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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시크릿 바’… 은밀한 매력 [김도훈의 맛있는 이야기]

입력 : 2020-08-29 14:00:00 수정 : 2020-08-29 1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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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크이지 바
PDR·에스테반 앨리스 등 대표적 공간
美 금주령때 생겨난 은밀한 술집서 유래
2000년대 뉴욕서 유행… 국내서도 20∼30대 핫 플레이스로
에스테반
요즘 가장 트렌디한 공간 중 하나가 스피크이지 바(Speakeasy Bar)이다. ‘쉬쉬하며 소문이 나지 않도록 조용히 말하다’는 뜻으로 미국 금주법 시대에 생겨난 은밀한 주점에서 유래됐다. 영화 속 장면처럼 환상적이거나 입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비밀의 공간으로 꾸며져 20∼30대들에게 ‘핫 플레이스’가 되고 있다.

 

#미국 금주령 시대가 낳은 은밀한 공간

1920∼1933년 미국 전역에 금주법이 발령됐다. 처음에는 1차 세계대전으로 부족한 곡물의 전용을 방지하기 위해 시작됐다. 나중에는 사회·문화적 움직임에 편승해 비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갔으나 결론적으로 주류의 제조, 유통 및 판매 자체를 금지한 법이다. 14년이란 시간은 애주가들에게는 큰 고통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들의 맘을 달래주었던 곳이 바로 이 시기에 가장 성행했던 스피크이지 바이다. 단속을 피해 지하나 뒷골목 등 음지에 은밀한 주류 밀매점이 생겼고 술꾼들은 이곳에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현재는 스피크이지 바는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지 않고 아는 사람만 찾아갈 수 있는 은밀한 가게를 통칭한다. 간판이나 입구가 안 보이거나 숨겨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00년대 중반 뉴욕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스피크이지 바는 일본을 거쳐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가 즐겨 찾는 비밀의 공간이 됐다.

#허름하거나 영화처럼 환상적이거나

강남구청역 인근 PDR는 프라이빗 다이닝 룸(Private Dining Room)의 약자로 ‘나만 알고 싶은 편안하고 재미있는 아지트 같은 공간’ 콘셉트의 다이닝바이다. 간판도 찾기 쉽지 않지만 막상 입구를 찾으면 또 한 번 당황하게 된다. 허름한 신발장 안쪽으로 재즈 음악소리가 들리기는 하는데 밀어도 열리지 않으니 말이다. 옆으로 살짝 밀어보자. 12석의 바와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는 2개의 룸이 보일 것이다.

PDR

PDR는 칵테일에 포커스를 맞춘 기존의 스피크이지 바들과는 달리 음식과 와인에 집중하고 있다. 뉴욕 일레븐 매디슨 파크(Eleven Madison Park) 등 여러 세계적인 레스토랑에서 함께 경험을 쌓은 오너 소믈리에 정재용씨와 오너 셰프 최지형씨는 허름한 건물의 신발장을 열고 들어온 뒤 나타나는 반전 공간, 청담 강남권의 합리적인 반전 가격, 그 가격에는 맛볼 수 없는 완성도 높고 재치 있는 반전 퀴진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매니멀 스모크 하우스와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한 훈연 로스트비프, ‘단짠’의 정석이며 완벽한 와인 안주의 역할을 하는 고르곤졸라 치즈케이크, 그리고 뉴욕 미쉐린 투스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의 경험이 빛을 발하는 브레이징 문어 파케리 파스타와 녹진한 오리알 부카티니 카르보나라 등의 신박한 요리들은 내추럴 와인을 포함한 100여종의 다양한 와인과 함께 맛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압구정의 에스테반은 그리스어로 ‘승리의 왕관’이라는 뜻이다. 영국 설화에서 비롯된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를 따서 만든 현대판 원탁의 기사 영화 ‘킹스맨 더 시크릿 서비스’를 콘셉트로 한 스피크이지 바이다. 입구부터 남다르다. 갓포 일식당인 갓포준 안에 있어 갓포준을 통해 입장할 수 있다. 우선 각자 다른 코드명을 쓰는 수행원들이 입구에서 직접 에스코트를 한다. 갓포준을 지나 영화 킹스맨의 테일러숍을 연상케 하는 곳에 다다르면 그 뒤로 룸 5개, 테이블 7개, 10석의 규모의 화려한 바가 등장한다. 문이 회전문처럼 열릴 때면 마치 킹스맨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에스테반은 위스키, 코냑, 와인, 칵테일, 다양한 스넥메뉴가 있으며 영화를 콘셉트로 한 시그니처 칵테일들을 선보이고 있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콘셉트 칵테일이 재미있다. 해적들이 즐겨 마신 럼을 베이스로 꿀 리큐르, 약초 리큐르, 스윗 베르무트와 체리 시럽을 더했다. 또 체리나무 우드칩을 태운 향을 보물상자에 담아 스모키하면서도 체리의 달달한 향이 남는다. 영화 ‘레옹’ 콘셉트로 화분을 연상케 하는 칵테일도 있고 애니메이션 ‘언더 더 씨’를 콘셉트로 해 바다내음을 느낄 수 있는 칵테일은 고래모양 글라스에 담아서 서비스한다. 이 외에도 다양하고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담은 칵테일을 선보이며 클래식 칵테일도 즐길 수 있다.

앨리스

청담동 명품 거리 뒷골목에 위치한 앨리스. 우리나라 스피크이지의 열풍을 이끈 곳이다. 실험적인 칵테일과 타파스를 선보인다. ‘라 메종 코인트로 컴피티션’ 아시아 대회에서 한국대표로 출전해 베스트 바텐더상을 받은 김용주 믹솔로지스트가 오너로 있어 많은 바텐더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앨리스에 가면 바로 눈에 띄는 간판이 바로 ‘이상한 나라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다. 토끼를 따라 굴 속으로 들어간 앨리스처럼 지하계단을 내려가보자. 처음에는 잘못 들어왔나 생각이 들 정도로 화려한 꽃들이 반겨준다. 그 옆에 작은 대문을 열면 칵테일이란 이름의 모험의 세계로 이끌 넓은 바와 라운지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앨리스는 시그니처 칵테일이 없다고 할 정도로 새로운 메뉴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곳이지만 이번 여름에 가장 사랑받는 칵테일은 단연 ‘낫 어 비어(Not A Beer)’다. 이름처럼 맥주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지만 밀맥주의 질감과 맛을 표현한 칵테일이다. 밀 맥주를 연상시키는 고운 거품이 상단에 올라가며, 동시에 자몽, 오렌지, 유자의 상큼하고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어 무더운 날씨를 잠시 잊을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내 기분은 내가 정해. 오늘 나는 ‘행복’으로 할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온 말처럼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행복한 모험의 시간을 즐겨보자.

포시즌 호텔의 찰스H바, 한남동 블라인드피그, 푸시풋살룬, 청담 르챔버 등도 대표적인 스피크이지 바이다.

김도훈 핌씨앤씨 대표 fim@fim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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