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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서방, 선 넘지 마라” 경고한 날, 러 전역 나발니 석방 시위

입력 : 2021-04-22 20:09:55 수정 : 2021-04-22 22: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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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믈궁 앞에서도 산발적 시위
시위대 측 “모스크바서만 6만명”
러 당국선 6000여명으로 추산
전국에서 1600여명 경찰에 연행

푸틴 “어디가 레드라인인지는
사례마다 우리가 결정하게 될 것”

병원으로 나발니 면회 간 측근들
“감방서 비틀대는 해골처럼 보여”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가 러시아 전역에서 일어난 2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도 ‘푸틴은 살인자’ 등 손팻말을 든 나발니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런던=EPA연합뉴스

21년째 장기집권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라 안팎에서 거센 도전과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그가 국정 연설에서 서방 국가들을 향해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고 강경 발언을 쏟아낸 21일(현지시간)에도 러시아 전역에서 가두 시위가 일어났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푸틴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석방 촉구 시위가 열렸다. 이틀 전 내무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불법 집회에 가담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몇 시간 전 국정연설을 했던 크레믈궁 앞에서도 산발적 시위가 일어나 “(푸틴은) 물러가라”는 구호가 울려퍼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수만명의 러시아인이 푸틴의 통치에 도전하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나와 경찰과 맞섰다”며 “극동 지역까지 11개 시간대에 걸쳐 모인 시위대가 ‘정치범을 석방하라’, ‘차르(러시아 황제)를 타도하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앞서 교도소에서 건강이 악화한 나발니는 민간 의사 진료를 요구하며 지난달 31일부터 약 20일간 단식을 벌였다. 그는 전날 재소자 병원으로 이송되기는 했지만, 측근들은 그를 면회한 뒤 “감방 안에서 비틀거리는 해골처럼 보였다”고 했다.

“푸틴 물러가라” 휴대폰 시위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도심에 모인 시위대가 휴대전화 조명을 켜고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모스크바=EPA연합뉴스

이날 시위 참가를 호소했던 나발니 측의 레오니트 볼코프는 텔레그램을 통해 “모스크바에서만 지난 1월보다 훨씬 많은 6만여 명이 나왔다”며 “진실과 선은 결국 우리 편”이라고 주장했다.

 

관영 언론과 정부 집계는 이보다 훨씬 적었다. 리아노보스티통신은 29개 도시에서 열린 불법 집회에 약 1만4400명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내무부는 모스크바 시위대 규모를 6000명으로 추산했다. 영국 BBC방송은 “원천 봉쇄된 시위에서 경찰을 피해 끊임없이 우회하는 사람 수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며 “나발니 체포 당시보다는 적은 수였지만, 자칫 일자리를 잃거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위험을 고려하면 놀랍지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독립방송 TV레인은 “시위 참여율을 줄이려고 각 대학이 예정에 없던 시험을 치렀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극동 부랴티야공화국 울란우데에서 나발니 지지 시위 참가자가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 울란우데=AP연합뉴스

22일 새벽 2시 현재 전국에서 1631명의 시위 참가자가 연행됐다고 정치범 체포를 감시하는 비정부기구 ‘OVD-인포’는 밝혔다.

 

앞선 국정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주로 코로나19 이후 러시아 복구 방안과 대국민 지원책을 제시하며 민심 수습을 시도했다. 서방 각국이 우려를 표하고 있는 나발니 처우나 우크라이나 문제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접경 지역에 10만명의 병력과 전투기를 집결해 긴장이 고조된 상태다. 이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 간 교전이 시작된 2014년 이후 최대 규모다.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AP뉴시스

푸틴 대통령은 다만 러시아를 건드리는 것이 서방 세계에서 ‘새로운 스포츠’처럼 되고 있다면서 “우리는 (교류의) 다리를 불태우고 싶지 않지만, 누군가 우리의 선의를 무관심이나 나약함으로 받아들인다면, 그는 러시아의 대응이 비대칭적이고 신속·단호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최근 대선 개입과 연방기관·기업 해킹 등을 이유로 러시아 외교관 10명을 추방하는 등 제재를 가한 데 이어 체코, 폴란드도 잇달아 유사한 조치를 취하며 ‘대러 압박 전선’에 동참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누구도 러시아를 상대로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을 생각을 하지 않기 바란다”면서 러시아의 핵무력을 과시했다. 그러면서 “어디가 레드라인인지는 각각의 구체적 사례마다 우리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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