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송영애의 영화이야기] 마블이 낯설어도 ‘블랙 위도우’가 볼 만한 이유

관련이슈 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입력 : 2021-07-17 14:00:00 수정 : 2021-07-17 12:24:1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지난해 개봉 예정이었던 ‘블랙 위도우’(감독 케이트 쇼트랜드, 2021)가 지난 7월7일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영국 등지에서 개봉됐다. ‘블랙 위도우’는 23번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이하 마블 영화)로서 어벤져스 멤버 중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늘은 마블 영화가 낯설어도 영화 ‘블랙 위도우’에게 의미를 좀 부여해볼까 한다. 다시 말해 ‘블랙 위도우’가 볼만한 이유 소개라 할 수 있겠다. 

 

블랙 위도우라는 캐릭터가 처음 등장했던 건 2010년 ‘아이언맨2’(감독 존 파브로)에서였다. 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하기엔 비중이 덜 커 보이기도 했는데, 이후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까지 7편에서 등장했다. (쿠키 영상 등에 잠시 출연한 영화까지 포함하면 9편이다.)   

 

만약 마블 영화도 많이 보지 못했고, 캐릭터 블랙 위도우에 대해서도 별로 기억하는 게 없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냥 새로운 영화를 보는 마음으로 보면 된다. 

 

전편과 연결되는 마블 영화 특유의 깨알 디테일을 좀 놓칠 수는 있겠으나, 내용을 이해하고 인물에 빠져드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또 다른 감동을 할 수도 있다. 개별 영화로도 여러 의미를 충분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블랙 위도우’는 마블 영화 중 흔치 않은 여성 히어로 영화라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마블 영화 23편 중 ‘캡틴 마블’(감독 애너 보든, 라이언 플렉, 2019)에 이어 두 번째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개봉이 1년여 지연되면서, 오랜만인 느낌이기도 하다. 

 

블랙 위도우 나타샤를 비롯해, 동생 옐레나, 엄마 멜리나까지 해결사 여성 3인방 모두 초능력 소유자가 아니다 보니, 좀 다른 결의 히어로 영화기도 하다. 좀 더 현실적인 느낌의 히어로 영화로서 SF영화보다는 액션영화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비 초능력자인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고도의 훈련을 받아, 두뇌와 신체를 모두 활용하는 능력자이다. 또한 나름의 계기로 각성하고 새로운 선택을 과감하게 한다. 나타샤는 이미 전향해 쉴드에 합류, 어벤져스의 일원이 됐고, 옐레나와 멜리나도 이 영화에서 과감한 선택을 하고, 행동한다.   

 

느슨하게 남성 가해자, 여성 희생자라는 구도가 설정되어 있기는 하나, 단순한 성적 대결 상황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특히 문제 해결 구도가 흥미롭다. 구원을 마냥 기다리는 여성 캐릭터나 민폐 여성 캐릭터, 무지막지 악녀 캐릭터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문제 해결 능력이 있다. 각성한 여성 구원자가 연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갈등하기도 하나, 협의가 가능하고, 서로 돕는다.  

 

또한 이 영화는 가족 화해 영화의 모습도 지닌다. 비록 생물학적으로 연결된 가족도, 실제 가족도 아닌 스파이 임무를 수행하던 단기간 위장 가족이었지만 말이다. 

 

1990년대 초 오하이오에서의 짧은 임무 수행 후 가족은 해체되었고, 어린 딸들은 스파이이자 전사로 길러지고, 엄마는 묵묵히 또 다른 임무를 수행하고, 아빠는 수감생활을 했다. 유대감이나 연대감과는 거리가 멀 것 같으나, 다시 만난 그들은 딱 가족 같다. 가족의 또 다른 의미 역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동안 어벤져스 멤버 중 아이언맨,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 앤트맨, 닥터 스트레인지, 블랙 팬서, 캡틴 마블, 스파이더맨 등이 각자의 이름을 단 솔로 영화로 소개되어, ‘블랙 위도우’는 마블 솔로 히어로 영화로는 좀 늦었다고도 할 수 있다. 

 

덕분에 ‘블랙 위도우’는 풍부한 레이어를 갖추었다. 이전 마블 영화를 잘 모른다 해도, 블랙 위도우라는 캐릭터가 지닌 여러 사연과 내공은 영화 내내 느껴진다. 사실 블랙 위도우는 이미 마블 영화 시리즈에서 중재자, 관리자, 리더의 면모를 보여 왔다. 이 영화에서는 그 면모의 근원을 볼 수 있다.  

 

한편 마블 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혹은 바로 이전 영화인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번 영화 ‘블랙 위도우’를 보는 내내 또 다른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어벤져스: 엔드게임’보다 앞서기 때문에, 블랙 위도우의 미래를 인지한 채로 영화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내용이긴 하지만, 이 글에서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겠다. 

 

혹 마블 영화가 낯설다면, 박진감 있는 인간 승리 영화이자 훈훈한 가족 영화의 면모를 액션 영화로서 ‘블랙 위도우’를 일단 만나보기를 바란다. 이후 이전 영화들까지 찾아보며, 또 다른 의미 파악의 재미를 누리는 건 각자 선택의 몫일 테고.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