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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한국 증시 정당한 평가 지속… 가상자산 파생상품은 시기상조”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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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05 06:00:00 수정 : 2022-11-02 13: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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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3000시대·천스닥 노크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개선
ESG 등 새 트렌드 맞춰 레벨업

공매도 재개 긍정 요소도 많아
쿠팡 해외 상장은 장단점 공존
유니콘 기업 국내 유치에 주력

비트코인 등 투자자 보호 먼저
상장·시장감시 본래 역할 지속
증시 신뢰 잃지 않게 중심 될 것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코스피 3000시대’를 맞아 거래소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코스피가 1월 초 사상 처음으로 3000을 넘더니 4월 초엔 3200 고지를 돌파했다. 최근 주춤하는 코스닥도 20년 7개월여 만에 1000에 올라섰다. 코스피 3000시대, 한국거래소 수장을 맡고 있는 손병두 이사장은 “우리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손 이사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진행한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우리 기업의 잠재력과 실력에 비해서 그동안 코스피가 주주가치 보호 미흡과 더딘 지배구조 개선, 기업 불투명성 등이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했다”면서 이렇게 진단했다.

손 이사장은 최근 열풍 수준인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관련 파생상품 개발 필요성에 대해 “가상자산이 제도권 자산으로 편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파생상품 기초자산으로 고려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투자자의 관심이 크고 가격변동성이 높아 상품성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파생상품을 상장할 수는 없으며 투자자 보호도 고려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다만 “향후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 및 가격의 안정화가 이루어지면 중장기적으로 가상자산 선물 상장 검토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손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았다. 금융위원회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답게 취임 4개월여 만에 업무를 두루 꿰어 막힘없이 답변했다.

손 이사장은 취임 이후 코스피가 3000시대를 열고, 코스닥도 ‘천스닥’에 진입한 것을 두고는 “운이 좋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손 이사장 취임 나흘 만인 지난해 12월 24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2800선을 넘었고, 약 2주 뒤인 1월 7일에는 3000선까지 뚫었다. 취임 초기를 ‘운짱’이라며 겸연쩍어했지만 임기 내 포부만큼은 단호했다. 손 이사장은 “그동안 우리 증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오명을 달고 살았는데 제 임기 동안 ‘코리아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손 이사장과 일문일답.

-코스피 3000시대 의미는.

“우리 기업의 잠재력과 실력에 비해서 그동안 코스피가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했다. 주주가치 보호 미흡과 더딘 지배구조 개선, 기업 불투명성 등이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했다. 투자자도 적었고, 상대적으로 외국인이 대외환경에 민감하다 보니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런데 개인투자자들이 시장 참여가 확 늘어나면서 저변이 넓어지고, 기업들이 법제화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 노력 등을 하면서 디스카운트 요인이 개선됐다. 우리 증시의 펀더멘털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

-해외 증시와 비교할 때 국내 증권시장의 장단점은.

“국내 주식시장은 아시아 시장 중 상대적으로 높은 대외 건전성과 견조한 기업 실적 등으로 외국인의 투자 수요가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 수출 호조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 지속, 낮은 금리 변동성 등이 외국인의 국내 증권시장에 대한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다만 자본시장 개방도가 높고, 수출 중심 국가인 한국은 대외 이벤트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높았고, 증권시장과 외환시장이 미국과 일본 등 선진시장 대비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코스피 3000시대 한국거래소의 역할은.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통해 아직 남아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을 해소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SRI(사회책임투자) 등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시장환경을 마련하여 기관, 외국인 등 안정적 수요기반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 거래소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수 있도록 국내 자본시장을 보다 매력 있는 시장으로 레벨업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한국거래소가 사실상 독점구조다.

“최근 개인투자자 증가에 따른 거래대금 급증 추세 등을 감안하면 조만간 대체거래소(ATS) 설립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건전한 경쟁 환경이 필요할 수 있다. 다만 대체거래소가 나온다고 해도 거래 등 일부 기능만 담당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 거래소는 상장, 시장감시 등 중요한 우리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향후 ATS 설립이 구체화되면 거래소는 메인 시장관리자로서 시장감시와 청산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ATS와 긴밀하게 협의할 계획이다.”

-3일 공매도가 부분적으로 재개됐다.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대한 거부감은 잘 알고 있다. 공매도를 금지해 달라는 일부 투자자들의 요청도 있지만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장기간 공매도를 금지한 나라는 없었다. 개인투자자의 불안감과 불신을 해소하고자 당국에서는 자본시장법 및 시행령 개정을 통해 불법공매도에 대한 처벌수준을 강화했다. 거래소도 공매도 감리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불법공매도 적발을 위한 공매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에 따라 공매도가 재개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으며 일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공매도 관련 부작용이 최소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오히려 합법적인 차입공매도로 인한 헤지가 가능해져 외국인투자자 등의 순매수세가 유입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기대된다.”

-쿠팡이 해외상장하면서 국내 유니콘(기업가치가 1조원인 스타트업)기업의 추가 해외상장 가능성이 나온다.

“작년과 올해 그야말로 상장 대박이었다. ‘따상(공모가 2배 상장 후 상한가 진입)에 ‘따상상’도 있었다. 유동자금이 기업 경영자금으로 가는 채널로 작동해 긍정적인 측면도 많았다. 다만 너무 투자자 기대가 큰 나머지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런 와중에 국내 시장에 만족하지 못하고 해외로 가는 쿠팡도 있었다. 다만 기업만의 사정이 있다. 쿠팡은 본사도 미국이고 대주주도 외국인이다. 해외 상장이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 그걸 너도나도 모든 기업들이, 특히 유니콘을 꿈꾸는 기업들이 해외로 가려고 하는 건 위험해 보이는 측면도 있다. 상장비용과 유지비용, 소송리스크 등 해외 상장이 더 불리할 가능성도 있다. 상장시켜 놨다가 거래되지 않아서 상장폐지돼서 국내로 돌아온 케이스도 있다. 회사 사정에 따라 해외가는 것이라면 국내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만 본 채로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간다면 자칫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거래소는 앞으로 국내 성장형 기업 심사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상장 가능성이 높은 유니콘 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 상장유치를 전개할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의 경우 소수의 투자자가 신규 상장일 체결 수량 87만여주의 50~70%를 독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속칭 ‘교보증권 광클맨’ 또는 ‘상따팀’으로 불리는 특정세력의 매수 행태 대책은.

“신규 상장 종목은 오전 9시 개장 전 한 시간 동안 나오는 주문에 맞춰 기준가가 공모가의 90~200%에서 결정되고 개장 후 가격은 위아래 30%로 제한된다. 신규 상장 종목들은 제 가격을 찾기까지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에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변동폭에 제한을 둔 건데, 역으로 보면 이런 제한이 최근 같은 공모주 투자 열기 속에서 따상을 예측하기 쉽게 하는 측면도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사례는 우리 매매 제도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투자자가 대량자금으로 알고리즘 거래를 해서 일종의 ‘매크로(자동화 컴퓨터 프로그램)’ 비슷하게 한 것이다. 이른바 ‘광끌맨’은 자체의 불법성은 없지만 기존 제도 허점을 활용한 것이다. 불공정 이슈 문제가 제기되면서 거래소 내부적으로 제도개선책을 마련 중이고, 조만간 발표해 그런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관련 파생상품 개발 필요성에 대한 견해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미국, EU 등 전 세계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로 인한 유동성 확대가 전통적인 자산 이외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가격 상승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을 제도화하지 않고 있다. 가상자산이 제도권 자산으로 편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파생상품 기초자산으로 고려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또한 투자자의 관심이 크고 가격변동성이 높아 상품성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파생상품을 상장할 수는 없으며 투자자 보호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향후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 및 가격의 안정화가 이루어지면 중장기적으로 가상자산의 선물 상장 검토는 가능하다.”

-임기 내 가장 역점을 두고 싶은 부분은.

“주식시장이 모처럼 맞은 호기를 절대로 흘려버리면 안 되겠다. 주식시장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하는 노력의 중심에 거래소가 서겠다. 조직 내부적으로는 변화하는 환경에 뒤처지지 않게 역동적이고 젊은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다. 그동안 관료적이고 보수적이었다면 역동성으로 시장을 끌고 갈 수 있도록 변화하는 데 주력하겠다.”

대담=이천종 경제부장, 정리=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1964년 서울 출생 ●인창고 ●서울대 국제경영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 박사 ●행정고시 33회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거래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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