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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쑥부쟁이의 재발견… 항알레르기 입증 ‘효자 작물’로 [농어촌이 미래다 - 그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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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9-25 05:00:00 수정 : 2020-09-25 09: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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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건강식품’ 수출 초석… ‘기능성 원료’ 개발 어디까지
전통적 약초, 과학적 입증
비염·아토피 증상 완화 ‘추출물’ 찾아내
돈 되는 식품원료 찾아라
수입산 대체·농가 新소득 창출 ‘일석삼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면역력 증진 식품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수출 감소 영향에도 김치, 인삼, 삼계탕 등 한국 대표 건강식품의 수출이 크게 늘어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농촌진흥청은 건강에 유익한 성분을 지닌 식품들의 기능을 연구해 과학적 근거를 밝히고 그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원료로 개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누에고치, 인삼, 마늘 등으로 개발한 9개 물질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관리하는 기능성 원료로 등록됐다. 기능성 원료는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하는 데 사용된다. 세계적 감염병 사태 속에서 기능성 원료 개발은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효자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토피·알레르기 증상 개선 입증된 쑥부쟁이

기능성 원료 중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쑥부쟁이다.

쑥부쟁이는 이른 봄 들에서 가장 먼저 자라는 국화과 야생초다. 부드러운 질감에 겨자 향이 어우러진 한국 고유 나물로 예로부터 봄에 새순으로 올라오는 어린잎을 나물 등으로 조리해서 먹었다. 전통적으로 감기, 기관지염, 천식 등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으나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기능성에 대한 과학적 입증이 필요했다.

농진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농과원)은 순천향대와 공동으로 동물실험·인체 적용실험을 통해 쑥부쟁이의 효능을 밝혔다.

알레르기를 유발한 생쥐에게 2주간 쑥부쟁이 추출물을 먹인 결과 염증 유발 물질인 면역글로불린 E와 히스타민이 각각 55%, 75%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아토피 유발 생쥐의 경우 쑥부쟁이 추출물을 4주간 투여하자 홍반, 피부 건조, 짓무름 등 증상이 40% 줄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인체 적용시험을 진행한 결과 결막염 증상 및 면역기능 개선, 콧물, 코 가려움, 콧물 목 넘김 등 증상이 눈에 띄게 완화됐다. 과민면역에 따른 쇼크(아나필락시스)를 억제하는 효과도 확인됐다.

쑥부쟁이추출분말은 지난해 ‘면역과민반응(코 상태)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성 원료로 등록됐다. 기능(지표)성분인 루틴이 1g당 3.68㎎ 이상 함유, 1일 섭취량은 2g이다. 하루 2g씩 쑥부쟁이 추출물을 섭취하면 염증·아토피·알레르기 증상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쑥부쟁이 기능성 원료를 개발한 농과원은 이달 16일 ㈜휴럼과 3억원 규모의 기술 이전 협약을 맺었다. 휴럼은 향후 5년간 쑥부쟁이 원료 분석 기술을 활용해 건강기능식품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최근 수년 새 미세먼지 등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알레르기 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알레르기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2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알레르기와 아토피 예방 기능이 입증된 기능성 원료가 개발된 것은 의미가 크다.

농진청은 “쑥부쟁이의 기능성을 이용한 제품이 상용화되면 국민 건강 증진, 사회경제적 비용 감소, 국내 쑥부쟁이 농가 발전에 기여해 1석 3조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K건강식품’ 날개 달아줄 기능성 원료

건강 개선 효과가 입증된 식품들은 기능성 소재로 불린다. 이 기능성 소재가 기능성 원료로 등록되려면 인체 적용시험 결과 효과 입증, 안전성·독성 검사 통과, 정확한 지표물질 확인 등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기능성 원료를 사용해 만든 식품은 ‘건강기능식품’으로 표기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국가로부터 효능을 인정받은 것이다. 건강기능식품만이 효능을 표시하고 홍보할 수 있다. 식약처 등록 기능성 원료가 아닌 일반 기능성 소재를 사용한 제품, 기능성 원료를 사용했지만 지표물질이 정량을 넘지 않는 제품 등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다.

쑥부쟁이를 비롯해 우리가 흔히 접하는 마늘, 인삼과 동충하초, 민들레, 백수오, 누에 등 추출물도 기능성 원료로 등록돼 있다.

기능성 원료는 고시형과 개별인정형으로 나뉜다. 고시형은 누구나 해당 기술을 활용해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할 수 있지만, 개별인정형은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개발 주체에만 부여한다. 이전엔 개별인정을 산업체만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농진청 공동연구 후 산업체에서 원료를 등록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는 대학 및 공공기관에서도 원료신청을 할 수 있게 됐다. 쑥부쟁이는 농진청이 개발해 개별인정형 기능성 원료로 등록한 첫 사례다.

쑥부쟁이 꽃

기능성 원료 개발은 국산 천연 재료를 사용해 기능성 원료의 외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의의가 있다. 또 식약처로부터 인정·관리받는 물질로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주며 산업화를 통해 농가 소득 창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쑥부쟁이는 재배 작목이 아닌 잡초에 불과했으나 2012년 구례군의 ‘지리산나물 육성계획’을 통해 전략 나물로 선정되면서 2015년까지 시설과 단지 조성이 이뤄졌다. 현재는 구례군 지역농업특성화 작물로 비가림하우스 시설 및 노지에서 2만3000㎡(2.3㏊) 규모로 재배·생산되고 있다.

농진청은 현재 도라지, 여주, 홍잠 등 다양한 물질을 기능성 원료로 개발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황경아 농과원 농식품자원부 박사(쑥부쟁이 연구)는 “코로나19, 미세먼지 등 사회적 환경 변화를 계기로 한국의 헬스케어산업, 바이오산업 및 K푸드 트렌드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며 “수입 대체가 가능한 국산 전통식품 유래 원료 개발로 외화유출 방지는 물론 수출 확대를 통한 K건강식품의 세계화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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