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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너무나도 존경하는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

입력 : 2020-12-31 09:00:00 수정 : 2020-12-30 20: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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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건희 회장 언급땐 눈물...1, 2심때처럼 다른 피고인 선처 당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가 꿈꾸는 승어부(勝於父·아버지보다 낫다는 의미)는 더 큰 의미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정신과 자세를 바꾸고 외부의 부당한 압력을 거부할 수 있는 철저한 준법시스템 만들겠습니다. 우리의 생태계가 건강해 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삼성 직원들이 자랑스럽게 여겨야 합니다. 진정한 초일류 기업은 지속가능한 기업이고 기업인 이재용이 일관된 꿈 입니다. 이것이 이뤄질 때 진정한 승어부가 될 것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30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너무나도 존경하는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부회장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영결식에서는 고인이 선친 이병철 회장을 능가해 '승어부'를 이뤘다는 내용의 추도사를 언급하면서 "선대보다 더 크고 강하게 만드는 것이 효도라는 가르침이다. 그 말이 강렬하게 남아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최후진술에서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두 분 판사님,오늘 저는 참회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두번 다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 또 다짐하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라고 울먹이며 발언을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께서 쓰려졌고, 경황이 없던 와중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가 있었다"며 "지금 같았으면 결단코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회사와 임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국민도 실망했고 솔직히 힘들었다"면서 "모든 것이 저의 불찰, 저의 잘못이다. 제 책임이다. 제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지난 4년간 국정농단 재판에 대한 소회와 함께 자신의 경영 철학과 포부들을 20여년 전 삼성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의 일화들을 엮어 발언을 이어갔다. 부친 이건희 회장을 언급할때마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울먹이며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부끄러운 마음으로 깊이 뉘우친다"면서 "이 사건은 제 인생에서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 4년간의 재판, 조사 과정은 제게 소중한 성찰의 시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다른 무엇보다 재판 과정에서 준법감시위원회가 생겼다"며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쉽지 않은 길이고, 불편할 수 있고, 멀리 돌아가야할 수 있지만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재판장님 지켜봐달라"고 강조했다.

 

또 "준법감시위가 본연의 역할을 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충분히 지원하겠다"며 "이제는 준법을 넘어 최고 수준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가진 회사로 만들겠다. 제가 책임지고 추진하겠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거듭 말씀드리는데 제 아이들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언급되는 일 자체가 없도록 하겠다"면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도 없을 것이고, 제가 지킨 약속은 모두 지키고 삼성이 드린 약속도 제가 책임지고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부친과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1987년 11월 저는 대학교 1학년이었다"며 "이병철 선대 회장 임종을 지켜본 직후 아버님은 일본 지점장에게 전화해 당시 일본 주요 기업들 최고경영자들과 미팅을 잡으라는 지시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보다 앞서는 기업들이었고, 다음해 1월 아버지는 어학연수 중이던 저를 모든 회의에 데려가셨다"면서 "당시 삼성 위상이 낮아 현지 전무급, 부장급 등이 나와도 최신 정보를 얻으려 애쓰신 게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열함이 삼성의 DNA여서 앞만 보고 달렸다. 돌이켜보면 중요한 것을 놓친 것 같다"며 "삼성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 국민 신뢰를 간과했다. 삼성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재판장께서 재벌의 해체로 지적한 부분을 과감하게 바꾸겠다"며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겠다. 국민에게 큰 빚을 졌다.꼭 되돌려 드리겠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이 부회장은 앞선 1심과 2심에서와 마찬가지로 다른 피고인들의 선처를 요청했다. 이 부회장은 "다 제 책임이다. 죄를 물으실 일이 있으면 저한테 물어주시길 바란다"며 "여기 선배님들은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이다. 이 분들을 너무 꾸짖지 말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30일 마무리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등의 혐의로 지난 2017년 2월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뒤 2018년 2월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후 2019년 8월 대법원 상고심에선 사건이 파기환송됐고 1년4개월여 만인 이날 서울고법에서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이 진행됐다. 이날 결심 공판에서 특검 측은 징역 9년을 구형했고,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은 최후진술을 했다.

 

특검은 지난 1심과 항소심서 12년을 구형했으나 이번 파기환송심에서는 이보다 낮은 9년형을 구형했다. 구형량이 12년에서 9년으로 줄어든 이유는지난해 대법 선고에서 재산국외도피죄가 무죄로 최종 확정 됐고, 미르와 K스포츠 출연금 204억원도 뇌물이 아니라고 했기 때문에 특검이 구형량을 조정한 것이라고 법조계는 보고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최후진술에서 언급한 것처럼 재판 기간 동안 준법감시위원회 설치, 기업비전 제시, 혁신 경제로의 전환 및 올바른 기업인의 자세 등 재판부의 당부 및 권고를 이행해왔다.

 

삼성은 회사 및 최고경영진에 대한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통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월 독립적인 준법감시 기구인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했다. 이 부회장은 5월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 등 삼성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국민들께 직접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기도 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자신의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4월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야 말로 세계 최고를 향한 도전을 멈추게 하지 않는 힘"이라는 개인적인 소신을 밝히며 ▲협력회사들에 역대 최대 규모 인센티브 ▲산학협력에 매년 1000억원 투입 ▲삼성청년소프트웨어아카데미(SSAFY) 통한 인재 육성에 매진했다.

 

"만 51세가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느냐"라는 재판부의 물음에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5월 기자회견 및 지난해 삼성전자 창립50주년 기념사를 통해 '기술을 통한 인류사회 공헌 및 사회와의 동행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이날 최종 변론을 끝으로 내년 1월 선고가 이뤄지면 2017년 2월 특검 기소로 시작된 국정농단 재판은 약 4년 만에 끝나게 되지만,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은 또 다시 시작돼 삼성의 사법리스크는 여전하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속에서도 현장 경영 등 통해 리더십을 발휘해 왔지만 수사와 재판 때문에 몇년간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현대차 정의선 회장의 미국 로봇공학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인수, SK 최태원 회장의 수소사업 추진단 신설, LG 구광모 회장의 마그나와 전기차 부품 합작법인 설립 등 다른 그룹들은 이처럼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삼성은 사법리스크로 인해 굵직한 M&A와 대형 신사업에선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아직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사법 리스크가 이어질 경우 대규모 시설 투자 및 연구개발(R&D) 투자, 글로벌 인수합병(M&A)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고, 인공지능(AI)과 바이오, 5G 이동통신 등 범국가적인 미래성장동력 육성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특히 삼성은 물론이고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재계 전체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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