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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웠는데 다시 등장한 ‘쥴리 벽화 문구’… 일대 또다시 ‘아수라장’ [밀착취재]

, 밀착취재

입력 : 2021-07-31 08:00:00 수정 : 2021-07-31 10: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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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서점 ‘쥴리의 꿈’ 벽화, 건물주가 논란된 문구 지우자
진보 유튜버가 다시 문구 써… “文 대통령 비방 문구에 화나서”
서점직원이 다시 검은색 스프레이로 문구 지웠지만
유튜버·지지자들 서로 욕설…거리두기 방역 지침도 안 지켜
일대 혼란으로 인근 상점들 영업 못 하고 시민들만 피해
논란이 된 문구를 지운 벽화. 이정한 기자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킨 후 지워졌던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 문구가 반나절도 채 안돼 다시 등장했다. 

 

30일 오후 4시쯤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서점 앞에서 보수 성향 유튜버들과 진보 성향 유튜버들, 시민들이 뒤엉켜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이들은 서로 욕설을 내뱉으며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인의 이름을 경쟁하듯 외쳤다. 길 한복판에서 마구잡이로 유튜브 영상을 찍고 불특정 다수에게 거친 말을 계속하는 탓에 주변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전날 이 서점 외벽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그려진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벽화엔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문구와 함께 ‘2000 아무개 의사, 2005 조 회장, 2006 아무개 평검사, 2006 양 검사, 2007 BM 대표, 2008 김 아나운서, 2009 윤 서방 검사’ 등의 글씨가 적혔다. 해당 벽화가 그려진 건 2주 전쯤으로, 건물주 여모씨가 한 작가에게 의뢰해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벽화에 반발한 보수 성향 유튜버들과 시민들이 몰리면서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주변 시민들 불편이 커지자 서점 관계자는 더 이상의 마찰을 막기 위해 이날 오전 9시14분쯤 벽화의 문구를 흰색 페인트로 모두 지웠다.

 

하지만 이날 논란의 문구가 또다시 등장했다. 전날과 같은 내용의 글에 ‘석열아 쥴리가 누구냐!!’는 문구가 더해졌다. 서점 관계자는 “점심을 먹고 왔더니 한 손님이 벽화에 문구가 다시 쓰여있다고 알렸다”며 “밖에 나가보니 유튜버들끼리 왜 글을 썼느냐고 옥신각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벽면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문구가 다시 적혔다. 이정한 기자

문구를 다시 쓴 사람은 진보 성향의 유튜버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제가 썼다”고 밝혔다. 그는 왜 다시 썼느냐는 물음에 “벽화에 적힌 ‘문재인 X자식’을 보고 열 받아서 비방 글을 다시 썼다. 저 문구를 지우면 내 글도 지우겠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 유튜브 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이 소란으로 인한 피해는 시민들의 몫이었다. 근처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몰려든 사람들에게 “여기는 가게 앞이니까 막지 말라”고 연신 소리쳤다. A씨는 “오늘 손님 한 테이블도 못 받았다. 화나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시민들은 지나다니는 도로에서 거칠게 행동하는 유튜버들을 피해 길을 돌아가거나 방어하듯이 일행을 감싸고 가기도 했다.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관계자가 논란이 된 ‘쥴리 벽화’의 문구를 검은색 스프레이로 지우고 있다. 이정한 기자

많은 사람이 몰린 탓에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유튜버와 지지자들은 거리두기 지침이 무색하게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분위기가 격앙돼 폭언이 오갈 때는 더 바짝 다가가 서로 삿대질을 했다.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고성을 지르는 사람들도 간혹 보였다.

 

전날 방역수칙 감독을 나왔던 종로구청 직원들은 이날은 나오지 못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백신 위탁 의료기관 관리·감독을 나가서 오늘은 인력이 없었다”며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빨리 현장에 나가보라고 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문구를 지운 벽화. 이정한 기자

소란은 한동안 계속되다가 문구가 지워지자 일단락됐다. 오후 4시45분쯤 경찰은 서점 외벽 앞에 모인 유튜버들과 시민들을 통제했다. 서점 측에서 다시 적힌 문구를 지우겠다고 밝히면서 혹시 모를 마찰을 막기 위해서였다. 경찰이 외벽이 있는 골목 출입을 막자 이에 항의하는 사람들 때문에 일대는 또다시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경찰의 통제 속에 서점 관계자는 4시53분쯤 검은색 페인트 스프레이로 해당 문구를 모두 지웠다.

 

문구가 다시 지워지자 서점 근처에 있던 절반가량의 유튜버들과 지지자들은 곧 자리를 떴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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