리 확대와 주거환경 안정화 등 청년층에 절실한 정책도 일부 담고 있으나, 군 전역 시 3000만원 지급, 청년 구직급여 지급 등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공약을 세부계획도 없이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5일 이재명 캠프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호 청년공약을 발표했다. 2023년부터 국민 일반에 지급하겠다는 기본소득과 별도로 19~29세 청년한테 청년기본소득을 연간 100만원씩 지급하는 안을 비롯해 생애 1회에 한해 구직급여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기본주택 우선 공급, 학점비례 등록금제, 군복무 청년 상해보험 지원 등도 주장했다.

이재명 캠프 권지웅 청년대변인은 “청년들이 직접 만든 정책이라 다를 것”이라며 다른 후보와 차별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실행 계획 등 세부사안과 관련해선 “방법을 찾아 진행한다”, “확정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특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 경우 지급하는 청년 구직급여 지급기준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 소득이나 자산규모 격차 등을 고려해 차등지급할지 보편지급할지 등 큰 틀의 방향조차 마련하지 않고 공약만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선 후보(오른쪽)가 5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원천 행복주택 현장을 방문해 입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수원=뉴스1

청년 대상 현금 복지 정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낙연 후보는 군 전역 장병에게 사회출발자금 3000만원 지급, 자궁경부암 백신 무료접종 연령대를 만 26세 여성으로 확대, 희망자에 한해 만 18세 이하 남성 청소년도 자궁경부암 백신 대상 지정 등의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청년층을 겨냥한 1인가구 최저주거기준 상향 공약도 제안했다. 현행 14㎡(4.2평)인 1인가구 최저 주거면적을 25㎡(8평)로 넓히는 것이 골자다. 이낙연 후보는 지난 5월 출간한 총 408쪽 분량 대담집 ‘이낙연의 약속’에서 ‘청년’만 232회 언급했다. ‘복지’(80회), ‘경제’(123회)보다도 많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경선 후보가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에서 토론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세균 후보는 만 20세 청년에게 1억원을 지급하는 ‘미래씨앗통장’을 대표 청년 공약으로 제시했다. 정부와 기업 노동계 사회협약을 통한 청년 신규채용 확대 및 사병 월급 최저임금 수준 인상 등을 내걸었다. 김두관 의원은 모든 신생아 몫으로 3000만원을 공공기관에 신탁한 뒤 만 20세가 되는 해에 2배인 6000만원 이상 자산을 지급하는 ‘신생아 기본자산제’를 공약했고, 추미애 후보는 1조원 규모 청년 평화기금 설치 및 대북 경제협력 사업에 청년 고용 의무할당제 5% 이상 의무화를 내걸었다. 전날 본경선 2차 방송토론회에서 이재명, 이낙연, 정세균 후보에게 ‘세금 낭비 금·은·동’이라고 한 박용진 후보는 청년 안식년제, 실업급여 수급권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연세대 양승함 명예교수(정치외교학)는 “자율성을 잃은 청년층을 국가로부터 얻어먹게 하는 존재로 만들자는 것”이라며 “돈이 아니라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배민영, 이동수, 김현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