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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우리 마을 가게가 영화관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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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2-27 14:00:00 수정 : 2021-02-26 17: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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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가게 미술관.

 

지난 한 해 일상에서 멀어진 공간들이 많다. 영화관 같은 공간뿐만 아니라 늘 들렀던 동네 가게도 전만큼 못 갔다. 대신 온라인 공간에서 영화를 보고, 물건을 사고, 음식 배달을 시키는 경우가 늘었고.  

 

코로나19 상황 이후 오프라인 공간 대신 온라인 공간 활용이 확대되었다는 생각만 하던 필자의 좁은 시선을 열어 준 공공프로젝트가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걸 또다시 실감했는데, 오늘은 새로운 오프라인 공간의 가능성을 알려준 ‘우리 마을 미술관’ 프로젝트를 소개할까 한다.  

 

2020년 12월 29일부터 2021년 1월 23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가좌동에 있는 빵집, 떡집, 커피집, 피자집, 사진관, 동물병원 등의 13개 가게는 ’우리 마을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가게 내부 혹은 쇼 윈도우 쪽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실험영화, 미디어아트, 대안영상 등으로 불리는 동영상 작품 30여 편이 상영됐는데, 가게에서 선택한 작품들이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식으로 사전 세팅된 시간 동안 반복 상영됐다. 모니터 아래쪽엔 작품을 소개하는 안내판도 설치됐다.

 

 

1분에서 30여 분까지 길이도 서로 다르고,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된 30여 작품은 일반 영화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내용과 형식은 아니었다. 그러나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상업적인 공간인 마을 가게와 만나 신선한 효과를 만들어냈다. 작은 소품, 꽃 한 송이도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어내는데, 당연한 일이었다. 쇼 윈도우에 설치되어 가게 바깥쪽을 향한 모니터들은 골목의 분위기도 바꾸었다. 

 

길을 가다 멈춰서 보는 사람들도 있고, 가게에 들어와 작품에 대해 묻는 사람들도 있고, 새로운 경험과 소통을 만들어냈다. 하루 종일 가게를 지키는 분들에게도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제공했다. 그리고 영화제나 전시회 등을 벗어나 자신의 작품을 소개한 작가들까지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이 아니었을까? 

 

필자는 늘 다양한 영화, 영상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만나보길 추천해왔다. 자주 접하지 못해서일 뿐, 막상 접하게 되면, 분명 시청각적 자극을 받게 되고, 다양한 느낌과 생각들에 빠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언뜻 난해해 보일지 몰라도, 누군가의 상상력과 창의력의 결과물을 접하게 되면 작품 자체가 품어내는 에너지에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번 겨울 ’마을 가게 프로젝트‘는 끝이 났고, 가좌동 마을극장에서 영화 상영, 미디어 퍼포먼스 등 더 다양한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아쉽게도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봄에도 더 많은 마을 가게들과 함께 돌아온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마을들도 더 늘어나길 기대해 본다. 

 

현재 ’마을 가게 프로젝트‘ 홈페이지에서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으니, 온라인 공간도 누려보시기 바란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사진=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위 기사는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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