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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가졌던 대선주자 인터뷰. 처음엔 분위기가 서먹했다. 그래서 안 대표가 2009년 MBC 예능 프로인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던 얘기를 꺼냈다. “개그맨 강호동씨와 농담을 주고받던 장면들이 재미있었다”고 하자, 안 대표는 “제가 원래 그렇게 재미있는 사람입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후 대화는 부드럽게 풀려 나갔다. ‘무릎팍 도사’ 출연 당시 대학교수였던 안 대표는 이 TV 예능 한 편으로 국민적 인기를 얻었고 대중 정치인으로 변신한다.

정치인과 연예인은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산다는 점에서 닮은 구석이 많다. 연예인과 마찬가지로 정치인이 대중에게 다가서는 데 TV는 유용한 수단이 된다. 정치인이 가장 쉽게 나설 수 있는 TV 프로그램이 아마 예능일 것이다. 원래 ‘예능 프로’라는 방송용어는 일본에서 왔다. ‘가벼운 잡담과 말장난을 섞은 오락 프로’를 뜻한다. 정치인은 대중과 가까워지고, 방송국은 인지도 있는 정치인의 출연으로 시청률을 올릴 수 있어, 정치인의 TV 예능 출연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TV 예능에 최초로 출연한 거물 정치인은 1996년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였던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이다. 개그맨 이경규가 진행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출연한 DJ는 진행자 못지않게 사람들을 웃겨 ‘과격’ ‘근엄’ 이미지를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봤다. 이듬해 대선 승리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후 2012년 박근혜, 문재인 등 대선후보들도 잇따라 TV 예능에 경쟁적으로 출연했다. 박 후보는 여중 시절 비키니 차림 사진을 공개했고, 문 후보는 벽돌 격파 시범을 보였다.

최근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TV 예능에 출연해 일상을 공개했다. 사생활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관찰 예능’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엘리트 이미지가 강한 두 정치인의 소탈한 모습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예능이 선거 출마를 앞둔 정치인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한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예능을 통해 분칠된 정치인의 이미지가 유권자 눈을 가릴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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