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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29%’ 나훈아에 취한 대한민국 “국민이 힘 있으면 위정자 생길 수 없어”

입력 : 2020-10-02 06:00:00 수정 : 2020-10-02 09: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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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때문에 내가 꼭 해야…” 15년 만의 방송 무대 오른 가황 나훈아 / “이 나라는 바로 오늘 여러분이 지켰다” /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가 없다” 등 많은 어록 남겨 / 이재명 “인생의 고단함이 절절히 녹아들어 있는 그의 노래” / 원희룡 “힘도 나고 신이 났다. 그런데 한켠(한편)으론 자괴감도 들었다”

 

‘역시 가황(歌皇) 나훈아….’

 

15년 만의 TV 나들이에 국민은 물론 정치권도 한껏 들썩였다. 가수 나훈아(사진)의 공연 방송은 시청률 29%라는 대기록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지친 국민의 마음을 위로하고, 정치권을 향한 뼈있는 메시지로 묵직한 감동을 남겼다.

 

나훈아는 지난달 30일 밤 방송된 KBS 2TV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이 나라는 바로 오늘 여러분이 지켰다.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을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가 없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이 세계에서 제일 위대한 1등 국민”이라고 말했다.

 

나훈아는 KBS를 향해서도 “KBS가 국민의 소리를 듣고 같은 소리를 내는, 여기저기 눈치 안 보는, 정말 국민들을 위한 방송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며 “모르긴 몰라도 KBS는 거듭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방송이 아닌 ‘무대 공연’만 고집해온 그는 출연료도 마다하며 “코로나19 때문에 내가 꼭 해야 된다. 가만히 있으면 정말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다”고 이날 방송 출연 계기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2시간30분에 걸쳐 이어진 그의 무대는 시청률 29.0%(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일일 지상파 시청률 1위다.

 

이날 나훈아의 무대는 ‘고향, 사랑, 인생’을 주제로 한 3부에 걸쳐 펼쳐졌다. ‘무시로’, ‘홍시’, ‘잡초’ 등 30곡에 달하는 히트곡 퍼레이드가 안방을 수놓았다. 나훈아는 이날 신곡 ‘테스형!’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재명 “그는 여전히 저의 우상”… 원희룡 “너무 부끄럽기 짝이 없어”

 

15년 만의 무대, 그 여운은 하루종일 가시질 않았다. 촌철살인 메시지는 정치권도 강타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다음날인 1일 페이스북에 ‘가황 나훈아에 빠져 집콕 중… 여러분은 어떠신가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지사는 “어릴 적 깊은 산골 초막집 안 호롱불 밑에 모여 형님들과 함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고향무정’, ‘유정천리’를 따라 불렀고, TV를 접하게 되면서 얼굴도 못 보던 그 가수의 입이 특이하게 크다고 생각했었다”고 했다.

 

이어 “나이가 들어가면서, 젊은 시절에는 조금 색다르게 느껴지던 그의 표정에서 카리스마를 느끼게 됐고, 언제부터인가 그의 실황 공연 관람이 꿈이 됐지만 지금까지 기회는 없었다. 어젯밤, 아쉽지만 현장 공연 아닌 방송으로나마 그리던 가황 나훈아 님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지사는 “인생의 고단함이 절절히 녹아들어 있는 그의 노래는 제 인생의 순간들을 언제나 함께 했고, 그는 여전히 저의 우상”이라며 “그런 나훈아 님이 ‘이제 내려올 때를 생각한다’는 말에 짧은 인생의 무상함도 느낀다”고 했다.

 

이 지사는 “조금 더 오래 팬과 대중 속에서 함께 할 수 있기를, 코로나가 걷힌 언젠가 실황 공연장에서 사인 한 장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모두처럼 저도 집콕하느라 부모님 산소도 찾아뵙지 못하고 처갓집에도 못 가는 외로운 시간에 가황 나훈아 님의 깊고 묵직한 노래가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이번 공연의 제목인 ‘어게인 코리아’를 되새기며 “훌륭한 기획으로 어려운 시기에 많은 분에게 위로를 주신 KBS에 감사와 응원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원희룡 지사 페이스북 갈무리.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늦은 밤인데 가슴이 벌렁거려서 금방 잠자리에 못들 것 같다. 나훈아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명절 전날 밤, 이 콘서트는 너무나 큰 선물이었다”라며 “오늘 밤 나훈아는 의사, 간호사 등 우리 의료진을 영웅이라 불렀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봉천동까지 지하철 2번 갈아타고 출퇴근하는, 홍대에서 쌍문동까지 버스 타고 서른일곱 정류장을 오가는 아버지를 불러줬다. 그러면서 코로나19와 싸우는 우리 모두에게 ‘긍지를 가지셔도 된다. 대한민국 어게인이다’고 힘을 실어줬다”고 했다.

 

원 지사는 “힘도 나고 신이 났다. 그런데 한켠(한편)으론 자괴감도 들었다”면서 “20년 가까이 정치를 하면서 나름대로 애를 쓰고는 있지만 이 예인(藝人)에 비하면 너무 부끄럽기 짝이 없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이 나훈아에 흠뻑 취했다”라며 “그는 대한민국을 흔들어 깨웠고, 지친 국민들의 마음에 진정한 위로를 주었다. 고향에 가지 못한 국민들께 고향을 선물했다”고 적었다.

 

장 의원은 “권력도, 재력도, 학력도 아닌, 그가 뿜어내는 한 소절, 한 소절, 한 마디, 한 마디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고 움직이고 위로했다”며 “미(美)친 영향력”이라고 했다.

 

같은 당 조수진 의원도 페이스북에 “두고 봐라. KBS, 거듭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나훈아의 메시지를 언급하며 “상처받은 우리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나훈아 씨에게 갈채를 보낸다”라고 적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KBS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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