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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조건부 이첩, 적법절차 원칙 위배”… 공수처 “문제 없어”

입력 : 2021-05-04 18:35:30 수정 : 2021-05-04 2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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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무규칙 놓고 갈등 재연
檢 “외부기관 구속력 없는 규칙”
법조계·학계 “법률 위반” 지적
공수처 “대통령령 준하는 효력”

사무규칙 영향 거의 없는 경찰
“관계기관 협의 통해 협조할 것”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논란이 됐던 ‘공소권 유보부 이첩’(기소권 조건부 사건 이첩) 등을 명시한 사건사무규칙을 내놓은 뒤 검찰과의 갈등이 재연되는 양상이다. 검찰이 공수처의 사건사무규칙에 대해 “적법 절차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하자 공수처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검찰 입장을 반박했다. 법조계와 법학계에서도 공수처사건사무규칙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가운데 검경 수사권 조정을 놓고 검찰과 대립각을 세웠던 경찰은 공수처 쪽을 두둔하는 모양새다.

 

대검찰청은 4일 ‘조건부 이첩’ 등을 명시한 공수처사건사무규칙과 관련, “법적 근거 없이 새로운 형사절차를 창설하는 것으로, 적법 절차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우리 형사사법 체계와도 상충될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앞서 공수처는 사건사무규칙에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 고위공무원의 비위 사건을 검찰이나 경찰에 이첩한 뒤 해당 기관이 수사를 완료하면 다시 넘겨받아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조건부 이첩과 근거를 명시했다.

 

대검은 또 경찰이 검사 등 고위공직자범죄를 수사할 경우 체포·구속·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를 위한 영장을 검찰이 아닌 공수처에 신청하도록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형사소송법과 정면으로 상충할 뿐 아니라, 사건 관계인들의 방어권에도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공수처에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권은 없는 대통령·국회의원 등 관련 사건에 대해 공수처가 수사 후 기소 또는 불기소 결정을 해 서울중앙지검에 사건 기록을 송부하도록 한 규정에 대해서도 “법률상 근거가 없고 고소인 등 사건관계인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공수처는 곧 “사건사무규칙은 공수처법 제45조에 근거를 두고 대통령령에 준하는 효력이 있다”며 검찰 입장을 반박했다. 공수처법 45조는 수사처 조직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수사처 규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또 경찰이 공수처에 영장을 신청하도록 한 것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검의 주장은 검사 비위에 대해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라는 뜻으로 검사 비위 견제라는 공수처법 취지에 반한다는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건물 모습. 연합뉴스

검찰 내부는 발끈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공수처가 사건사무규칙의 효력 자체를 대통령령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문제”라고 꼬집었다. 내부 규칙은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규칙일 뿐인데, 여기에 다른 국가기관 직무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을 담은 뒤 내부 규칙의 효력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조건부 이첩은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에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와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도 “공수처법을 바꾸지 않은 채 규칙으로 (조건부 이첩을) 정하는 건 법률에 반한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행정학) 역시 “권력기관들은 권한을 양보하기보다 강화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법률도 아니고 공수처 내부 규칙으로 권한을 규정하면 문제가 된다”며 “다른 기관들도 자체 규칙을 만들겠다고 하면 어쩔 것이냐”고 반문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 등의 비판론과 달리 경찰은 일단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협조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검찰과 달리 사건사무규칙으로 침해되는 경찰 권한이 거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수처·검찰·경찰청 3자 협의체에 참석했던 한 경찰청 관계자는 “공수처법이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만큼 법 제정 취지가 잘 이행되도록 사건사무규칙이 적용되는 게 옳다”며 “경찰은 관련 기관과 협의하고 협조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공수처와 검경은 앞으로 유기적인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한 논의를 하겠다는 방침이나 공수처와 검찰의 입장차이가 커 진통이 예상된다.

 

이희진·이창훈·김승환·김병관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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