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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샐러리맨은 어떻게 건물주가 됐나(中) [김범수의 좌충우돌 경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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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19 11:27:38 수정 : 2021-06-20 15:3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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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을 잡아라’ 그리고 파산위기… 쉽지않은 건물주의 길
서울 여의도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 본 서울 시내 모습. 연합뉴스

‘조물주 위에 건물주’

 

건물을 가지고 있으면 일을 하지 않고도 월세로 먹고 살 수 있다는 이유로 요즘 청소년들의 장래희망 1위가 건물주로 꼽히는 현상을 빗댄 표현이다. 그렇지만 건물주의 현실이 그리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43세대 원룸 건물을 공매로 낙찰 받은 직장인 김모(38)씨.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소원을 이룬 김씨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김씨는 건물을 낙찰받자마자 세입자를 찾기 위해 인근 공인중개사들을 부지런히 찾아다녀야 했다. 김씨가 낙찰 받은 건물의 가격은 45억원. 그 중 대출 금액만 30억원이다. 한 해 1억원이 넘는 이자비용을 지불하지 못하면 고생 끝에 구입한 그의 건물은 다시 공매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공실을 잡지 못하면 건물은 공매로

 

당장 이자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임대수익이다. 따라서 공실을 채우지 못하면 김씨의 임대법인은 파산하고 만다. 매달 받는 관리비 잔액으로는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김씨는 자신의 건물 43세대 중 30세대 이상을 채워 월세를 받아야 은행에 안정적으로 이자를 지불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당장 다음달부터 이자 비용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에 건물주가 됐다는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10명이 넘는 인근 공인중개사를 일일이 만나 자신의 건물을 소개했다. 공인중개사들 식사 대접은 물론 소정의 선물도 건네야 했다. 임대 법인카드로 나가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김씨의 사비로 충당했다. 당장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데다가, 자칫 횡령 문제로 불거질 수 있어서다.

 

김씨의 건물이 역세권에 위치한데다가 퇴근 후 시간과 주말을 반납해 공인중개사를 찾은 끝에 한 달 여만에 43세대 중 40세대의 임대계약을 가까스로 마칠 수 있었다. 다만 급하게 공실을 채우느라 계약한 임차인의 성격을 파악할 시간은 없었다. 이는 추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리스크였다.

김씨는 “아무리 원룸 건물을 시세보다 낮게 사들였다고 해도, 임대가 되지 않으면 수익은커녕 곧바로 건물이 공매로 넘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임대 방향은 월세와 전세 두 가지다. 각각의 장단점은 명확했다. 월세로 받으면 이자비용을 지불하고도 수익이 발생하지만, 건물의 부채율은 그대로면서 항상 대출 리스크를 감당해야 했다.

 

반대로 전세로 전체 세대를 채우면 은행 대출은 모두 갚을 수 있지만 월세를 받지 못해 수익을 거의 거둘 수 없었다. 관리비 잔액이 수익의 전부다. 

 

게다가 김씨는 자신 이외의 11명의 투자자와 함께 법인을 만들어 건물을 사들였기에, 투자자를 장기간 붙들기 위해서라도 수익 배분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김씨는 “투자자를 유치한 것도 나였기 때문에 직접 나서서 공실관리부터 이자비용 지급까지 모두 해야만 했다”며 “물론 임대 계약 등 모든 건물 관리를 해주는 업체도 있지만 비용을 아끼고자 직접 하게 됐다”고 말했다.

 

◆날아온 한 통의 과태료 고지서 ‘화들짝’ 

 

낙찰 받은 건물의 공실을 채우고 안정적으로 이자를 지급하면서 김씨는 어느 정도 한숨을 돌렸지만 평화는 짧았다. 어느날 불현듯 과태료 고지서가 김씨에게 날아왔다.

 

과태료는 해당 건물의 불법 개조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다. 김씨의 건물은 원룸으로 쓰이고 있지만, 건축물대장 상 건물의 목적은 고시원과 독서실을 결합한 것이었다. 

 

건물 목적이 고시원이라면 각 세대에서 조리를 위한 싱크대와 인덕션 설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독서실 목적으로 잡힌 2~3층은 조리기구를 설치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전 건물주가 지자체에 허가를 받지 않고 각 세대에 조리기구를 설치해 과태료가 발생하는 것이었다. 매년 지불해야 할 과태료 액수는 무려 8000만원이 넘었다.

이른바 ‘공매 리스크’였다. 공매는 건물의 모든 상황을 설명해 주지 않는다. 또한 과태료나 유치권 행사, 임차인의 대항력 등 행정·법적 리스크는 낙찰자가 모두 떠안는 구조다. 즉, 공매로 부동산이 싸게 나오는 것은 대부분 이유가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김씨는 “과태료 고지서가 날아왔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이자비용과 과태료를 합치면 일 년에 2억원이 넘는데, 이러면 월세 수익으로 감당을 할 수 없었다”며 “과태료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 돌파해야만 하는 위험이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구청에 건축물 목적을 변경해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건축물 목적은 지자체에서 엄격하게 관리되기 때문에 임대인 한 명의 편의를 위해 변경해주는 것이 아니었다.

 

김씨가 선택한 방법은 불법개조 행정명령 계도기간 동안 문제가 되는 세대를 직접 원상 복구하는 것이었다.

 

우선 건물 2~3층에 거주하는 임차인에게 양해를 구해 임대차 계약을 해지했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세대의 싱크대와 인덕션을 모두 제거한 뒤 거주 목적의 원룸이 아니라 작은 사무실(소호)로 바꿨다. 인테리어 업체를 쓸 돈은 없었다. 김씨가 공부해가며 직접 공사를 했다. 

 

또한 문제가 되는 2~3층에 위치한 방 하나를 비워 전자레인지와 탈부착형 싱크대 등을 설치해 소호에 입주한 사람들이 공용휴게실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일부 층을 사무실로 바꿔 임대한다는 발상은 큰 모험이었지만, 김씨의 우려와 달리 임대차 계약은 주거 계약보다 더 쉽게 이뤄졌다. 지하철 역 근처에 위치한 장점 덕분에 오피스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씨는 “살면서 처음으로 서적과 유튜브 등을 참고해 (문제가 되는 세대의) 공사를 직접 했다”며 “사서 고생한다는 생각에 괜히 건물을 사들였나 수차례 후회한 적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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