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야당의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야당 의원들이 추 장관의 아들의 휴가 특혜 의혹 및 정치자금 사용 의혹 등에 대해 질문이 계속하자 “인내하기 힘들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추 장관은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의원님들이 계속 공정을 화두로 내거시는데 지금 이게 공정하냐”며 질문 공세를 맞받아쳤다. 추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공정은 근거 없는 세 치 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조 의원은 해당 발언을 “야당 의원들이 근거 없는 세 치 혀를 놀린 것이냐”고 다시 거론했다.
추 장관은 “야당은 고발인이고 저는 피고발인”이라며 “법사위에서 현안 질의를 명분 삼아 저를 옆에 두고 국방부 장관에게 여러 모욕적인 표현을 섞어가면 질문을 하는데 참 인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떨리는 목소리로 “그래도 인내하겠다”고 말한 그는 “참으로 공정하십니다”라며 비꼬았다.
이후 정회가 선언된 뒤 추 장관은 마이크가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옆에 있던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야당 의원을 다시 비꼬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사과하기도 했다. 서 장관이 “많이 불편하시죠”라고 말을 건네자, 추 장관은 “어이가 없다”면서 “근데 저 사람은 검사 안 하고 국회의원 하길 참 잘했어요. 죄 없는 사람을 여럿 잡을 것 같아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추 장관이 언급한 ‘저 사람’에 해당하는 의원은 분명하지 않으나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유력해 보인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 중 검사 출신은 김도읍·유상범 의원 둘이며, 김 의원이 정회 직전 추 장관에게 질의했다.
유 의원은 “‘소설 쓰시네’라는 말 이후로 얼마나 많은 논란이 있었느냐”며 “질의한 국회의원이 마음에 안 든다고 이렇게 모욕적인 언어를 하느냐”고 사과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저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모욕적이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하겠다”면서도 “한두 번도 아니고, 추 장관의 설화가 정말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주고 분노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에 추 장관은 “회의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유감스럽다”며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야당 의원들은 서 장관에게도 추 장관 아들의 휴가 의혹과 관련해 질의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대한민국 군인의 휴가 대리신청이 가능하냐”고 질의했고 서 장관은 “부득이한 경우가 있을 경우 (가능하다)”고 답했다. 서 장관은 “부득이한 경우라는 것은 지휘관의 판단 영역”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군 기록상 병가명령 등이 불명확한 것에 서 장관은 “행정의 뒷받침이 안 됐다고 본다”며 “행정이 미흡한 것은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추 장관 아들 문제를 놓고 연일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21일 추 장관 보좌관이 휴가를 문의해 군이 이를 구두로 승인한 것으로 검찰이 잠정 결론을 내렸다는 언론 보도에 “짜맞추기식 수사를 중단하라”며 성명을 냈다. 법사위 간사인 김 의원은 지난 8일자 국방부 인사복지실의 대응문건을 거론하며 추 장관 아들의 휴가를 지시한 장교가 지역대 지원장교인 김모 대위로 추정된다는 점을 국방부가 검찰에 앞서 파악하고도 늑장 대응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국방부가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요양심사 등을 거치지 않고 병가가 연장된 사례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언급하며 국방부를 향해서도 “국방부가 스스로 제출했다면 (추 장관의 아들) 서씨의 변호인 노릇을 한 셈”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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