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업무용 아닌 주거용 부동산 투자… “정책 역행” vs “틈새시장” [뉴스 인사이드]

입력 : 2020-08-08 16:00:00 수정 : 2020-08-08 11:26:3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강남 ‘삼성월드타워’ 410억에 사들였다
정부의 부동산 가격 억제 정책 맞물려
역풍 맞은 이지스자산운용 사업 철회
추미애 “금융과 부동산의 로맨스” 비판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사모펀드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삼성월드타워’ 아파트 한 개의 동을 410억원에 구입했다가 역풍을 맞고 사업을 철회했다. 사모펀드가 업무용 부동산이 아닌 아파트라는 주거용 부동산에 투자를 시도했던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사모펀드의 부동산 투자는 기본적으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많아 인접한 부동산 역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 점에서 의도와 상관없이 이지스자산운용의 사모펀드는 서울 시내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려는 정부의 정책에 역행한 셈이다.

특히 사모펀드가 사들이려고 했던 아파트가 서울 부동산의 상징인 강남구에 위치한 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직접적으로 “강남 한복판에서 금융과 부동산의 로맨스가 일어나고야 말았다”고 비판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금융권과 부동산업계에서는 사모펀드의 부동산 진출은 시장논리에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 역시 ‘틈새시장’일 뿐 문제가 될 건 없다는 의견이다.

◆부동산펀드의 98%는 사모펀드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의 국내 사모펀드가 투자하는 대표적인 영역은 부동산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 금융강국에 비해 사모펀드 시장 규모가 작은 국내 사모펀드 특성상 핵심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을 한 다음 다시 매각하는 방식보다, 부동산 투자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사모펀드가 부동산펀드로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기본적으로 저평가된 부동산을 확인해 투자자를 끌어모은 다음 해당 부동산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사들인다. 사들인 부동산을 리모델링하거나, 미리 이야기 된 임차인 또는 새로운 임차인과 임대 계약을 체결해 공실률을 낮추기도 한다.

7일 서울시 마포구 인근 아파트단지 밀집지역에 붙어 있는 부동산 매물 정보. 뉴스1

올해 들어 지난달 28일까지 사모펀드의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102조2271억원으로 개수는 2006개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공모펀드의 부동산펀드 설정액이 3조2013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무려 3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즉 부동산펀드의 약 98%가 사모펀드인 셈이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기존의 부동산펀드 시장은 포화상태라는 게 업계의 평이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로 투자할 가치가 있는 수도권의 부동산은 거의 사라지면서 사모펀드 간 경쟁이 치열하다”며 “일부 부동산 펀드는 해외로 진출하면서 확장을 도모하는데,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은 새로운 발상”이라고 말했다. 또 “업무용 빌딩을 사들이면 시세 차익 이외에도 임대수익 비중이 큰데, 아파트를 사들이는 것은 시세 차익 목적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펀드를 장려할 땐 언제고…

부동산에서 사모펀드의 성장은 정부의 역할이 컸다. 부동산펀드가 대대적으로 많아진 것은 참여정부 시기인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부동산펀드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펀드가 소유한 토지를 분리과세해 세제혜택을 제공했다. 동시에 당시 부동산 열풍으로 주거용, 상업용 건물 가격이 너 나 할 것 없이 상승하면서 부동산펀드가 급속도로 늘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2005년 80개에 불과했던 부동산펀드는 지난해 1955개로 급증했다. 또 분리과세 대상에 포함된 이후 부동산펀드 중 약 5400억원가량이 세제 혜택을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당시 정부가 부동산펀드 활성화를 도모했던 것은 부동산 공급 확대 정책 일환이었다. 시중의 부동자금을 부동산으로 돌려 투자를 유도하고, 부동산 공급을 촉진하는 방침이었다. 심지어 참여정부 말인 2007년에는 중장기 주택공급확대를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 10조원 규모의 ‘부동산 공공펀드’를 조성하기도 했었다.

게다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5년에는 정부가 사모펀드 설립 요건을 대폭 완화하면서 사모펀드의 다수를 차지하는 부동산펀드 역시 더욱 늘어나게 됐다. 사모펀드 설립 자본금 규모를 3분의 1로 낮췄고,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했다. 또 금융권 경력 3년 이상 직원 3명만 있으면 영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전문 사모운용사는 5년 사이 10배 넘게 늘었다.

옵티머스펀드NH투자증권 피해자들이 지난달 20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사기판매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지난해 라임자산운용과 올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대규모 환매 중단 여파로 사모펀드가 철퇴를 맞은 데다 서울시내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정책과 맞물려 부동산 사모펀드 역시 위축될 전망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사모운용사 설립 방식은 그대로 둔 채 2종 금융투자업자에 포함시켜 규제하는 방안 등 ‘금융투자업규정 일부규정개정안‘ 변경을 예고했다. 2015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뀐 지 5년 만에 당국의 규제권 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또 금융감독원은 부동산금융이 급성장함에 따라 앞선 2019년 하반기에 부동산펀드·신탁 등의 기타 부동산 금융을 의미하는 ‘부동산 그림자금융’ 조사에 나서 일부 문제가 되는 펀드에 제재를 진행하기도 했다.

부동산업계에선 금융자본의 부동산 진출을 나쁘게만 볼 순 없다는 시각이다. 이미 리츠 형태로 투자금을 끌어모아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인 데다 중장기적으로 임대법인을 통해 부동산 공급을 확대하고 부동산 가격 역시 억제할 수 있다는 평이다.

서진형 한국부동산학회장은 “상업용, 주거용 부동산 할 것 없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을 투자해 수익을 거두는 것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이라며 “다만 금융자본이 주택을 매수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면 좋은데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다 보니 시세차익을 법인이 가져가는 건 적법해도 도덕적으로 용납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범수·이희진 기자 swa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