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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불가사의 ‘아르테미스 신전’ 어디로 갔을까 [박윤정의 칼리메라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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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19 15:00:00 수정 : 2021-06-19 13: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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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 에페소와 밧모섬
터키에 있는 고대 그리스도시 에페소
셀수스도서관·원형극장 규모 웅장
건축 잔해 둘러보며 과거 번영 상상
사도 요한이 요한계시록 쓴 밧모섬
정상 요새 같은 수도원… 박물관 사용
에페소. 고대 그리스 유적, 헬레니즘 문화, 로마 문화가 어우러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도시. 고대 7대 불가사의 아르테미스 신전이 있었던 지역으로, 에페소 역사지구에 보존되어 있는 도시 규모가 과거의 번영을 짐작케 한다.
크루즈의 아침은 일찍 시작했다. 6시 무렵 해가 뜰 거라 생각했지만, 서머타임을 깜박했다. 바다 위에서 일출을 맞이하고픈 바람은 게으름을 비웃기라고 한 듯 파도처럼 사라졌다. 배는 이미 항구에 들어와 정박 준비를 하고 있다. 일출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하선 준비를 위해 아침식사를 서둘러 챙긴다. 선상 프로그램은 이른 시간부터 시작될 예정이고 오후에 또 다른 섬을 한 곳 더 들른다 하니 무척 바쁜 하루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스는 에게해 건너 동쪽으로 터키와 맞닿아 있다. 그리스 본토 북쪽 육로로 연결된 매우 가까운 두 나라이다. 이웃나라로서 많은 것을 공유하기도 하고 갈등을 겪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 전성기 때는 터키 서쪽 일대가 그리스 영역이기도 했으니 서로가 서로에게 얽혀 있다. 신화에 등장하고 영화로 제작되어 우리에게 잘 알려진 트로이의 역사적 흔적이 터키 북서부에서 발굴되었듯이, 오늘 방문하는 에페소도 고대 그리스가 건설한 거대한 도시 유적지이다.

에게해 연안을 따라 오늘날 터키 영토에 남아 있는 그리스 유적들을 찾아 나선다. 우리가 광개토대왕릉비를 비롯한 고구려 유적을 살펴 위해 중국을 방문하듯이 그리스 유적을 찾아보기 위해 터키를 방문한다. 현재 그리스와 터키 국경은 1차 세계대전 이후 확정되었다고 한다. 터키가 이스탄불에서 유럽으로 연결되는 영토를 확보한 반면, 그리스는 터키 서쪽 바다 대부분의 섬을 차지했다. 터키로서는 불과 몇 km 떨어져 있지 않은, 육안으로도 잘 보이는 수많은 섬들이 그리스 국토가 되어 버린 어이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유명한 수학자 피타고로스의 고향인 사모스섬도 2km가 채 떨어져 있지 않으니 말이다. 이로 인한 그들의 정치적 갈등은 계속되고 있지만, 관광객들은 두 나라를 오가는 데 어려움 없이 그리스 유적지를 찾아 터키를 방문한다.

아침 일찍 크루즈는 터키 쿠사다시 항구에 정박했다. 수많은 터키 관광버스들이 그리스에서 온 다국적 관광객들을 안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기항지 프로그램은 단연 에페소 유적 관광지이다. 항구에서 버스로 30분이며 세계에서 잘 보존되어 있는 고대 도시국가 유적 중 한 곳과 만난다. 유적 입구부터 곧게 뻗은 도로는 도시 규모를 가늠케 한다. 유적지 주변은 크루즈에서 하선한 수많은 관광객들과 터키여행을 하는 관광객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엄청난 규모의 관광객들 웅성거림은 마치 과거의 환호성 같다. 그들의 다양한 언어는 주문이 되어 번영했던 도시를 깨운다. 도로 좌우로 기둥과 기단, 벽 그리고 신전과 광장 등 여러 건축물 잔해는 머릿속에 그림처럼 다시 세워진다.

에페소 셀수스도서관. 에페소를 대표하는 유적. 로마 시기에 건설된 건물은 이오니아식과 고린도 양식이 높은 2층으로 세워져 웅장한 규모가 주는 위압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상상으로 그리며 길을 따라 나서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것은 내리막길 끝에 있는 셀수스도서관이다. 층고 높은 2층 구조이며 많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1층은 이오니아식, 2층은 고린도식으로 보존 상태가 좋아 웅장한 규모가 주는 위압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셀수스도서관을 지나 다시 오른쪽길로 따라 나선다. 로마 지배하에 정돈된 넓은 도로가 원형극장까지 이어진다. 좁은 원형극장 입구를 들어서면 상당한 규모의 실내가 자리한다. 그리스 본토에 남아 있는 어떤 원형극장보다 큰 규모란다. 2만5000명을 수용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극장을 보고 나오면 좌측으로 길이 이어진다.

유적지를 벗어나는 길 주변에는 아직 자리를 차지 못한 돌들이 흩어져 있다. 과거 역사 퍼즐을 맞추기 위해 현재를 기다리는 듯하다. 이렇듯 드넓은 공간에 자리한 흔적들이 고대도시 모습을 상상케 한다.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아르테미스 신전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놀라운 규모로 다가온다. 넓은 유적지라 볼 것은 너무나도 많지만 다 둘러 보려니 상당히 힘들다. 허물어진 건물들 사이로 발걸음을 옮기며 그늘을 찾아보지만 쉼을 허락하지 않는다. 뜨거운 태양마저 피곤함을 가중시켜 무거운 발걸음을 붙잡는다.

지친 채 크루즈로 돌아온다. 시원한 에어컨이 피부 열기를 식히며 가쁜 숨을 돌이킨다. 식당에서 허기를 보충하는 동안, 승선객들을 실은 크루즈는 터키를 벗어나 다시 그리스 영해로 돌아온다. 열기를 끌어안은 유적지가 아닌 크루즈에서 뜨거운 한낮을 피해 피로를 덜 수 있으니 다행이다. 식사를 마치고 낮잠을 청하려니 밝은 태양이 눈부셔 쉽지 않다. 선실을 벗어나 선상 위에서 에게해 이름모를 섬들을 바라보며 휴식을 즐긴다. 곧, 두번째 기항지가 기다리고 있다.

밧모섬 성 요한 수도원. 사도 요한을 기리며 11세기에 지어진 수도원은 외부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요새처럼 지어졌다. 현재 내부는 종교적으로 중요한 유물들이 전시된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멀리서 섬이 다가온다. 중세 요새 같은 수도원 건물이 시선을 이끈다. 크지 않은 섬인 듯한데 거대한 수도원이 있다니 종교적으로 매우 중요한 장소임에 틀림없다. 이곳은 사도 요한이 요한계시록을 집필한 동굴이 있는 밧모섬이다. 작은 섬이라 크루즈가 항구로 접안할 수 없단다. 텐더보트를 이용해 섬으로 향한다. 소형 배를 타고 내리는 관광객들을 맞이하려는 버스들이 항구에 가득하다. 작은 섬에 대형버스가 이렇게도 많은 걸 보며 얼마나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할지 생각해 본다.

수도원을 향해 버스들이 지그재그 언덕길을 올라간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오른 버스들은 요한계시록 동굴을 잠시 들른 뒤 정상에 오른다. 섬에서 가장 높은 곳, 11세기에 지원진 성 요한 수도원이다. 외부 방어를 위해 요새처럼 지어졌지만 현재는 종교적으로 중요한 유물들이 전시된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수도원 정상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그저 옛 이야기인 듯한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잠시 머물러 본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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