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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가구 70% 반려동물 키워… ‘유대감’ 형성에 표심은 ‘덤’ [S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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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11 07:00:00 수정 : 2023-12-10 15: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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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통령 시절 반려견 입양한 바이든
트레이너 고용 ‘챔프’ 각종 훈련시켜
당선 뒤 유기견 ‘메이저’도 함께 입성

“워싱턴서 친구 원한다면 개 키워라”
트루먼 前 대통령 어록 아직도 회자
트럼프 빼고 대부분 반려견 등 키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반려견 ‘챔프’(왼쪽), ‘메이저’와 포즈를 취한 모습.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그는 수다쟁이에요. 챔프, 골프하고 싶니? 골프채 어딨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이던 2015년 자신의 반려견 ‘챔프’와 함께 CBS방송 인터뷰에 응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챔프에게 말을 건네자 챔프가 당장에라도 골프를 하겠다는 듯 껑충껑충 뛰며 응답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고, 그 모습은 유튜브 등에서 큰 화제가 됐다.

 

지난달 19일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성명을 통해 챔프가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성명에서 “사랑하는 챔프가 집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알리게 돼 마음이 무겁다”며 “그가 어릴 때 잔디밭에서 골프공을 쫓거나 델라웨어에 있는 우리 뒷마당 주변에서 손자들을 잡으려 달리는 것을 가장 행복해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의 ‘퍼스트 도그’ 챔프는 2008년 바이든이 부통령에 당선되면서 입양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가족은 트레이너를 고용해 비행기 탑승과 소음, 인파에 대응하는 법 등 스포트라이트 받는 삶을 준비시켰다”고 전했다. 준비된 퍼스트 도그인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18년에 입양한 유기견 ‘메이저’도 함께 백악관에 입성했다. 미국의 1호견 두 마리가 모두 저먼셰퍼드종이었다.

 

챔프와 메이저는 수시로 뉴스를 장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인 지난해 11월에는 메이저와 놀다가 미끄러져 발목에 골절상을 입었다는 뉴스가 전 세계에 보도됐다. 78세 고령의 대통령 당선인의 정형외과행은 그 자체로 뉴스였다. 한 달 뒤인 크리스마스에는 챔프와 메이저가 주인공인 성탄 축하 영상이 미 전역에서 재생됐다. 메이저가 백악관 경호원을 두 번이나 물어뜯는 사고가 발생한 것도 화제가 됐는데, WP는 “(메이저의 사고가) 전국의 개 주인들로부터 동정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백악관 내 챔프의 빈자리는 암고양이가 채울 전망이다. 바이든 여사는 지난 5월 NBC방송에 출연해 “고양이 입양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9일 미국 반려동물산업협회(APPA)에 따르면 ‘2021∼2022년 반려동물 소유자 설문조사’에서 반려동물과 사는 가구 비율이 이전 조사(67%)보다 3%포인트 늘어난 70%로 집계됐다. 약 1억2700만가구 가운데 8900만가구에 달해 10가구 가운데 7가구는 개나 고양이, 새 등의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얘기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반려동물 가구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지난해 반려동물 산업 규모는 1036억달러, 우리 돈으로 120조원에 달한다.

 

미국 대통령이 개를 키운다는 것은 8900만가구와 함께 반려동물 가족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민에게 친근감을 주고, 때로는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미국 대통령이 퍼스트 도그를 키웠다.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남긴 “만일 당신이 워싱턴에서 친구를 원한다면 개를 키워라”라는 말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최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미국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퍼스트 도그 ‘보’의 이별 소식을 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트위터를 통해 “오늘 우리 가족이 진정한 친구이자 충성스러운 동반자를 잃었다”고 전했다. 보는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오바마 취임 직후인 2009년 4월 선물했다. 오바마는 회고록 ‘약속의 땅’에서 “백악관에서의 첫해 그 어떤 즐거움도 4월 중순에 검은 털북숭이 보가 도착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적을 정도로 보를 챙겼고, 국민도 보를 사랑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스코틀랜드테리어종 ‘바니’를 키웠다. 부시 전 대통령은 “바니는 여왕들과 국가수장들, 총리들을 반갑게 맞았다”며 “그는 항상 얌전해서 무릎 위로 뛰어오르는 일이 없었다”고 적었다. 바니는 공식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WP는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인이던 2016년 ‘도널드 트럼프는 정말 개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칼럼은 “트럼프는 반려동물 정책에 신경 쓰는 7900만가구로부터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썼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은 개와 고양이 말고도 다양한 반려동물을 키웠다.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앵무새와 아기 곰을,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은 선물로 받은 악어를 백악관 내 화장실에서 길렀다. 마틴 밴 뷰런 대통령은 호랑이 새끼를, 제임스 뷰캐넌 전 대통령은 독수리를 키웠다.

 

그러나 개와 고양이의 지위는 단연 독보적이다. WP는 “최근 수십년 동안 대통령은 개와 고양이에 집착했으며, 행정부는 전략적으로 대통령과 동물의 관계를 강조했다”고 썼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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