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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수사 사전 승인’ 철회한 박범계, ‘눈속임’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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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18 20:10:00 수정 : 2021-06-18 20: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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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청 수사 제동·강력 범죄 수사 약화 우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법무부가 18일 공개한 검찰 직제개편안에서 장관의 직접수사 사전 승인 조항을 철회하며 한발 물러섰지만 직제개편안에 따른 수사 공백 우려는 해소되지 못했다는 검찰 내부의 반발이 제기됐다. 강력부가 반부패부랑 통합에 따른 강력 범죄 대응 역량 축소, 시행령과 상위법인 검찰청법과의 충돌 문제는 해소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는 이날 △8개 검찰청 인권보호부 신설 △수사협력전담부서 신설 △반부패·강력부, 공공수사·외사부 통폐합 △형사부 말(末)부 직접 수사 착수 전 검찰총장 승인 등의 내용을 담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22일까지 입법 예고됨과 동시에 법무부, 대검 등 관계기관의 의견조회를 거칠 예정”이라고 했다. 

 

당초 논란이 됐던 법무부 장관의 형사부 직접수사 착수 전 법무부 장관 승인 내용은 직제개편안에서 빠졌다. 법무부는 앞서 작성한 초안에서 차치지청(차장검사를 둔 지청)·부치지청(부장검사를 둔 지청)은 6대 범죄 관련 직접 수사를 하려면 검찰총장 요청으로 법무부 장관의 승인 아래 임시 조직을 꾸리도록 했다. 대검은 장관의 사전 승인에 대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등의 여러 문제가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고 일선 청 검사들도 대부분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고 반대했다. 

 

장관의 직접수사 승인은 빠졌지만 대신 검찰총장의 승인 절차가 명문화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수사단서 확보 과정의 적정성, 사건 내용의 공익성, 검찰 수사의 적합성 및 입증자료의 충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수사 착수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여 이를 승인할 수 있다. 일선에서는 검찰청법 4조에서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와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고 명시한 상황에서 시행령으로 검사의 수사 개시 전 사전 승인 절차를 두는 것이 여전히 상위법과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가 경제 사건의 경우 고소 사건에 한해 형사부의 직접수사가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도 이견이 제기됐다. 경제 사건의 범주가 불분명하며 고발로도 보이스피싱·다단계 관련 사건이 접수되는 상황에서 고소에만 국한한 점은 반쪽짜리 수사 허용이라는 것이다. 

반부패부와 강력부 통합으로 강력사건 수사 공백도 우려된다.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수사1·2부는 반부패강력수사1·2부로, 강력범죄형사부는 반부패‧강력수사협력부로 바뀐다. 광주지검에서는 반부패수사부가 반부패·강력수사부로, 부산지검에서는 강력범죄형사부가 반부패·강력수사부로 바뀐다. 부산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는 대검의 요청을 수용해 새롭게 신설한 것이다. 대구지검은 유일하게 반부패부와 강력수사부가 통합되지 않고 각기 존속된다.

 

특수사건을 담당하는 반부패부와 마약과 조직범죄 등 강력사건을 맡아온 강력부가 합쳐지면서 특수사건 중심으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강력사건이 빈번한 수원지검은 강력범죄형사부가 사라지면서 형사부에서 강력사건을 함께 맡게 된다. 수원지검은 지난해 전국 검찰청 중에서 마약류 사범을 가장 많이 검거한 곳으로 2985명을 적발한 바 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최근 태국에서 필로폰 4㎏ 밀수한 외국인 사범을 검거하고 화성·평택·안산 등에서 조직적으로 신종 마약을 제작하고 유통해온 외국인들을 범죄단체구성·활동죄로 처음 기소하는 등 강력범죄형사부의 역할이 어느 곳보다 중요한 곳이 수원지검”이라며 “형사부에서 담당하더라도 수사 공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외국인 관련 사건을 전담해 온 외사범죄형사부도 크게 위축됐다. 앞서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외사범죄형사부도 지난해 1월 직제개편으로 폐지된 바 있다. 이번 개편안으로 부산지검에 별도 부서로 있던 외사범죄형사부는 공공수사부와 합쳐지면서 외사범죄형사부는 인천지검에만 남게 된다.

 

법조계에서는 박 장관이 사실상 관철할 수 없는 ‘장관 승인’ 카드를 일부러 제시했다가 철회하는 대신에 검찰의 직접수사 영역을 더욱 줄이고 제도적으로 까다롭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차장검사는 “직접수사를 할 때마다 검찰총장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면 오히려 직접수사를 안 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해질까 우려된다”며 “시·군 단위를 담당하는 지청이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결국 이득을 보는 것은 지역의 토호와 정치인이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장관 승인’ 카드를 철회하고 부산지검 반부패부 신설로 면을 세웠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검찰 직제개편안에서 양보를 받아낸 대신에 중간 간부 인사에서 김 총장의 의견이 제한적으로 수렴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검사장급 인사에서 인사의 형평성을 위해 이성윤 서울고검장 승진에 맞춰 한동훈 검사장을 비롯한 ‘윤석열 라인’의 일부 복권을 제안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가 입법예고를 한 직제개편안에 들어간 독소 조항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주말 사이 이뤄질 박 장관과 김 총장의 회동에서 직제 개편과 중간 간부 인사를 놓고 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에 출석해 관련 질의에 “직제개편안은 종전 법률에 반영됐던 수사권 개혁의 연장선상에서 구체적으로 사법 통제와 인권 보호에 맞도록 세부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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