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델타 변이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미국의 제약사 화이자가 제조한 백신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효능이 다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이스라엘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왔다.
23일(이하 현지시간)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과 미국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보건부는 전날 화이자 백신의 코로나19 감염 예방 효능이 39%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다만 중증 예방 효능은 91%, 입원 치료 예방 효능은 88%로 각각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돼 강력한 방어막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결과는 지난달 20일∼지난 17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라는 게 보건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코로나19 검사 115만2914건 중 백신 2회 접종을 마친 이른바 돌파감염 사례가 5770건에 달했다. 그 가운데 495명은 입원 치료를 받았고, 그 중 334명은 중증 환자로 분류됐다. 또 123명은 숨졌다.
이처럼 돌파감염 사례가 늘면서 초기 접종자인 고령층의 면역력이 떨어졌다거나 백신의 델타 변이 방어력이 애초 제약사 측이 제시한 수준보다 낮다는 조사 결과도 여러 차례 현지 언론에 소개된 바 있다.
이번 통계는 앞서 보건부가 2주 전 발표한 예방 효능 수치보다 낮다. 당시 보건부는 델타 변이 확산 후 화이자 백신의 감염 예방 효능이 64%, 중증 예방 효능은 93%로 각각 떨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화이자 백신 보급 초기인 지난해 12월19일 대국민 접종을 시작해 지금까지 전체 인구(약 930만 명)의 62%에 육박하는 575만명이 1차 접종, 57%인 528만여명이 2차까지 접종을 마쳤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지난달 초 방역 조치 대부분을 푼 데 이어 중순에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마저 해제했다. 그러나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한때 한자릿수까지 떨어졌던 하루 확진자 수가 급증세를 보이자 실내 마스크 착용 등 일부 방역 조치를 복원했다.
최근 하루 확진자 수는 1300∼1400명선이다. 검사 수 대비 감염률은 1.7%대이며, 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도 소폭이지만 늘고 있다.
다만 이번 조사는 감염이 집중적으로 진행되는 곳을 중심으로 이뤄진 데다, 그 대상도 고령층 위주여서 전체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건부 자문역을 맡은 한 전문가는 하레츠에 이번 공개 데이터가 백신의 예방 효능에 관한 신뢰할 만한 평가를 하기에는 너무 왜곡돼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도 이번 수치가 화이자 백신을 두차례 접종하면 델타 변이 예방 효과가 88%에 달한다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의 이전 연구와는 대조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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