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나무도 딥러닝 기술을 익힌 인공지능(AI)이 판별하는 시대가 다가왔다. 구상나무 등 상록침엽수가 단체로 고사하며 고사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인공지능개발업체의 기술이 활용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기후변화로 인한 지리산 아고산대 상록침엽수 고사목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최근 고해상도 항공영상 기반 AI 판독기술을 개발해 활용했다고 15일 밝혔다. 국립공원공단은 고사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AI개발업체 ‘다비오’, 항공영상측정 업체 ‘삼아항업’과 공동으로 고해상도 항공영상 기반 AI 딥러닝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해 지난해 11월19일부터 이틀간 지리산국립공원 약 41㎢를 대상으로 고사목 5만4781그루를 검출해냈다. 국립공원공단 연구진은 기술 적용에 앞서 지리산 아고산대 침엽수 고사목 약 4000그루의 질감, 형태, 색감 등을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학습시켰는데 AI는 이를 토대로 13배에 달하는 새로운 고사목 정보를 얻었다.
전문가가 육안으로 판독한 정확도와 AI 판독 능력을 비교한 결과, 선 채로 고사한 수목은 약 89.1%, 쓰러져 고사한 수목은 약 56.5%를 찾아내 평균적으로 약 72.9%의 정확도를 보였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을 통해 전문가 접근이 불가능한 급경사지 등 위험지역에 있는 고사목도 자료를 수집할 수 있게 됐다. 조사기간도 전문가가 일일이 다닐 경우 수개월이 걸리는 일을 몇 시간으로 단축시켰다. 이번에 AI로 검출한 면적 41㎢도 전문가가 육안으로 판단할 경우 약 1년이 소요되는 넓이다.
연구진은 향후 기술을 고도화해 설악산, 덕유산 등 백두대간 아고산대 생태계에 확대·적용하고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아고산대 상록침엽수 고사를 예측해 보전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또 아고산대 상록침엽수 고사가 광범위하게 나타나며 보전·관리를 위한 중장기 대책도 마련할 예정이다.
최승운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장은 “이번 기술개발을 시작으로 기후변화 연구뿐 아니라 생태자원, 산림 병해충 피해, 산사태 발생지 등 다양한 분야에 AI 기술을 접목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조사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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