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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장르 넘어 인간본성·심리 탐구…전투장면은 긴장감 떨어져 아쉬움

입력 : 2021-05-27 19:38:28 수정 : 2021-05-27 19:3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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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대가’ 닐 버거 감독作 ‘보이저스’

“리비도가 충족되기를 바라다가 충족되지 않을 때는 불안으로 변한다. 또한 리비도는 승화되어 정신활동의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지그문트 프로이트)

새로운 행성을 보금자리로 삼기 위해 선별된 30명. 유전적으로 우수한 이들이며 철저한 훈련과 교육을 통해 새로운 ‘태초의 인류’로 길러진다. 게다가 지구를 그리워하지 않도록 태어났을 때부터 별도 시설에 격리, 그대로 우주로 떠나게 된다. 항행 기간은 86년. 1세대인 이들 대부분은 우주선 내에서 숨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들의 목표는 항행 기간 2세대를 낳고 기르는 것이다. 지구가 한계에 도달하고 멸망이 예견된다는 소재는 SF영화에서 이제 진부한 설정이 됐다. 환경오염과 기후위기는 가상보다 현실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우주로 떠나 제2의 지구를 찾는다는 ‘인류 이주 프로젝트’ 역시 매우 흔한 시나리오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 세대를 소모하고, 이들이 지구와 기존 사회를 모른 채 격리된 ‘인종’이라는 게 영화 ‘보이저스’가 내놓은 차별점이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듣고 보아온 모든 것들로부터 단절된 아이들 행동과 사고방식을 읽어내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게다가 이들은 우주선 내에서 갈수록 성장한다.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교육과 관리를 책임져 온 리처드(콜린 파렐) 역시 이들의 모든 걸 읽어내지는 못했다.

이 30인은 마치 신화 속 인물들과 비슷하다. 전례가 없고 사회화도 거치지 않았다. 우수한 지능과 정신, 육체를 지녔으며 제도, 관습, 규율 등 어떤 것에도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 따라서 그리스 신들처럼 원초적 욕망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서라면 상식을 뛰어넘는 잔인함도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가능성의 씨앗을 제어하는 약물이 ‘블루’다. 욕구를 억제해 통제하겠다는 의도이지만, 사실상 이들의 감정을 빼앗고 식물화하는 도구다.

블루의 존재를 깨닫고 이를 거부하자 충동이 이들을 덮친다. 일생을 격리된 공간에서 보내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함께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충동을 발산하는 법도 제어하는 법도 배우지 못했다. 욕망은 충족되지 못한 채 불안을 더한다. 모든 것이 처음인 태초의 아이들에게는 모든 쾌락도 최초이며 시행착오 없이 흘러넘칠 뿐이다. 통제 불능의 위기를 맞은 우주선 휴매니타스호는 새로운 지구에 무엇을 실어나르게 될까.

‘리미트리스’, ‘다이버전트’ 등 기발한 상상력으로 ‘SF의 대가’로 불리는 닐 버거 감독의 ‘보이저스’는 제한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작은 사회’를 탄생시켰다. 대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영화 속 주요인물들의 심리묘사는 무척 섬세하다. 게다가 ‘신인류의 사회화’라는 전개는 SF라는 장르를 넘어서서 인간의 본성과 심리를 심도 있게 들여다봤다. 그러나 극 후반의 전투와 추격 장면 등이 다소 치밀하지 못해 긴장감을 끝까지 고조시키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조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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