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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열 끝서 후배 챙기다 홀로 고립된 구조대장…동료 “항상 힘든 일 도맡아” 무사귀환 기원

입력 : 2021-06-18 23:14:47 수정 : 2021-06-18 23: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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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진압 중인 소방당국 “안전진단 후 수색 재개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소재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탈진한 소방관을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이천=연합뉴스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의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건물 진입 후 탈출하지 못한 채 고립된 광주소방서 김동식 119 구조대장(52·소방경). 동료와 가족은 김 소방경이 무사히 돌아오길 간절히 바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김 대장은 지난 17일 큰 불길이 잡히면서 화마가 다소 누그러지자 오전 11시20분쯤 동료 4명과 함께 인명 검색을 하려고 건물 지하 2층으로 진입했다.

 

안타깝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창고에 쌓인 가연물을 비롯한 각종 적재물이 무너져 내렸고, 완전히 꺼지지 않았던 불길은 다시 거세졌다.

 

11시40분 무전으로 철수 명령이 떨어지자 김 대장과 동료는 진입할 때와 반대 순서로 움직였다. 선두로 진입했던 김 대장은 탈출 대열의 마지막에 있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김 대장은 20여분 만에 탈출한 동료 4명과 함께하지 못했고, 연락마저 두절됐다.

 

김 대장 주변에 있던 선반 위에 놓인 택배 물품 등이 갑자기 쏟아져 내리며 화염과 연기가 발생해 오전 11시 30∼40분 고립된 것으로 보인다. 내부엔 연기가 자욱한 데다 미로처럼 복잡해 길을 찾기 쉽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이에 김 대장은 뒤처지는 이가 없는지 챙기며 후배들을 앞서 빠져나가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동료는 건물 밖으로 나온 뒤에야 김 대장이 못 나왔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김 대장은 화재 현장에서 일반적으로 20분가량 버틸 수 있는 산소통을 메고 있었다”고 전했다.

 

불길이 건물 전 층으로 확산돼 붕괴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20명이 투입된 구조작업은 전날 저녁부터 중단됐다. 안전진단 이후 수색을 재개하겠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김 대장과 20년가량 가까이 지냈다는 문흥식 광주소방서 예방대책팀장은 동료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문 팀장은 18일 “현장에 가면 직원들이 다치지 않도록 주변을 한바퀴 먼저 돌아봤다”며 “항상 힘든 일을 도맡아 하며 솔선수범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 후배에게 귀감이 된 진짜 대장”이라고 김 대장을 소개했다.

 

이어 “화재 전날 소방서에서 만났을 때도 김 대장이 훈련에 매진하고 있길래 ’오늘도 열심이시네요’라고 하고 서로 웃어 보였다”고 고개를 떨궜다.

 

현장에서 만난 한 소방관은 “구조대장으로서 선두에 서서 건물에 진입했다가 팀원을 챙기기 위해 마지막으로 탈출하려다가 나오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대장은 1994년 4월 투신한 27년 경력의 베테랑으로 고양을 시작으로 하남, 양평, 용인 등 경기지역 소방서에서 구조대와 예방팀, 화재조사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쳤다.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받아 소방행정유공상과 경기지사 표창장 등을 받았으며, 응급 구조사 2급과 육상무전 통신사, 위험물 기능사 등을 취득할 정도로 학구열도 남달랐다고 한다. 

 

누나를 비롯한 가족은 김 대장의 고립 소식이 알려진 직후 현장에 달려왔지만, 당국의 권유로 자택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장은 아내와 20대 남매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황보승희 국민의힘은 수석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정부 당국 및 관계자들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김 소방경 구조와 화재 진압에 총력을 기울여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김 소방경의 안위가 걱정”이라며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국민 모두와 함께 두손 모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탈출 당시 김 대장 바로 앞에 있다 탈진해 병원으로 옮겨진 동료 소방관은 얼굴 화상과 팔 골절, 연기 흡입 등의 부상을 입었지만, 건강은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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