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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트 서핑으로 강릉 바다 신나게 날아볼까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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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05 09:00:00 수정 : 2021-06-04 09: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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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송정해변 가이트 서핑 천국으로

새처럼 훨훨···바다 위를 날고 말거야

4∼5일 연습하면 해양스포츠 끝판왕 짜릿하게 즐겨

사근진해변 멍게바위선 파라솔 펴고 한가로운 ‘낮잠’

안목해변

어깨동무로 서로를 견고하게 연결한 아이 둘. 멀리서 큰 파도가 다가오자 “온다 온다!”고 외치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먹는다. 자기 키보다 두 배가 넘는 거친 파도가 거침없이 얼굴을 때리지만 녀석들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시원한 파도를 즐긴다. 경사가 아주 가파른 동해 바다. 혼자였으면 시도도 못했을 텐데 둘이라 든든한가 보다. 봄인가 싶더니 강릉 바다에 서둘러 초여름이 왔다.

사근진해변

#사근진해변 멍게바위 때리며 푸른 파도 넘실

 

낮 최고 기온 섭씨 30도. 실화인가. 갑자기 한여름 같은 뜨거운 햇살에 반팔도 덥다. 어렵게 주차하고 강원 강릉시 해안로 사근진해변으로 달려간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장과 푸른 바다에 반쯤씩 발을 담근 멍게바위. 오래전 이 바위 근처에서 멍게가 많이 잡혀 동네 어민들의 소중한 생계수단이 됐기에 마을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멍게바위라 부른단다. 바위 뒤쪽에 커다랗고 하얀 파라솔과 돗자리가 펼쳐졌고 시원한 음료수가 담긴 피크닉 가방도 한쪽에 놓였다. 연인들은 편안하게 누워 푸른하늘을 보며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달콤한 낮잠을 즐긴다. 파라솔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커플은 차 트렁크에 싣고 다니던 검은 우산을 펴고 누워 얼굴만 겨우 가렸다. 바다를 사랑하는 꼬마 아가씨 둘의 성화를 이기지 못한 젊은 부부는 반바지 차림으로 딸들을 안고 풍덩 바다로 뛰어든다. 보고 있기만 해도 시원하다. ‘바다 강태공’ 셋은 긴 낚싯대를 드리우고 여유 있게 시간을 낚는 중이다.

사근진해변 멍게바위

정동진과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한 연곡면 영진해변, BTS 앨범 촬영지로 ‘BTS정류장’ 인증샷을 찍는 주문진 향호해변 등 강릉에는 어디를 갈지 고민에 빠질 정도로 예쁜 바다가 널렸다. 사근진해변은 이처럼 소문난 해변 많은 강릉에서 덜 알려진 작은 간이해변이지만 그래서 더 정겹다. 남쪽으로 유명한 경포해변과 붙어 있고 해변 뒤편으로 민박집들이 다닥다닥 자리 잡아 며칠 쉬면서 코앞의 푸른바다를 즐기기 좋은 곳이다. 사근진은 ‘사기 장사가 살던 나루’라는 뜻. 옛날 삼남지방에서 사기를 팔러 왔던 이가 눌러 앉아 생활하면서 조그마한 배 한 척으로 고기도 잡고 사기도 팔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안목해변

동해안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경포해변을 지나면 강문해변이 등장한다. 경포천이 바다로 이어지는 곳이라 ‘강의 문’이라 뜻을 담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 예전에 수영 좀 한다는 강릉 사내들은 경포천을 거쳐 강문해변 바다까지 헤엄치는 실력을 뽐내는 내기를 했단다. 재기발랄 로맨틱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로 촬영지로 떴다. 아담한 모래사장에는 반지, 이젤 모양 등 이색적인 포토존이 곳곳에 설치돼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주말에는 주차하기 어려워 빈자리가 날 때까지 뱅뱅 돌아야 한다.

안목해변 포토존

조금 더 남쪽으로 달리면 커피 향 가득한 안목해변. 해변을 따라 이국적인 풍경의 카페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테라로사 커피공장이 뜨면서 ‘강릉=커피’라는 공식이 생겨났다. 자판기 커피만 있던 안목해변에도 카페들이 하나둘 자리 잡으면서 카페거리가 만들어져 이제 강릉 최고의 커피 메카로 떴다. 그중 압권은 카페거리 끝까지 가면 만나는 죽도봉 인근의 산토리니커피. 하얗고 푸른 그리스 산토리니풍의 건물이 깨끗하게 잘 정비된 안목해변과 잘 어우러진다. 안목 커피거리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가장 먼저 선보인 곳으로 뛰어난 스페셜티 커피 맛 덕분에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안목해변은 주차공간도 넉넉해 에메랄드빛 바다를 즐기며 커피향에 푹 빠질 수 있다.

안목해변 해송숲길
안목해변 해송숲

#카이트서핑으로 강릉 바다 신나게 질주해볼까

 

안목해변에서 맨발로 모래의 질감을 느끼며 다시 북쪽으로 걷다 보니 아름다운 해송군락지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얼마나 고맙던지 뜨거운 태양을 피해 솔숲으로 숨어든다. 울창한 해송은 송정해변까지 700m가량 길게 이어진다. 덕분에 나무 그늘에서 편안하게 산림욕하며 쉬어갈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해송 숲에 앉아 솔향기 묻어오는 피톤치드를 듬뿍 흡입하며 푸른 바다를 오래오래 바라보는 시간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다.

 

사실 이름은 나뉘어 있지만 강문, 송정, 안목은 아주 길게 이어지는 하나의 해변으로 약 4km에 달한다. 송정해변에 가까워지자 패러글라이딩 같은 물체들이 하늘 높이 둥둥 떠다닌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요즘 핫한 해양레포츠 카이트서핑이다. 거대한 연에 매달린 보드를 타고 바다 위를 질주하는 레포츠로 바다 위 30m까지도 날아오른다고 하니 이보다 짜릿한 해양레포츠가 있을까. 실제 카이트서핑을 경험한 이들은 일반 서핑이나 웨이크보드는 너무 단순해서 재미가 없다고 여길 정도로 단번에 푹 빠지는 해양레포츠의 끝판왕이다.

송정해변 카이트 서핑
송정해변 카이트 서핑

모래사장 곳곳에서 초보자들이 카이트서핑 조종법을 배우느라 땀을 뻘뻘 흘리는 중이다. 10여명이 카이트보드를 타고 자유로운 새처럼 바다 위를 훨훨 날아다니는 풍경은 SF영화처럼 비현실적이다. 기술만 좋으면 몇 시간이고 저렇게 날아다닐 수 있다니 직접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꿈이 제대로 구현된 것 같다. 조종 기술 습득이 어려워 하루에는 불가능하고 4∼5일 집중 강습을 받아야 비로소 혼자 탈 수 있다. 국내 카이트서핑 명소가 몇 곳 있지만 송정해변이 가장 아름답고 강습 받는 공간이 넓어 카이트서핑 성지로 떴다.

경포가시연습지

인근에 바다처럼 드넓은 경포호도 있어 함께 묶어 여행하기 좋다. 특히 경포호 서쪽 끝자락에서 만나는 경포가시연습지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다. 이곳 주인이던 가시연은 1960년대 경포호를 만들면서 사라졌다가 2012년 경포습지를 복원하면서 되살아났다. 8∼9월에 20cm에서 2m에 달하는 가시연꽃이 연잎을 뚫고 올라 습지를 화려하게 꾸민다. 무장애 탐방로가 습지를 가로 지르며 길게 조성돼 가까이서 가시연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오전 10시∼오후 2시에 활짝 피니 시간을 잘 맞춰 가야 한다. 

 

강릉=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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