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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 수중수색은 자신과의 힘든 싸움입니다”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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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30 05:00:00 수정 : 2020-11-29 21: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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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 잠수기록’ 인천소방본부 엄민규 소방관
선박 등 사고시 구조 활동 베테랑
“어둠속 밀려드는 공포·외로움 심해
세월호 사고 계기 심해 잠수에 도전
트라이믹스 과정 1년 꾸준히 준비
수난 구조 업무에 최고 되고 싶어”

“심해 수중수색은 언제나 힘듭니다. 빛이 완전히 차단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밀려드는 공포와 외로움도 홀로 이겨내야 합니다.”

12년차 베테랑 구조대원으로 인천소방본부 119특수구조단 소속 엄민규(사진) 소방관은 지난 27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수중수색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지난 9월10일 강원도 고성 앞바다에서 테크니컬 다이빙 전문교육기관 PSAI가 주최한 트라이믹스(Trimix) 심해 100m 잠수에 성공해 공식적으로 인증받았다.

트라이믹스는 45m, 75m, 100m 수심마다 등급을 나누는데 여기서 100m에 해당하는 ‘레벨3’이 가장 난이도가 높다.

엄 소방관은 “우리나라 심해 환경은 물의 온도가 낮고 위험요소도 많은 탓에 100m 잠수 사례는 흔치 않다. 소방관 가운데 이 기록을 갖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대부분은 수온이 높고 환경이 나은 필리핀과 같은 동남아에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트라이믹스 잠수는 공기가 아닌 산소·헬륨·질소 3가지의 혼합기체를 사용하는 전문적 다이빙이다. 심해에 들어갈 때 높은 압력에서 나타나는 질소마취, 산소중독을 피하게 하는 기술이다.

장비도 일반적인 다이빙에 비해 2∼3배 들어간다. 심해에서는 수심별 압력 등이 다르기 때문에 잠수사가 직접 기체의 농도를 적절하게 혼합해 호흡한다.

일반인이 즐길 수 있는 스쿠버 다이빙은 보통 수심을 30m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엄 소방관은 이번 도전에서 5개의 공기탱크와 드라이슈트용 아르곤탱크를 포함해 총 6개의 탱크에 산소·헬륨 등 가스를 사용해 안전감압 시간까지 80여분 만에 성공할 수 있었다.

“무척 떨리고 긴장됐죠. 1년여의 꾸준한 준비과정이 있었지만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당일 바다에 들어가기 전까지 들었습니다. 숙련된 잠수사도 힘들어하지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하나로 덤벼들었어요.”

엄 소방관은 2009년 119특수구조단에 지원하기 전 해병대 특수수색대에서 부사관으로 5년가량 복무했다.

2006년 2월 제대 이후에 보람있는 일을 찾아 고민하던 중 군복무 시절 접했던 잠수 분야와 연관된 지금의 자리로 정착하게 됐다. 그간 엄 소방장은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영흥도 낚싯배 충돌, 김포 구조보트 전복, 독도 해상 헬기추락 등 대형 수난구조 현장에 투입됐다.

특히 세월호 사고 당시 구조활동이 심해 잠수에 도전한 계기가 됐다. 그는 “심해 잠수가능 구조대원으로 사고발생 초기부터 6개월가량 현지의 바지선에서 소방·해양경찰·군인·민간잠수부들과 함께 지냈다”며 “조류와 물때가 맞아야만 선체 내부 수색과 인명구조를 할 수 있었기에 어두운 새벽에도 거듭 물속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50m 깊이의 수심에 있던 선체를 오가며 실종자들이 유실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유실망 작업을 했지만, 끝내 모두 구조하지 못해 아직까지도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구조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참고 견디면서 배웠던 잠수가 이제는 가장 큰 취미이자 특기라고 전한 엄 소방관은 다이빙을 막 시작하려는 초심자들에게 조언을 잊지 않았다.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계획한 일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또 수심 기록에 대한 욕심을 절대 버리라고 강조했다.

엄 소방관은 “수난구조 업무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면서 “유명 다큐멘터리 채널인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수중 촬영팀이 멋진 영상을 찍을 때 사용하는 재호흡기(리브리더)에 도전해볼까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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