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집어든 칼은 ‘공정’이었다. 대선 출마 선언문인만큼 자신의 색채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면서도 시대정신과 공명할 수 있는 주제를 택한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29일 윤 전 총장의 측근들과 정치권의 말을 종합하면, 윤 전 총장은 올해 3월 총장직 사퇴 이후 ‘공정’과 ‘경제’라는 두 가지 테마를 놓고 고심했다고 한다. 측근들 사이에선 이 가운데 하나를 출마의 변 혹은 대국민 호소 포인트로 잡아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어느 쪽을 선택할지 쉬운 결정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년층을 포함한 전 세대층에서 공정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한편, 부동산값 폭등과 소득주도성장에 따른 경제적 고통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의 탄식도 깊었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의 경쟁력이란 관점에서 보자면 윤 전 총장이 공정을 화두로 삼을 경우 검사 출신으로 ‘거악 척결’에 매진한 인생경로와 가장 부합하지만 자칫 “법 이외에는 모른다”는 의심을 살 수 있고, 경제를 메인테마로 정할 경우 서민층에 대한 호소력은 높아지되 “경제는 비전문 분야”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점도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의 한 지인은 “윤 전 총장이 공정과 경제 가운데서 고민을 상당히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총장직 사퇴 후 117일만에 내놓은 결정은 결국 ‘공정’이었다. 윤 전 총장은 출마 선언문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로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위대한 국민, 그 국민의 상식으로부터 출발하겠다”며 “그 상식을 무기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윤 전 총장은 공정을 선언문의 기본 개념으로 잡는데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상식과 공정, 법치를 내팽개쳐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국민을 좌절과 분노에 빠지게 했다”고 날을 세웠다. ‘공정’을 현정부와 차별화를 보이는 개념으로 사용한 것이다.
부동산 등 경제적 불황은 “청년들이 겨우 일자리를 구해도 폭등하는 집값을 바라보며 한숨만 쉬고 있다”, “정권과 이해관계로 얽힌 소수의 이권 카르텔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마비된 먹이사슬을 구축하고 있다”는 문장에서 보듯 현정부의 불공정에 따른 부정적 결과물로 녹이는 수준에서 정리됐다.
야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공정’을 선택한 게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윤 전 총장이 보인 ‘전언 정치’가 길어지자 지지세가 주춤하는 등의 상황을 보면 윤 전 총장의 강점은 역시 정의에 대한 강력한 추진력에 있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또한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추진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야권 후보로서 상대적으로 윤 전 총장의 공정에 대한 추진력은 더 매력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어필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약점을 억지로 보완하기보단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공정이라는 큰 주제를 어떻게 국민들에게 풀어나갈 지가 향후 선거전략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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