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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낚아보자”… 코로나 시대, 따로 또 같이 ‘漁택트’ [제4회 세계드론낚시랜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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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25 19:11:18 수정 : 2021-04-27 10: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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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구읍뱃터 등 5곳서 개최
가족·친구·직장 동료 등 합심해 도전
드론과 낚시 역할 분담해 손발 ‘척척’
방역수칙 지키려 팀 나눠… 랜선 만남

각양각색 드론에 ‘노하우 장비’ 장착
크기 150㎝·무게 24㎏ 대형드론 눈길
24일 ‘제4회 세계드론낚시랜선대회’에 참가한 강태공들이 충남 태안 민어도에서 드론을 이용해 낚시 미끼를 멀리 띄워보내고 있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인천 영종도 구읍뱃터와 소무의도, 옹진군 장경리 해수욕장, 충남 태안 민어도, 당진 왜목마을 5곳에서 분산 진행됐다. 태안=김정모 기자

‘딸랑딸랑’

 

24일 오후 2시30분쯤 인천 소무의도의 몽여해변 대회장. 동생과 함께 출전한 김권필(42)씨 낚싯대에 달린 방울이 요란하게 울렸다. 오랜만의 입질에 김씨는 조심스레 낚싯대를 들어 올렸다. 낚싯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게 물고기가 미끼를 물었음을 알렸다. 다시 힘차게 감아올린 낚싯줄에는 노래미 한 마리가 달려 올라왔다.

 

김씨는 동생 형준(41)씨와 함께 ‘브로’라는 팀명으로 지난해 3회 대회에 이어 참가했다. 이번에도 형 김씨가 드론을 조종하고 동생 형준씨가 낚시를 책임졌다. 지난번 대회에서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설움을 날려버리겠다고 한 다짐대로 형제는 기어코 물고기를 낚아 올렸다. 이들이 잡은 노래미의 무게는 96g. 최종 입상에 실패했지만 대회 도중 한때 순위권에 들 만큼 꽤 묵직했다. 형 김씨는 “입상도 중요하지만 드론 대회는 평소 자주 보지 못하는 동생과 볼 수 있어서 좋은 기회”라며 “이제는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연례행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4회째를 맞은 세계드론낚시대회에는 다양한 사연을 지닌 참가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가족과 친구, 회사 동료가 의기투합해 팀을 이뤘고 입상 여부를 떠나 참여에 의미를 두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세계드론낚시대회가 새로운 여가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대회를 거듭할수록 출전하는 드론 모습은 다양해지고 있다.

‘제4회 세계드론낚시랜선대회’에서 정희택 세계일보 사장이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영종도=하상윤 기자

◆드론과 낚시의 이색적인 만남

 

대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드론 조종과 낚시를 분담해 출전했다. ‘좋은 가족’팀이란 이름을 내걸고 참가한 박래선(54)씨는 드론 조종기를, 아내 서길순(54)씨는 낚싯대를 잡았다. 지난달 드론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박씨는 “자격증을 취득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열정만큼은 누구 못지않다”며 “사전 조사를 통해 이곳 바닷가의 바닥이 어떤지, 낚싯밥이 어떤 게 좋을지도 연구해왔다”고 말했다.

 

충남 아산에서 온 임광순(52)씨는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는 형과 대회에 나왔다. 4년 전 드론 자격증을 딴 임씨와 낚시 경력만 20여년을 자랑하는 유병철(55)씨가 의기투합했다. 임씨는 “취미 생활로 하는 드론과 형님이 좋아하는 낚시를 접목할 수 있는 대회라서 참가를 결정했다”며 “입상은 운이고 같이 좋은 시간을 보내는 데 의미를 둔다”고 했다.

 

낚시 경력이 이날 ‘하루’로 초보지만 패기를 가지고 참가한 ‘드론 고수’가 눈에 띄었다. 육지에서 해상에 정박한 선박으로 물품을 실어나르는 일을 하는 홍운희(32)·김린(45)씨는 전날 낚싯대를 처음 샀다고 한다. 이날 물고기를 낚는 데에는 결국 실패했지만 그들의 열의만큼은 다른 팀 못지않았다. 홍씨는 “낚시는 처음인데 드론을 활용한 대회라서 관심을 갖게 됐다”며 “앞으로 어촌계와 협력해 체험형 사업으로 확장해도 좋은 아이템이 될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소무의도 대회장에는 참가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대형 드론이 등장했다. 참가자 대부분이 30∼50㎝ 크기의 촬영용 드론을 사용한 것과 달리 크기만 약 150㎝에 달하는 농업용 방제드론이었다. 농약 살포 등에 쓰이는 이 드론의 무게는 24㎏에 달했다. 회사에서 사용하는 드론을 가져왔다는 ‘천풍’의 임재윤(37)씨는 “크기가 크다 보니 다른 드론에 비해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하다”고 자랑했다. 이 팀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먼저 노래미를 낚아 올려 다른 참가자들의 조바심을 부채질했다.

구읍뱃터 메인행사장에서 열린 ‘제4회 세계드론낚시랜선대회’ 개회식에서 황성규 국토교통부 제2차관이 영상축사를 하고 있다. 영종도=이재문 기자

 

 

◆코로나19 방역 위해 “따로 또 같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5인 이상 집합금지’ 규정을 지키기 위해 지난 대회까지 한 팀으로 참가한 이들이 다른 팀으로 쪼개 경쟁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이들은 따로 떨어져 드론낚시를 벌이면서도 틈나는 대로 유튜브를 통한 중계를 휴대전화로 보면서 서로 기쁨과 아쉬움을 나눴다.

 

지난 3회 대회 때 드론 레이싱 선수들과 학부모들로 구성해 4위의 성적을 낸 ‘언노운’팀은 올해 ‘언노운 원’과 ‘언노운 투’, 두 팀으로 나눠 참가했다. 오후 2시쯤 언노운 투팀이 충남 당진에서 448g짜리 광어 1마리를 잡았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인천 영종도 구읍뱃터에 있던 언노운 원팀이 자기 일인 양 환호하는 모습이었다.

 

언노운 원팀의 주은정(41)씨는 “지난해에는 같이 합숙하면서 재밌게 했는데 올해는 떨어져서 아쉽다”면서 “그래도 코로나19로 드론 레이싱 경기도 많이 줄어든 상황에 낚시를 좋아하는 부모들과 드론을 즐기는 아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유일한 취미활동”이라고 말했다.

 

충남 당진의 ‘경기항공’팀과 인천 소무의도의 ‘경기항공y’팀도 원래 한팀이었다. 경기항공y팀의 차상근(47)씨는 “우리는 어려 보이는 팀이라 뒤에 영(young·어린)을 의미하는 ‘y’를 붙였다”면서 “모두 일반인 대상으로 드론을 교육하고 유통하는 곳 소속인데 자부심을 가지고 참여했다. 드론은 문제가 없는데 채비가 별로 좋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무의도·영종도=이종민·유지혜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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