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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잇는 마법의 길… 뮤지엄 산 아치웨이에 가을 오다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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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0-25 10:00:00 수정 : 2020-10-25 01:3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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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향기 가득한 연인들의 성지 원주의 ‘핫플’ 뮤지엄 산
건축 대가 안도 다다오 설계

빨간색 아치웨이 사랑 잇는 마법의 길 같아
물에 비치는 소금산 기암준봉·출렁다리 수채화 그렸네
뮤지엄 산 ‘아치웨이’

신선한 토마토 소스를 버무려 맛있게 만든 펜네 파스타. 아침을 거르고 나선 여행이라 배가 고팠나 보다. 멀리서 보니 미쉐린 가이드 레스토랑의 셰프가 한껏 솜씨를 부린 파스타를 한 젓가락 떠올린 것 같아 군침이 돈다. 가까이 다가서자 규모가 엄청나다. 높고 파란 가을 하늘 덕분에 더욱 강렬하게 느껴지는 빨간색 강철 파이프. 그리고 하늘과 단풍을 그대로 담는 워터가든의 완벽한 리플렉션. 가을 향기 가득한 연인들의 성지, 뮤지엄 산의 아치웨이에 섰다.

 

#자연과 인간이 빚은 가을 색의 조화

 

오래 남을 첫인상이다.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에 들어서자마자 연인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를 금세 알겠다. 뮤지엄 산은 ‘성벽’으로 작품을 꽁꽁 감춰놓았다. 웰컴센터를 지나 성벽 안으로 들어가야 야외에 설치된 거대한 작품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담쟁이 식물로 뒤덮인 성벽은 이미 붉은 옷으로 갈아입고 ‘가을가을’한 자태를 뽐내는 중이다. 돌덩이를 차곡차곡 쌓아올린 담벼락 앞에는 연인들이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느라 바쁘다. 배경이 ‘열일’하니 간단한 포즈를 잡는 것만으로도 근사한 추억사진을 완성한다. 돌벽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셀피 사진 한 장 남겨본다. 

뮤지엄 산 ‘제라드 맨리 홉킨스를 위하여’​

돌벽을 지나면 오른쪽 플라워가든에 등장하는 높이 15m 작품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인 제라드 맨리 홉킨스 시에 등장하는 황조롱이를 모티브로 날아오르는 새의 형상을 표현했단다. 크레인을 조각 작업에 처음으로 사용한 마크 디 수베로가 H빔으로 만든 움직이는 키넥티 아트 작품  ‘제라드 맨리 홉킨스를 위하여’​다. 바람이 불자 엄청나게 무거워 보이는 상부 철 덩어리가 신기하게 천천히 돌아가는데 금방이라도 새가 날아오를 듯하다. 여름에는 패랭이꽃이 만발해 더욱 근사한 풍경을 선사한다. 

조각공원

 

자작나무 산책로

왼쪽 조각공원을 둘러보고 나오면 자작나무로 꾸며진 산책로가 아름답게 이어져 가을여행의 낭만을 더한다. 그 길 끝에서 워터가든이 시작되고 왼쪽 모퉁이를 돌면 여행자들은 ‘와∼’하는 함성을 터뜨린다. 돌길이 워터가든을 둘로 가르며 곧게 뻗었고 펜네를 닮은 알렉산더 리버만의 아치웨이가 돌길 중간쯤을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처럼 장식했다.

아치웨이

빨간 강철 파이프 12개의 양끝을 사선으로 날카롭게 잘라 육중한 아치형으로 연결했는데 파란 가을하늘과 아주 잘 어우러진다. 아치웨이 왼쪽 나무들마저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 근사한 가을풍경을 완성했다. 마침 20대 커플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아치웨이로 들어선다. 사진촬영을 청하자 쿨하게 맘껏 찍으란다. 아치를 향해 걸어가는 사랑 가득한 그들의 뒷모습. 화보처럼 참 예쁘고 아름다워 순간 샘이 난다.

뮤지엄산 스톤가든
뮤지엄산 스톤가든
뮤지엄산 스톤가든

종이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페이퍼갤러리 등 실내 전시관이 있는 본관을 지나면 경주의 신라 고분에서 영감을 얻은 9개의 스톤마운드가 등장한다. 산책길을 따라 놓인 해외 작가들의 조각품을 감상하며 천천히 걸으니 돌, 바람, 가을햇살이 온몸을 감싸며 가슴에 평온을 안긴다.

카페 테라스
카페 테라스
카페 테라스
카페 테라스

돌아나오는길 본관 옆 워터가든 테라스에 앉으면 가을이 코트처럼 어깨에 걸쳐진다. 조약돌을 품은 투명한 물 표면에 앞산의 단풍과 하늘이 완벽하게 투영된 풍경이라니. 인공적인 건축물과 자연은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경계가 여지없이 허물어지는 순간이다. 이 모든 공간이 미니멀 건축물의 대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소금산 기암준봉과 출렁다리
소금산 오형제봉

#소금산 출렁다리에 단풍 들었네

 

가을을 좀 더 가까이 느끼려 소금산 출렁다리로 향한다. ‘흑수로 도라드니 섬강은 어듸메오 치악이 여긔로다’. 가사문학의 대가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노래한 흑수는 섬강. 삼산천과 섬강이 만나는 간현에서 정철은 수려한 절경에 흠뻑 취했단다. 충분히 그럴 만하다. 삼산천교를 건너기 시작하자 검푸른 강물에  40∼50m의 기암준봉이 병풍처럼 그림자를 드리워 산수화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듯한 환상에 빠진다. 울창한 고목과 넓은 백사장의 만남, 그리고 오형제 봉우리가 섬강과 어우러지며 곱게 단풍으로 물드는 모습에 탄성을 절제할 수 없다. 

소금산 입구 포토존

소금산은 금강산처럼 빼어난 절경을 지녀 소금강산으로 불리다 지금의 이름이 됐다. 이곳의 출렁다리는 소금산의 명물로 요즘 원주여행의 핫플레이스. 30여분 동안 578개 계단을 올라 허벅지가 뻐근해질 무렵 출렁다리입구에 닿는다. 소금산 두개의 봉우리를 잇는 출렁다리는 폭 1.5m, 길이 200m로 국내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다. 아래를 내려다보기 힘들다. 높이 100m 허공이라 발밑에 펼쳐진 삼산천 풍경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하다. 더구나 다리는 진짜 출렁출렁거리고 바닥은 격자형으로 숭숭 뚫려 강물로 떨어질 것만 같다. 건강한 사내들도 오금이 저린 듯 난간을 잡고 걸어갈 정도. 무섭기는 하지만 일방통행으로 되돌아올 수 없으니 소금산 가을풍경을 짜릿하게 즐기려면 좀 더 용기를 내 천천히 건너보자. 사실 입구의 스카이워크가 더 무섭다. 삼산천 위로 쭉 뻗어나간 스카이워크 맨 끝에 서면 깎아지른 절벽과 시퍼런 물에 간담이 서늘해진다. 

 

소금산출렁다리

출렁다리를 건너면 소금산 정상으로 가는 길과 하늘바람길 산책로를 따라 하산하는 길로 갈라진다. 하늘바람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출렁다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내가 저기를 건넜다고? 두개의 봉우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출렁다리의 전체 모습을 보면 다시 아찔해지며 두번 다시 건너고 싶지 않을 것이다. 출렁다리만 건너 다시 돌아오는 코스는 1시간10분이면 충분하다. 소금산 정상까지 다녀오는 등산로와 간현봉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왕복 2시간30분이 걸린다. 금강산은 가지 못하더라도 가을 옷으로 갈아입는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소금산출렁다리
소금산

소금산 풍경은 앞으로 빠르게 변할 예정이다. 간현관광지 입구에서 소금다리 입구까지는 곤돌라가 연결돼 힘들게 등산하지 않아도 된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는 하늘정원이 펼쳐지고 험한 벼랑에 선반을 만들 듯 잔도가 놓인다. 이 길은 삼산천을 가로질러 소금산과 간현봉을 연결하는 아찔한 유리다리로 연결된다니 모든 시설이 완공되면 소금산 여행은 지금보다 몇배나 더 짜릿해진다.

 

간현역

#레일바이크 타고 신나게 페달 밟아볼까

 

레일바이크도 원주의 가을을 즐기는 데 제격이다.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은 중앙선 폐선 구간 중 옛 간현역에서 판대역을 오가는 코스에서 힘껏 페달을 밟으며 원주의 시원한 가을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간현역에서 출발한다. 중앙선이 다니던 시절에도 하루에 몇차례 기차가 서지 않았을 것 같은 작은 간이역은 레트로 감성으로 가득해 어린시절 기차여행의 추억을 소환한다.

레일바이크

레일바이크를 매단 기차는 손님을 태우고 판대역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판대역에 도착하면 기차에서 분리된 4인용 레일바이크를 직접 몰아 다시 간현역으로 돌아가는 방식이다. 아재 4명이 앉아 힘차게 페달을 밟자 레일바이크는 간현역을 향해 미끄러진다. 발에 땀이 나도록 밟아도 일정한 속도 이상으로 오르지 않아 스트레스 풀기 좋다. 마구 고함도 질러보고 노래도 부르니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 가을산은 온통 동심으로 물든다.

레일바이크
오형제봉

소금산 단풍은 이제 시작이지만 철길 주변은 이미 울긋불긋 수채화가 그려졌다. 덕분에 단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앞차의 풍경은 꽤 낭만적이다. 사랑고백터널 등 터널 6개가 나타났다 사라지고 삼산천과 섬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등장하면 레일바이크 여행은 절정에 이른다. 바로 왼쪽에 병풍처럼 펼쳐진 오형제봉을 코앞에서 감상하는 시간이니 레일바이크를 멈추고 멋진 풍경을 가슴 가득 담아 놓기를. 밤이 내리면 출렁다리를 연결하는 두 봉우리의 절벽은 은은한 조명을 받아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원주시는 ‘꿩의 보은’ 설화를 담은 미디어 파사드를 제작 중인데, 절벽과 인공폭포를 화면 삼아 화려하게 펼쳐지는 멋진 밤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원주=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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