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승부수 띄운 LG, ‘초거대 인공지능’ 만든다

AI연구원 “3년간 1억달러 투자”
학습·판단 능력 인간 뇌와 유사
상위 1% 전문가 수준 역량 갖춰
글로벌 제조기업 중 첫 개발 목표

우선 하반기 ‘초거대 AI’ 공개계획
고객 상담, 암치료제·백신 개발 등
다양한 분야 광범위한 활용 기대

LG가 구광모 회장 취임 뒤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는 인공지능(AI)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향후 3년간 1억달러(약 1130억원)을 투입해 인간의 뇌 구조와 흡사한 ‘초거대 AI’를 글로벌 제조기업 중 최초로 개발한다는 내용이다. 초거대 AI는 상위 1% 인간 수준의 연산·사고 능력을 보유해 소설 창작과 암 치료제 개발 등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광범위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LG의 AI 전담조직인 LG AI연구원은 17일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 ‘AI 토크 콘서트’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AI 분야는 구회장 취임 이후 새롭게 사업을 재편한 LG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다. 구 회장은 신년사에서 “고객의 가치를 증진하기 위해 AI와 빅데이터 같은 기술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초거대 AI는 대용량의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종합적이고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학습·판단·행동하는 인간의 뇌 구조를 닮은 AI다. LG AI연구원은 초거대 AI 개발을 위해 1초에 9경5700조번의 연산 처리가 가능한 글로벌 톱 3 수준의 AI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고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또 LG는 미국 AI연구소 ‘오픈AI’가 개발한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초거대 AI 언어모델인 GPT-3가 보유한 1750억개 파라미터의 3배를 넘어선 6000억개 파라미터를 갖춘 초거대 AI를 올 하반기에 공개한다. 파라미터는 인간 뇌에서 뉴런을 연결해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시냅스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파라미터 규모가 커질수록 AI 지능이 높아진다.

LG AI연구원이 개발하는 초거대 AI는 언어뿐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을 이해하고, 데이터 추론까지 가능하다. LG AI연구원은 내년 상반기에는 조 단위 파라미터를 탑재한 초거대 AI도 개발할 예정이다.

글로벌 제조기업 중 이 같은 규모의 초거대 AI 개발은 LG가 처음이다. LG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데이터 분석, 고객상담 등 분야에 초거대 AI를 투입해 ‘상위 1% 인간 전문가’ 수준의 역량을 갖춘 AI 기술을 현장에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컨대 고객센터에서 제공하는 상담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초거대 AI를 고객별 상담이력을 요약해주는 가상 어드바이저에 활용해 상담사가 고객의 개인별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고객 상담 챗봇 등에 적용해 문장이나 대화에서 드러나는 고객의 감정까지 분석해 자연스럽고 만족도 높은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 LG의 설명이다.

LG는 AI 기반으로 차세대 배터리, 고효율 발광 분야에서 신소재 발굴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초거대 AI로 250년 동안의 화학 분야 논문과 특허를 자동으로 분석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나아가 인간의 면역체계를 활용한 신개념 암치료제인 항암 백신 개발 및 친환경적인 플라스틱 소재 개발 등에도 나선다.

LG AI연구원 배경훈(사진) 원장은 “글로벌 파트너들과 함께 고도화된 초거대 AI 연구,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및 데이터 확보 및 사업화를 위한 오픈 생태계를 구축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역량을 확보할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 연구 성과물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남혜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