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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역사 - 9월28~10월4일] 나는 고발한다. 그리고…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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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9-27 22:28:21 수정 : 2020-09-27 22: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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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년 9월29일 프랑스의 문호 에밀 졸라가 잠을 자다 사망한다.

당국은 “난로를 열어놓고 자는 바람에 불완전 연소된 석탄에서 나온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발표는 쉬이 믿기지 않았다.

그 4년 전에 정부가 유대인 장교 알프레드 드레퓌스를 억울한 죄인으로 몰자 졸라가 ‘나는 고발한다’는 글로 정부를 비판해서였다.

결국은 굴뚝 청소부가 누군가의 지령을 받고 굴뚝을 막아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것이 정설로 굳어지다시피 했다.

그것은 일찍이 대혁명을 일으켜 자유의 천국처럼 비치는 프랑스도 19세기 말까지는 얼마나 숨 막히는 사회였는가를 말해 준다.

그런 바탕에다 30년 전의 보불전쟁에서 패한 치욕마저 가중돼 무지막지한 군국주의가 프랑스를 옥죄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마당에 하필이면 독일과 관련된 스파이 사건이 일어나자 만만한 유대인 장교를 희생양 삼아 일이 마무리되려는 판에 졸라가 나섰던 것이다.

그 순간 군부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도 졸라를 ‘민족 반역자’라고 비난했다. 그는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자 영국에서 망명생활을 하다가 돌아온 것이 죽음으로 이어진 셈이었다. 그를 극도로 혐오한 것이 가톨릭 성직자들이었던 것은 훗날 가톨릭이 스페인 내전에서 프랑코의 파시스트적 대량학살을 찬양한 것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러고 보면 미국의 동시대 문호 마크 트웨인이 졸라를 찬양한 것도 심상치 않다. 그는 “드레퓌스 사건의 군인들과 성직자들 같은 겁쟁이들이나 아첨꾼은 한 해에도 100만명은 태어난다. 그러나 잔 다르크나 에밀 졸라 같은 위인이 태어나는 데는 5세기가 걸린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잔 다르크를 마녀 심판한 성직자들의 입김이 5세기 후에도 위력을 발휘한 셈이었다.

양평(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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