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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尹·崔, 과거 남이 한 일 조사·감사하던 사람들…미래 만드는 일에 적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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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6 07:00:00 수정 : 2021-07-26 07: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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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내려놓고 제 가치에 동참하겠다면 어느 세력이든 합치겠다”
“내년 대선 시대정신으로는 기회와 통합 그리고 아래로부터의 반란”
“제3지대? 정치권의 언어일 뿐…국민들은 이미 보수·진보 뛰어넘었다”
“기본소득, 중장기적으로 중요, 단기적 추진엔 X…포퓰리즘은 우려”

잠재적 대권주자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흙수저 신화’로 통한다. 그는 11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청계천 무허가 판자촌에서 살았을 정도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려운 형편 탓에 빨리 돈을 벌고자 덕수상고에 진학했다. 이후 한국신탁은행(현 하나은행)에 입사해 야간대학인 국제대(현 서경대)에 다니며 입법고시와 행정고시를 동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사회에 발을 들였다. 이런 스토리 덕분에 그는 누구보다 ‘기회’를 강조한다. 그는 책 ‘대한민국 금기깨기’에서 대한민국을 ‘국가과잉과 격차과잉, 불신과잉’의 사회라고 진단한 뒤 기회복지국가의 길로 가야 한다고 했다.

 

김 전 부총리의 행보는 여야 모두 관심을 받고 있다. 진보와 보수 정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 전 부총리는 “두 개의 선택지를 내놓고 답을 강요하면 문제 출제가 잘못된 것”이라며 “정치판을 바꾸겠다는 저의 가치에 동참하고자 하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면 어떤 세력, 어떤 분들과도 힘을 합칠 수 있다”고 밝혔다. 제3지대에 머물며 내년 3월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보수·진보가 어디 있나. 철 지난 이야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기존의 정치세력에는 (세력 교체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견고한 정치권의 진입장벽을 쳐놓고 기득권을 버리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전 부총리는 ‘정치세력 교체’를 화두로 제시하고 본인이 적임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신당 창당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포럼’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부총리의 향후 행보는 안갯속이다. 지금까지 진보와 보수 정부를 가리지 않고 중역을 맡았고, 문재인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냈지만 ‘소득주도 성장’에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음 대선의 시대정신으로는 ‘아래로부터의 반란’을 제시했다. 

 

그는 여야 유력 주자들의 정책과 행보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참여중인 이재명 후보가 내건 ‘전 국민 연 100만원 기본소득’ 공약에 대해 “(중장기적으로는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단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안은 아니다”며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면서 촘촘하고 두터운 사회안전망을 통한 보편적 복지로 가는 게 맞다”고 제안했다. 이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라며 “양극화와 함께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포퓰리즘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야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해서도 “권력기관장·헌법기관장이 임기 전에 나와서 정치하겠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과거에 남이 한 일을 조사·감사하는 일을 하셨던 분들이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적합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아래는 김 전 부총리와의 일문일답.

 

-경제부총리 퇴직 후 2년 이상을 바깥에서 보냈다. 그리고 ‘대한민국 금기 깨기’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어떤 얘기들을 담았고, 반응은 어떤가.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책이다. 삶의 현장에서 국민들을 보면서 느낀 점들, 공직 경험에서 깨달았던 것들, 공직에서 미처 깨닫지 못한 것들, 부족했던 것들을 성찰하면서 세 가지 질문, 즉 문제, 해답, 실천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고 했다. 요새 많은 정치 지도자들께서 미래 얘기보다 과거 얘기 많이 하시는데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좋은 내용을 많이 썼다는 얘기를 들어서 기쁘다.”

 

 

-다음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

 

“미래에 대한 지향점은 ‘기회’와 ‘통합’이다. 더 많은 기회, 더 고른 기회를 만들고 진영 논리로 쪼개진 나라를 통합해야 한다. 이와 같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실천인 ‘아래로부터의 반란’이 시대정신이 되어야 한다. 큰 잠재력을 가진 우리 국민이 목소리를 내고 의사결정에 참여토록 해서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출간한 책에서 ‘통합’을 강조하면서 정치권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아 보이는데.

 

“쉬운 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 통합을 위해선 기득권의 솔선수범과 자기희생이 첫 번째다. 정치권부터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야 수많은 과제들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에 각종 이익단체 등의 동참을 요청할 수 있다. 자기진영 금기를 먼저 깨는 쪽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정치권의 승자독식구조를 깨야 하는데 이를 위해 단순 다수 소선거구제 등 선거법부터 바꿔야 한다. 이 구조를 깨기 위한 정치세력교체와 정치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정치세력 교체’를 주장하는데 정주영·문국현·안철수 등 그동안 기성 정치권 바깥 인사가 세력교체를 주장하면서 대선에 나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교훈을 얻은 게 있나.

 

“제가 생각하는 세력교체와 그분들 주장이 같은 것인지 동의하기 어렵다. 지금의 양당구조 하에서는 우리 경제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바꿀 수 없다. 지방을 다녀보니 많은 분들이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었다. 보수가 어디 있고 진보가 어디 있나. 철지난 얘기다. 제3지대 얘기를 많이 하지만 정치권의 언어일 뿐이다. 기득권을 유지‧확장하려고 하는 생각을 가진 확신범들이 하는 얘긴지는 모르겠다. 언젠간 깨져야 한다. 이번에 될지 다음에 될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시도하면서 아래로부터의 반란을 통해 기존 정치판 자체를 바꿔야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김 전 부총리를 “범야권 인사”라고 지칭했는데 동의하시는가.

 

“이쪽에선 범여권이라고 얘기하시는 분도 있더라.(웃음) 저는 이미 분명한 답을 했다. 1인지, 2인지 답을 묻지만 그런 전제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뛰어넘고 싶다. 정치판을 바꾸겠다는 저의 가치에 동참하고자 하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면 어떤 세력, 어떤 분들과도 힘을 합칠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정치세력에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견고한 정치권의 진입장벽을 쳐놓고 기득권을 버리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두 개의 선택지를 내놓고 답을 강요하신다면 문제 출제가 잘못됐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

 

-포럼을 곧 출범하는데 신당 창당으로 이어지는 과정인가.

 

“포럼은 미래를 대비하는 어젠다와 대안 준비를 위한 모임이다. 이번 대선 후보들도 이런 주제에 대해 토론해야 한다. 아무도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과거를 이야기하고 다른 쪽에 대한 네거티브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이래서는 안 된다. 국민들 보시기에 가장 준비되고 미래에 대해 역할을 잘할 사람이 누구인지 가리는 장을 만들고 싶다. 포럼은 그런 것을 준비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다. 이젠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많은 분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을 것이다. 많은 동참을 바란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임기 내 청년에게 연 200만원, 전국민 100만원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제시했는데 어떻게 보셨나.

 

“기술발달과 인공지능(AI)이 등장하면서 일하는 소수와 일하지 않는 다수의 형태로 노동시장이 전개된다면 기본소득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그렇지만 지금 단계에선 단기적으로 추진할 사안은 아니다  이것을 재난지원금이나 복지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보편적 복지는 가야할 길임에 틀림없다. 보편적 복지의 철학은 누구에게나 주는 획일이 아니라 수요가 있는 사람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형평이다. 우선은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면서 촘촘하고 두터운 사회 안전망을 통한 보편적 복지로 가는 게 맞다. 기본소득 논의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다. 양극화와 함께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 나온다. 우리의 경우 정도의 차이일 뿐 보수와 진보가 마찬가지다.”

 

-재난지원금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 지사와 여권에서는 기획재정부를 강하게 질타한다. 심지어 ‘기재부의 나라냐’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 나라는 기재부의 나라도 아니고, 정치인의 나라도 아니다. 오로지 국민의 나라일 뿐이다. 정치인들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그런 표현을 쓰는 것은 ‘편가르기의 전형’이다. 제가 알고 있는 전·현직 어느 기재부 공무원도 이 나라를 기재부의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 때로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판단이 조금 성숙하지 못해 실수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을 가지고 기재부의 나라라고 질타하는 건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 제가 기재부 수장까지 했으니까 이렇게 생각한다고 하신다면 그 역시 제 진의와 충정을 곡해하시는 것이다.”

 

-부총리 시절 주52시간 노동시간 단축 성과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윤석열 점 검찰총장이 주 52시간제를 비판하면서 “1주일에 52시간이 아니라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한 발언이 논란이 됐다. 어떻게 보셨나.

 

“한마디로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그 얘기를 진지하게 하신 얘기라면 노동시장과 일에 대한 전혀 이해가 없는 말씀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 소득주도성장, 부동산정책과 함께 정부 안에서 저와 이견이 많았던 사안이다. 이 주제들에 대해 제 나름대로 강한 소신을 표명했다. 근로시간은 단축하는 게 맞다.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은 너무 많다. 이것은 삶의 질 문제와 직결돼 있다. 그렇지만 그런 과정에서 직종과 직업, 기업규모, 계층의 특성에 따라 신축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고 시장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예측 가능성, 소통, 보완책이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임기를 마치지 않고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지지율이 나온 것을 두고 국민의 부름을 받았다고 할 것 같은데.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권력기관장이, 헌법기관장이 임기 전에 나와서 정치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느 특정인이나 어느 특정 정권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두 분은 자기 위치에서 전문성이나 나름대로의 위치까지 가셨지만 그동안 하셨던 일들은 과거 남이 한 일 조사하고, 감사하는 일을 하셨던 분들이다. 정치는 미래를 만드는 장이고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장이다. 이런 일에 적합할지 모르겠다. 문제는 우리 정치가 미래를 대비하고 갈등 조정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분들뿐만 아니라 정치지도자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선출직에 한 번도 도전해 보지 않고 대권으로 직행하는 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웃음) 저는 오히려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정치판을 바꿔야 하는 사람이 기존 정치판에서 활동했다면 얼마큼 사람들이 동의해 줄까. 총선 출마 권유도 받았고,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양쪽으로부터 출마 권유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선출직 경험이 없고 정치에 몸을 담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판을 바꾸자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 정치판과 정치구도로는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한다. 방법도 기존 정치인들이 했던 방법으로는 하고 싶지 않다.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얘기를 많이 듣는다. 힘들어도 뜻 있는 일,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그런 끊임없는 도전과 시도가 사회를 바꾸고 역사를 바꾼다.”


최형창 기자,곽은산 기자, 영상=이우주 기자, 사진=이재문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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