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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박근혜·최순실 경제공동체’ 묶은 검찰 논리 수용 결정적”

입력 : 2021-01-15 06:00:00 수정 : 2021-01-15 11: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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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안팎… ‘국정농단’ 조연은
조력·묵인자 대다수는 여전히 재판 중
전 국정원장 3명 파기환송심 징역형 선고
‘블랙리스트’ 김기춘·조윤선도 결론 안 나
이재용 부회장은 18일 파기환송심 선고
28일 우병우 선고… 연말께 관련재판 끝나

특검팀 파견 특수통 검사들 영욕 되풀이
윤석열·한동훈·신자용 등 ‘쓴맛’도 경험
지지자들 손팻말 시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상고심 선고 공판이 열린 1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하상윤 기자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짧은 한마디로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된 박근혜(69)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모두 마무리됐다. 2017년 4월 18개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된 지 3년9개월 만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4일 오전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등 사건에 관한 재상고심 선고 공판을 열고 뇌물 혐의에 징역 15년과 벌금 180억원, 국고 손실 등 나머지 혐의에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한 파기환송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비선실세’ 최서원(65·개명 전 최순실)씨와 사실상 나눈 박 전 대통령의 최종 형량은 징역 22년, 벌금 180억원, 추징금 35억원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이 모든 형기를 다 채울 경우 87세가 되므로 종신형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에선 “경제공동체가 아니다”라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측 주장과 달리 법원이 두 사람의 ‘공모 관계’를 적극 인정한 점이 결정적이었다고 본다. 법원은 ‘두 사람이 역할을 나눠 뇌물을 받아낸 것’이란 검찰 논리를 받아들여 삼성 등 대기업이 최씨 측에 건넨 뇌물도 박 전 대통령 혐의로 적용했다. 대통령 권력 뒤에 숨어 각종 잇속을 챙긴 최씨는 지난해 징역 21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여전히 재판 중인 국정농단 ‘조연’들

‘국정농단’의 핵심인 두 사람의 형이 확정됐으나 관련 재판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이에 조력하거나 묵인한 대다수가 여전히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굵직한 ‘조연’ 중에선 직권남용 혐의로 4년형을 선고받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만 형이 확정됐다.

박 전 대통령에게 매달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이날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각각 징역 1년6개월, 3년, 3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이들은 2013년 5월부터 3년 동안 36억5000만원을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돈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청와대 비서관들을 통해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도록 지시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재판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대법원은 직권남용죄에 관한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에게 각각 징역 4년,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깼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2부는 이들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 재판을 열었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도 최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 등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오랜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 8월 대법원이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함에 따라 오는 18일 파기환송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이달 28일에는 직무유기 등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린다. 올 연말은 돼야 국정농단과 관련한 모든 재판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적폐수사, 검찰 지형도 바꿔”

박 전 대통령 수사는 검찰 내부 지형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박영수 특검팀에서 일한 ‘특수통’ 검사들은 정권 교체와 함께 요직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이 대표적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로 정권에 미운털이 박히면서 지방 한직을 돌던 윤 총장은 특검팀 참여 이후 2017년 5월 서울중앙지검장, 2019년 7월 검찰총장으로 연거푸 영전했다. 모두 전임보다 연수원 기수를 다섯 기수나 뛰어넘은 데다 고검장급이 가던 자리를 지검장급이 꿰차는 ‘파격’ 인사였다.

 

특검에서 윤 총장과 호흡을 맞춘 한동훈(〃 27기) 검사도 특검 파견 뒤 다섯 기수를 뛰어넘어 서울중앙지검 3차장에 오른 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영전, 역대 최연소 검사장이 됐다. 신자용(〃 28기) 검사도 파견 복귀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법무부 검찰과장, 서울중앙지검 1차장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다. 이에 법조계에선 “적폐청산 수사에 대한 정권의 보답”이란 뒷말이 나왔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것 같던 이들의 위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를 계기로 꺾였다.

 

특검 파견 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과 대검 선임연구관을 지낸 양석조(〃 29기) 검사는 이른바 ‘상갓집 파동’ 이후 대전고검 검사로, 한 검사장과 신 검사도 각각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등 한직으로 밀려났다. 국정농단 특검에 파견됐던 검사 20명 중 요직으로 꼽히는 대검이나 서울중앙지검에 현재 소속된 검사는 윤 총장 포함 4명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2021년 국정운영 구상과 방향을 국민들께 제시하는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文, 신년회견서 ‘李·朴 사면’ 언급 가능성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14일 대법원의 박 전 대통령 형 확정판결로 완료되면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결심이 곧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만간 있을 신년 기자회견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관련 언급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적 합의’가 사면의 전제조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5월 취임 2주년 특집 KBS 대담에서 두 전직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아직 재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상황 속에서 사면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형이 확정된 이날 이후부터는 사면 관련 언급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청와대는 이를 의식한 듯 “판결 직후 대통령이 사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년 기자회견에서 어차피 질문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면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의중이 이때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다양한 관측이 나오는데, 사면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위기가 비교적 우세하다. 청와대 최재성 정무수석은 대법원 선고 하루 전인 지난 1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면 기준을 제시한 셈인데, 최근 여론조사에서 사면 반대 의견이 50%가 넘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사면에 부정적인 기류를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왼쪽)과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판결 직후 사면을 검토하는 것도 문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경우, 형이 확정되고 8개월 뒤에 풀려났다. 이날 청와대는 대법원 판결에 “국민의 촛불혁명, 국회의 탄핵에 이어 법원의 사법적 판단으로 국정농단 사건이 마무리됐다”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정신이 구현된 것”이라는 공식 논평을 냈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사면 카드가 자칫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지지층과 당 의견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하지만 여당 대표이자 차기 대권후보인 이 대표가 사면론을 공식 제기했다. 문 대통령이 ‘사면은 없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촛불혁명의 위대한 정신을 가지고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 깊은 상처를 헤아리며 국민께 진솔하게 사과해야 옳다”고 말했다. 두 전직 대통령이 몸담았던 국민의힘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윤희석 대변인은 논평에서 “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국민과 함께 엄중히 받아들이겠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사면을 결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로지 국민통합, 나라의 품격과 미래만 보고 대통령이 결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창수·이희진·이도형·배민영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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