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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포수 변신'… 롯데 이대호가 보여준 간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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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09 10:30:28 수정 : 2021-05-09 10:3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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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대호가 지난 8일 대구 삼성전 9회말 프로데뷔 후 처음으로 포수로 출전해 팀 승리를 일군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프로야구 롯데는 지난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 8회까지 6-8로 뒤졌고 9회초 삼성의 철벽 마무리 오승환이 등판하자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롯데 타선은 9회초 상대 실책에 편승하며 오승환을 무너뜨리고 9-8로 역전에 성공하며 대반전을 맞았다. 1사 1, 3루에서 안치홍의 병살타성 타구를 삼성 유격수 이학주가 놓치며 드라마가 시작됐다. 롯데는 계속된 1사 만루에서 장두성의 내야 땅볼로 1점을 만회했다. 이어 대타 이병규의 동점타, 딕슨 마차도의 역전타로 승부를 뒤집었다.

 

하지만 문제는 9회말 수비였다. 엔트리에 있던 김준태와 강태율 두 명의 포수가 이미 교체된 상태라 롯데 마무리 투수 김원중의 볼을 받아줄 포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베테랑 이대호(39)가 포수 출전을 자청했다. 당연히 2001년 프로 데뷔 이래 포수 출전은 처음이었다. 끝내기 위기를 맞을 수도 있고, 만약 동점이 돼 연장 12회까지 가게 된다면 4이닝 동안 이대호가 포수를 봐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팬들은 그가 마스크를 쓰고 등장해 한 번 놀랐고 또한 너무나 포수를 잘해 또 한 번 놀랐다. 이대호는 김원중의 땅으로 꽂히는 포크볼은 물론 크게 밖으로 벗어난 슬라이더도 날렵하게 받아냈을 뿐 아니라 절묘한 프레이밍 실력까지 보여줬다. 

 

김원중이 연속 안타로 무사 1, 2루에 몰렸을 때 이대호는 미리 엉덩이를 살짝 들어 올려 송구 동작을 빈틈없이 갖췄고 삼성은 이를 의식했는지 도루보다는 보내기 번트를 시도했다. 이렇게 1사 2, 3루가 된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야수가 포수로 나설 때는 포구 불안 때문에 투수들이 변화구 투구를 자제할 수밖에 없다. 자칫 공이 뒤로 빠지면 동점이 되는 상황이라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김원중은 이대호의 안정적인 모습에 포크볼 등 변화구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었고 결국 승리를 가져왔다. 

 

이대호의 이런 모습은 총체적 난국 속에 현재 10위로 추락한 롯데에 큰 울림이 되고 있다. 우리 나이로 불혹인 최고참이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대호가 보여준 간절함이 롯데 반전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송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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