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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시신과 석 달 이상 동거한 두 딸… 60대 부부 사망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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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25 20:00:00 수정 : 2021-06-26 02: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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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돌아가신 것 믿기지 않아 신고 못 해”
경찰, 딸들에게 뚜렷한 범죄 혐의점 찾지 못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기 시흥시 정왕동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60대 부부는 최소 석 달 전 사망한 것으로 추정돼 두 딸이 상당 기간 부패한 시신과 거주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각각 30대와 20대인 두 딸은 의사소통이 원활치 못하지만 장애인 등록은 돼 있지 않았다. 경찰은 이 가족이 지자체의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을 파악하고,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 지병 앓던 60대 부부 시신, 자택서 두 딸과 함께 발견…“복지 사각지대 노출”

 

25일 경찰에 따르면 숨진 A씨 부부는 수년 전부터 지병을 앓았다. 발견 당시 고혈압을 앓던 A씨는 거실에서, 당뇨병이 있던 아내는 안방에서 각각 누운 채로 숨져 있었다. 경찰은 이들이 지병을 앓다 사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지난 22일 오전 10시50분쯤  A씨 자택을 방문한 경매 집행관이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경매 집행관은 생활고로 경매에 넘어간 A씨 자택에 대한 절차를 집행하기 위해 아파트를 찾았고, 초인종을 누르자 부부의 딸들이 문을 열어줬다.

 

현장에선 고혈압, 당뇨병과 관련한 약봉지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집안 곳곳에는 쓰레기장을 방불케 할 만큼 다양한 폐품들이 쌓여 있었다.

 

딸들은 경찰 조사에서 “부모님이 평소에 지병을 앓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돌아가셨고, 돌아가신 것이 믿기지 않아 신고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가 어머니보다 먼저 돌아가셨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경찰은 지금까지 딸들에게 뚜렷한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부부의 시신에선 골절을 비롯한 외상 흔적이 없어 지병이 악화해 사망한 뒤 방치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망 시점을 파악하기 위해 A씨 가족의 신용카드와 휴대전화 사용 내역 등도 분석 중이다. 사인을 밝히기 위한 약물 반응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부검의는 “외력에 의한 손상은 없어 보인다”는 구두소견을 낸 상태다.

 

시신의 부패 정도 등에 비춰 A씨 부부가 사망한 시점은 최소 석 달 이상 지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결과가 나오기 전이어서 정확한 사망 시점을 알 수 없지만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 두 딸은 의사소통 원활치 못해…나중에 사망한 어머니가 왜 신고 안 했나

 

A씨 부부의 사망은 복지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또 다른 안타까운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평소 가족의 생계는 아버지인 A씨가 도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와 두 딸은 별다른 직업이 없었다. A씨 부부에게는 두 딸 외에 30대인 장녀가 있었지만 10여년 전 집을 나가 독립하면서 왕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 중 장애 판정을 받은 사람도 없었고, 이 가족이 복지기관에 도움을 요청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선 부부가 같은 날 사망하지 않았다면 왜 남은 한 사람이 신고하지 못했는지와 두 딸이 어떻게 3개월 이상 생계와 끼니를 해결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시흥시는 두 딸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 숙소와 적합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시흥=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시흥=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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