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된 상황 반영 대응해야”
결의안 발표해도 수위조절
野 긴급현안질의도 거부해
‘남북 공동조사’로 입장 선회
더불어민주당이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한 공무원 사건과 관련, 대북 규탄결의안 채택을 추진하다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 입장이 나오면서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채택하자는 입장이지만 김 위원장의 사과로 상황이 변했다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청와대 앞 장외집회까지 하는 상황이다 보니 시간이 되면 (대북 규탄결의안에 대해) 논의하고 검토하겠다”면서 “김 위원장이 신속하게 두 번에 걸쳐 사과성명을 발표했기 때문에 변화된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의안을 발표하더라도 수위 조절을 하겠다는 것이다.
또 “청와대와 국방부, 북한의 발표 내용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한 다음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 질의해야 한다”며 “사실관계가 종합적으로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하는 건 빠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야당이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 차원에서 요구한 긴급현안질의도 거부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국회 국방위·외통위·정보위 차원에서 관련 부처 관계자를 불러 진상규명 노력을 하고 있다”며 “여야가 또다시 (긴급현안질의를 통해) 정쟁의 장을 만드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야당의 요구가 과도한 정치공세라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민주당은 대신 남북 공동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시신 화장 여부 등에서 남북의 기존 발표에 차이가 난다. 제반 문제에 대해 남북이 공동으로 조사하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북측이 신속히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홍철 의원도 “북한 전통문에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의 사과와 사건 경위가 포함돼 진정성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지만 사건 경위는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며 “공동조사로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에 예정됐던 여야 회동도 무산됐다. 28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결의안을 통과시키려던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민주당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에 대해 “오늘 저녁까지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제반 논의를 긴밀하게 하고 그게 진행되지 않았을 때 청와대 앞 시위든 광화문 앞 집회든 할 수 있음에도 그냥 들어가 버렸다”고 비판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한 달 반 전 8·15 광화문 집회로 인해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2차 재확산되면서 민생경제가 무너지고 긴 어둠의 터널에 빠져 4차 추가경정예산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며 “국민의힘의 장외투쟁은 10월3일 (개천절) 장외투쟁 확산의 판도라 상자를 열어버리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허영 대변인도 논평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의 1인 시위는) 정부여당을 공격할 기회로 삼으려는 정치적, 정략적 행위”라면서 “즉각 중단하고 진상규명에 초당적으로 협력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현미·곽은산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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