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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길에서 새 길을 만나다 [밀착취재]

입력 : 2021-06-20 11:00:00 수정 : 2021-06-20 11: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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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북단 역 ‘제진역, 통일로 가는 평화열차’ 체험장을 가다
한 학생이 북한지역 방문을 승인한다고 적힌 가상여권을 펼쳐 보여주고 있다. 증명서 유효기간이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로 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제진역은 강원도 고성군에 위치한 대한민국 최북단 역이다. 민통선 이북에 있어서 군의 허가가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 금강산 육로관광이 시작된 것을 계기로 2006년 준공됐다. 2007년 북측의 감호역까지 남북 열차 시험 운행이 이뤄졌지만 남북관계가 급랭하면서 방치돼 왔다. 민통선 너머 썰렁하던 제진역이 ‘제진역, 통일로 가는 평화열차’ 체험장으로 탈바꿈했다.

4·27 남북정상회담 3주년을 맞아 강원도교육청이 통일부, 코레일, 고성군과 협업해 조성한 평화열차 체험장은 지난 4월 27일 개장했다. 사전예약한 인제남초등학교 학생들이 도착하자 퇴직교사들로 이뤄진 운영팀 직원들이 반갑게 맞이했다. 제진역사에 들어선 학생들은 통일뉴스, 남북 주요 합의문, 남북 간의 주요 연혁, 유라시아 열차 안내 등 다양한 양방향 콘텐츠를 체험하고 통일다트, 통일한반도 윷놀이, 북한여행 브루마블 게임도 즐겼다. 이어 무인승차권 발권기를 이용해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도착지로 평양, 베이징, 모스크바, 파리, 런던 중 한 곳을 선택했다.

열차 승강장에 제진역 안내표지판과 그 밑에 감호역까지 거리가 10.5㎞라고 표시되어 있다.

출·입경 심사를 마친 학생들이 평화통일열차(PTX)에 올랐다. 열차는 5칸으로 구성됐다. 1호차(기대로)에서는 제진역을 출발해 금강산과 평양을 거쳐 백두산에 도착하기까지 3D 영상으로 북한의 풍경이 실감나게 펼쳐지는 가상 기차여행을 즐길 수 있다. 제진역과 동해북부선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2호차(하나로)는 북한의 방송 프로그램과 북한 교과서, 북한 ○× 상식퀴즈를 체험해 볼 수 있는 북한체험관이다. 3호차(통일로)에서는 대형 화면에 평양지도가 펼쳐지며 체험자의 아바타가 평양 시내 곳곳을 누비며 여행하는 ‘나만의 평양답사’가 진행됐다.

 

학생들이 평화열차 체험장으로 이동하며 평화통일열차(PTX)에 래핑된 그림들을 감상하고 있다.
학생들이 유라시아 열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평양 맛집인 옥류관과 동물원, 물놀이장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인제남초등학교 전현서 학생은 “평양에 높은 건물이 많아 놀랐어요. 평양에 못 가지만 가상체험을 하니 신기해요”라고 말했다. 4호차(축제로)에 들어서자 북한식 한복을 차려입은 극단 배우 출신 공연체험팀 직원이 ‘반갑습니다’ 노래를 부르며 인사했다. 또 북한가요 ‘달려가자 미래로’를 함께 불렀다. 마지막 5호차(세계로)는 최첨단 3D 영상 및 4D 체어 시스템을 활용한 유라시아 기차여행 체험코스다. 학생들은 초고속 열차를 타고 백두산, 베이징, 울란바토르, 모스크바, 베를린, 파리를 거쳐 런던까지 가상 기차여행을 떠났다.

1호차에서 북한 복장을 한 열차 안내원이 제진역과 동해북부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열차 안 체험을 마친 학생들은 기찻길을 따라 걸으며 증강현실(AR) 포토존에서 앱을 활용해 북한 복장을 한 사람들과 가상 사진촬영도 했다.

인제남초등학교 학생들이 ‘우리 다시 하나로, 미래로 대륙으로’ 글귀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분단현장에 세워진 평화열차 체험장은 평화의 소중함을 느끼고 통일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제진역은 막다른 길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길의 시작이다. 체험장은 찾은 학생들이 열차를 타고 북한을 지나 유라시아 대륙까지 갈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갖게 되길 바란다.

 

고성=사진·글 남정탁 기자 jungtak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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