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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1면엔 “계속 싸워야 한다”…시민들은 줄을 서 기다렸다

입력 : 2020-08-11 18:30:46 수정 : 2020-08-11 22: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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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홍콩 통제’ 가속화에 반발
시민들 모회사 주식사기 운동… 홍콩도심선 줄서서 신문 사가
‘홍콩 민주화 여신’ 차우도 체포
폼페이오 “홍콩 자유박탈 증거”… 中은 홍콩 의원 임기 1년 연장
홍콩시민 응원 매수… 넥스트디지털 주가 1100% 폭등 홍콩 시민이 11일 지하철에서 지미라이 대표가 전날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는 사진이 게재된 빈과일보를 읽고 있다. 이 신문은 “빈과일보는 계속 싸워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1면 머리에 올리고 평소보다 5배 많은 50만부 이상을 찍어 배포했다. 홍콩 시민들이 빈과일보를 응원하며 주식 사기 운동을 벌이면서 빈과일보의 모회사 넥스트디지털 주가가 이틀 새 1100% 가량 폭등하기도 했다. 홍콩=AFP연합뉴스

홍콩 반중국 매체인 빈과일보 사주 지미라이(黎智英) 대표에 대한 홍콩 경찰의 체포를 놓고 언론자유 훼손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다. 특히 사주가 체포된 빈과일보는 11일 1면 머리기사에 “계속 싸워야 한다”는 제목을 달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은 홍콩 분리주의자인 지미라이 대표의 체포는 당연하며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한 달을 맞으면서 중국 중앙정부의 홍콩 통제가 가속화하고 있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의 대표 반중국 매체인 빈과일보는 평상시 10만부보다 5배 이상인 50만부 넘게 인쇄됐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2시부터 홍콩 도심 곳곳에서는 시민들이 빈과일보의 발간을 기다리며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홍콩자유언론(HKFP)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 유저 헨리 포터 바벨은 지미라이의 체포가 알려진 전날 오전 11시쯤 자신이 빈과일보의 모회사 격인 넥스트디지털 주식 30만주를 0.077홍콩달러에 매수한 사실을 공개했다. 빈과일보 칼럼니스트 스탠리 웡도 “매입이 비이성적이지만 기꺼이 모험을 감수하겠다”며 122만주를 0.078홍콩달러에 구매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0.09홍콩달러로 장을 마감했던 넥스트디지털 주가는 10일 전장 대비 183% 상승한 데 이어 이날도 331.37%나 오르며 1.10홍콩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지미라이 대표의 체포를 계기로 홍콩의 언론자유 훼손에 대한 우려를 보이며 중국 정부와 홍콩 경찰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중국 공산당이 홍콩의 자유를 박탈하고 시민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추가 증거”라고 날을 세웠다. 또 유엔 인권최고대표실은 지미라이의 체포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국제인권법과 홍콩기본법이 보호하는 권리 행사를 침해하지 않도록 당국이 이번 사건을 재검토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영국, 캐나다, 유럽연합(EU)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 통제에 대한 압박을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 홍콩 경찰은 지미라이에 이어 우산혁명의 또 다른 주역인 아그네스 차우를 체포했다. 홍콩 현지 소식통들은 “차우가 홍콩보안법이 금지하는 분열 선동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차우는 조슈아 웡과 함께 홍콩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인물로 우산혁명 당시 ‘민주화 여신’이라 불리기도 했다.

 

중국은 이날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를 열어 홍콩 입법회(의회) 의원 선거 1년 연기에 따른 홍콩의 입법 공백을 막기 위해 현역 의원들의 임기를 1년 연장하기로 했다. 앞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오는 9월 선거를 내년 9월로 미뤘는데, 민주 진영은 이를 불리한 판세를 바꿔보겠다는 친중파의 꼼수라고 보고 있다.

 

홍콩의 언론자유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홍콩 경찰이 ‘신뢰할 수 있는 매체’에 대해서만 빈과일보 압수수색 현장 브리핑에 참석할 수 있도록 허용해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홍콩 경찰 측은 과거 경찰 작전을 방해하지 않았던 저명 매체의 기자들만 해당 브리핑에 참석할 수 있다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신을 비롯한 홍콩 언론은 “보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매체와 경찰 간 희박한 신뢰를 더욱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지미라이 등 반중 인사들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며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정부의 결정에 지지를 보냈다.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미국이 홍콩·중국 고위 관리 11명을 제재한 것에 맞서 중국이 보복조치에 나선 것을 거론하면서 “미국이 홍콩을 전장으로 고른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도발에 맞서는 중국의 대응은 점차 성숙해지고 있다”며 “미국의 도발은 실질적으로 중국에 큰 충격을 주진 않는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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