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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세상 떠난 날이 하필이면 생일인 지오의 짠한 이야기

입력 : 2020-12-30 03:00:00 수정 : 2020-12-29 16:5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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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원 작가의 판타지 동화 ‘생일을 훔치는 녀석’ 출간

초등학교 5학년인 지오는 생일을 앞둔 친구와 함께 걸어가는 낯선 아이를 본다. 그 아이가 친구의 손을 잡고 사라진 다음날이면 영락없이 친구가 자기 생일 파티를 열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 놀랍게도 ‘생일 실종 사건’은 그 후에도 계속해서 일어난다. 지오는 낯선 아이에게 ‘Q’라는 이름을 붙이고 Q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나선다.

 

오혜원의 판타지 동화 ‘생일을 훔치는 녀석’(박현주 그림, 보랏빛소어린이)은 미스터리를 쫓는 재미와 함께 지오의 마음에 공감과 위로를 느끼며, 우리 자신의 마음도 솔직히 들여다보게 하는 이야기다.

 

과연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Q의 정체는 뭘까. 희다 못해 투명한 피부에 푸르고 맑은 눈동자를 가진 의문의 아이 Q는 특이한 겉모습만큼이나 이상한 특징이 있다.

 

우선, Q의 모습은 오직 지오의 눈에만 보인다. 다음은 언제, 누구 근처에 나타날지 전혀 예상할 수 없다. 어떨 때는 6학년 오빠의 자전거를 함께 타는 Q의 모습이, 또 어떨 때는 친구 집 앞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Q의 잔상이 보인다. 그럴 때마다 Q와 함께 있던 누군가의 생일은 축복 받지 못한 채 휑하니 지나가 버리고 만다.

 

지오는 친구 가원이와 현지에게 Q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리고 Q가 나타난 뒤 정말 생일이 사라지는지 셋이서 지켜보기로 한다. 다음 희생 후보는 같은 반의 까칠한 여시 하루. 하루의 생일을 초조히 기다리며 긴장하던 지오의 눈앞에는 뜻밖의 일이 벌어진다.

 

동화는 판타지답게 엄청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지오는 사실 가족에게도 속 시원히 터놓은 적 없는 상처가 있다. 2년 전 동생이 세상을 떠난 날과 자신의 생일이 겹쳐 생일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며 지내온 것. 엄마와 아빠는 각자 슬픔을 극복하는 중이고, 그 틈에서 지오는 혼자 끙끙거리며 외로움과 슬픔을 견뎌 왔다.

 

지오는 결국 자신의 열두 번째 생일을 앞두고 방황한다. 그 길에서 다시 마주친 Q와 함께 지오는 예기치 않았던 소풍 길에 오른다. 그리고 그리운 동생과 함께했던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Q는 지오만 알고 있는 비밀을 서슴없이 말할 정도로 지오의 마음을 투명하게 들여다본다. 또 하나의 자신과도 다름없는 Q와 함께, 지오는 그동안 미처 되짚지 못한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마음속에 엉켜 있던 감정의 매듭을 하나씩 풀어 간다.

 

기쁨과 슬픔, 그리움 같은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주인공 지오의 이야기 속에는 우리 자신의 마음도 되돌아보며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특히, 다른 건 잃어버릴 수 있어도 “생일만은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말처럼, ‘내가 꼭 잃지 않고 소중히 보듬을 것’이 무엇인지 떠올리게 한다.

 

조정진 선임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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